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 -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 러브 스토리



그녀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 후 내게 자신의 삶을 주었다. 내겐 처음 있는 일이라 우선은 기분이 우쭐했지만 곧 어꺠에 통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가벼운 삶이란 없다. 모든 삶은 다 지니고 다니기 어렵다. 유약하고 순종적이었던 나는 어깨 위에 무거운 짐을 지고도 흔들림 없이 산으로 나아갔다.

...

"소용없어요." 그녀가 내 콩팥 한가운데서 말했다.
"내 사랑은 영원하고, 용해될 수도, 파괴될 수 없으니까요. 내 가슴에서 샘솟는 액체가 당신에 닿아 단단해지고, 내 자궁에서 새어나오는 이 무기질은 당신 갈비뼈에 들러붙으니까요. 우리가 떨어지는 일은 더이상 없을 거에요." 승리에 겨워 그녀가 말했다.

...

여정의 끝을 걱정할 여력 따위는 없다. 정상은 아주 멀리 있으며, 나는 결코 그곳에 도달하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이미 나는 아주 늙었고, 아니 적어도 늙어 보이는 게 사실이다. 내가 곧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서 그녀에게 알리려했다. 점점 야위어가자 발에는 이미 피부도 남아있지 않고, 뼈는 몸의 구멍을 통해 밖으로 튀어나왔다. 껍질 때문에 먹지도 말하지도 못하기 때문에 나는 그녀에게 동작으로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녀가 곧 나를 위로해주었다. "당신을 사랑해요. 당신에게 내 삶을 주었으니, 이제 당신이 내게 줄 차례가 아닌가요?" 그녀가 말했다.


* from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 러브 스토리,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작가정신, 2005, pp.48-53


* 이미지는, 즈지스와프 벡진스키(Zdzislaw Beksinski)
by 작나무 | 2006/04/28 12:52 | 읽고쓰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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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hi at 2006/04/28 13:57
이 책 보고싶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6/04/28 15:36
응. 일요일에 가져갈게. (일요독서토론회 조직해볼까 ㅋ)
Commented by 미디어몹 at 2006/05/01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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