결혼, 그까짓거.

H는 한달에 이십만원 방세도 밀리곤 했지만 풀튜닝된 소나타를 타고다녔다. 여자가 콘돔을 쓰자고 하면 그는 먼저 "너네집에 돈 많냐?" 고 묻곤 했다. 돈 많은 집 여자애를 임신시켜서 결혼해버릴 거라는 현실적인 결혼관을 가지고 있는 남자. (다행히 우리집엔 돈이 별로 없었다.)
결국 그가 결혼을 한다는데.. 자세한 내막은 확인한 바 없지만, 예식장 이름을 보아하니 정말 돈 많은 집 여자와 결혼하는 것 같다.

S군은 결혼을 위해 세계여행을 계획했던 사람이다. 그는 나에게 "아기 하나만 낳아주면 우리 엄마가 진짜 좋아할거야" 라는 말을 했었고 "임신한 여자를 데리고 가면 아버지가 한 번에 두 가지 일을 해냈다고 기뻐하실텐데" 라는 이야기도 몇번이나 했다.
어쨌든 그는 인도에서 그의 이상형에 근접한 여성을 만나 임신시키는데 성공했고, 그녀와 함게 귀국하여 부모님께 효도했다. 착실한 아들답게 착실한 가장 노릇을 했으며, 갓 태어난 딸사진을 보여주며 '제대로된 히피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육아계획을 말하는 걸 보면 아버지 역할도 잘 해낼 것 같다.

J는 오래도록 짝사랑했던 여자가 다른 남자와 결혼해 버린 뒤, 그녀와 같은 대학 같은 과의 동기였던 여성과 순식간에 결혼을 해치워버렸다. 그리고 둘은 미국으로 유학가서, 서로 다른 도시에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원체 인물이 후달리는 J는 아내가 바람이라도 피우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며 매일 아내의 정숙함을 주제로 기도한다고 했다. 하나님이 그의 간곡한 기도에 응답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의 또다른 욕망은 실현되고 있는데, 교회에서 알게 된 유학생 어학연수생 아가씨들에게 토플찍기요령을 가르쳐준다는 명목으로 즐겁게 어울리고 있단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결혼이 별 거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까짓거 나도 할 수 있어.

* 이미지는 몽골의 청첩장. 가만 보면 결혼하기 싫다는 여자를 남자가 막 끌어당기는 것 같기도 하다.
by 작나무 | 2006/04/13 17:36 | 일궈낸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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