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새천년을 맞기 전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이 뭔지 생각해봤어. 두 세기에 걸쳐서 즐길만한 일, 나는 섹스를 하고 싶었어. 하지만 내 애인은 바람나서 도망가버렸지. 그래서 내가 섹스 다음으로 좋아하는 게 뭘까 생각했더니 술과 담배 순. 당시 내가 즐길 수 있는 건 그 세가지가 전부였으니, 그거라도 하기로 했지.
내 비자로는 알바도 하면 안 돼. 하지만 돈이 없었단 말이지. 그래서 불법적인 노동을 해내고 있었어. 뭐 야쿠자 비밀자금 전달이나 마약운반 같은 건 아니고, 그냥 세금 내지 않고 신주쿠의 꼬치집에서 설겆이하는 일을 했을 뿐이야. 어쨌든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밀레니엄은 왔고, 노동자는 노동자의 술 짐빔화이트와 노동자의 담배 럭키스트라이크를 들고 해변으로 갔어.
밀레니엄 서핑.
해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 많지 않은 사람들은 한겨울에 옷을 홀딱 벗고 있었지. 미친 서퍼 새끼들이 밀레니엄 서핑을 외치며 바다로 뛰어드는 거야. 와- 에너제틱한 젊은이들이네, 라고 생각하며 노인처럼 끌끌 혀를 차면서 보고 있었어. 보기만해도 오싹오싹 하더라구.
나는 모닥불 앞에 앉아서 술을 마셨어. 짐빔화이트 한 병과 럭키스트라이크 두 갑이 순식간에 사라졌어. 밀레니엄 술 밀레니엄 담배, 취해 잠이 들었어.
밀레니엄 키스.
눈을 떠보니 응급실이었어. 낯선 남자들이 둘러싸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어. 모닥불가에 쓰러져있는 걸 서퍼들이 발견해서 데려왔다고 하네. 한 남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조금 감격한 표정으로, 준비하고 있었던 것처럼,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어. 나는 힘겹게 입을 열었어. 키-스시떼쿠다사이.
2001년의 첫 키스, 남자의 티셔츠 아래로 모래가 떨어졌어. 그가 나눠준 키스 덕분에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때의 키스로 이전세기에서 이후세기로 넘어와 지금까지 살고 있고.
살면서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을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나는 역시 키스가 최고라고 생각해. 만성적 애정결핍에 시달리는 밀레니엄 이후 인류에게, 친절과 관심, 따듯한 체온과 타액의 교환만큼 가치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 어쨌든 우리는 같은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말이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는 병원에 입원한 덕분에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어. 덕분에 잘 살고 있다는, 그런 이야기.
* 사진은 이현우의 2001년도 작품, 임의로 편집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