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밤의 동반자는 누구인가?

눈을 떠보니 여관이었다. 홍상수 영화에나 나올 것처럼 허름한 여관이었다. 여관방에서 눈을 뜬 게 하루이틀 일도 아니지만, 눈을 떠보니 옆에 아무도 없었다 하는 건 처음이었다. 그러니까, 아무도 없었다.

매운 것을 먹었을 때처럼 입 안이 아리고 속이 쓰렸다. 아마도 술을 엄청나게 마셔버린 것 같다. 대체 누구랑 술을 마셨지? 머리가 터질 것 처럼 아프기만 하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브래지어만 하고 있었다. 팬티와 치마와 스타킹은 방바닥에 있었고 블라우스와 재킷은 옷걸이에 걸려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나는 답답해서 브래지어를 한 채로 잘 자지 못한다. 대개 잠결에라도 풀어버리기 마련인데, 브라만 하고 있다니 이상했다.

머리맡에는 콘돔 껍질이 있었다. 휴지통을 뒤집었더니 말라비틀어진 고무쪼가리가 나왔다. 어쩐지 서글퍼졌다.

by 작나무 | 2006/04/16 04:31 | 손바닥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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