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한 두 가지 원칙을 세우다

원칙이 없다는 게 내 인생의 원칙이다. 따위의 말을 몇번인가 했던 적이 있다. 물론 술자리에서 농담처럼 지껄인 말이었지만, 지금도 원칙이란 거대하고 끔찍한 것이라 생각한다. 그럼에도 오늘 두 가지의 원칙을 세워버렸다. 절대 부동산투기를 하지 않겠다. 절대 주식투자를 하지 않겠다. 이 두 가지만 지켜도, 내 인생이 훨씬 단순해질 것이고, 다른 사람에게 돌아가야 마땅할 몫을 빼앗을 가능성도 훨씬 적어질 것이다.

원칙을 세우게 만든 글은 김규항 선생이 아들 김건 군과 부동산 투기에 대해 나눈 대화 (2006.04.07 배움) 내용이었다.
“아빠 왜 우린 집이 없어?”
“우리만 없는 게 아니라 집 없는 사람 많아.”
“선태 삼촌 집도 다른 사람 거야?”
“아니.”
“영식이 삼촌 집은?”
“영식이 삼촌 거지.”
“규일이 삼촌네 집은?”
“그건 다른 사람 거야.”
“범수 삼촌도?”
“범수 삼촌 거고.”
“그런데 뭐가 많아?”
“그 삼촌들은 그런데 알고 보면 아빠 주변에도 집 없는 사람들이 더 많아.”
“우리 나라에 집이 모자라?”
“아니. 집이 많이 모자라면 다 길에서 자게?”
“그런데 왜 집 없는 사람들이 많아?”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 때문이야.”
“여러 채를 가져? 자기가 다 살려고?”
“아니.”
“그런데 왜 집을 여러 채 가지는데?”
“돈을 벌려고 하는 거야.”
“어떻게?”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이 집값을 막 올려. 그래서 돈을 벌어.”
“많이?”
“그럼. 열심히 일해서 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벌지.”
“어휴.”
“집이 없어서 창피해?”
“아니. 하나도 안 창피해.”
“그래. 창피한 건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야.”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별다른 느낌이 없었는데, 오늘는 무언가 결심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 7일과 지금의 차이점은, 근로소득세를 내기 시작했고 사대보험에 가입했다는 점. :) (내 이름 하나만 달랑 씌여진 의료보험증을 받아들고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주식투자 역시 같은 맥락이다. 봉급생활자로 로또를 사느니 주식을 하라는 선배의 조언을 들은 적이 있고, 은행에 갔는데 펀드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느라 십오분을 허비한 적이 있고, 우리 아버지가 펀드 매니저를 자청하기도 했지만... 내 생각은 단순하다. 그 회사에서 노동하지 않았다면, 그 회사의 이익을 가져올 권리가 없다는 것.

내가 부동산이나 주식을 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가지게 된다고 해도 이 원칙을 지킬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글로 남겨봤다. 남들에 비해 손해보는 느낌, 뒤쳐진다는 불안감 따위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기를. 부당한 이익을 취하지 않고 상대적 박탈감도 느끼지 않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헬렌&스코트 니어링 [조화로운 삶] 리뷰에서 더 쓸 말이 많다. ㅋ)
by 작나무 | 2006/04/28 18:58 | 일궈낸글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treeart.egloos.com/tb/238748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Linked at 나무그림 : 신념과 돈. at 2008/02/15 17:29

... 칙이 있음미다.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사지 않는다. 내가 노동하지 않은 회사의 주식으로 이익을 보지 않는다. 주절주절주절." (자세한 속사정은 이 글을 참고하시라. 재테크에 관한 두 가지 원칙을 세우다) 삼성전자 주식이 얼마나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윳돈을 몽땅 집어넣은 아버지 입장에서는 상당한 타격일 것이다. 이럴 때 사람이 미쳐서 험한 데 불싸지르고 그러 ... more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