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짝반짝. 레비의 방.

나는 술을 마시면 늘 무리해서 마시고 완전히 취해버리는 타입이지만, 취중에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걱정은 다음날 아침에 어떤 방에서 눈을 뜰까 하는 것이다. 낯선 방에서 눈을 뜨면 쉽게 다시 잠들지 못해서 싸구려 러브모텔의 천박한 벽지를 보며 밤을 지새우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그곳이 내 방일지라도, 거울 속에 있는 낯선 사람 때문에 불편하게 시간을 보내게 된다. 나는 숙취보다 낯선 곳과 낯선 사람이 두렵다.

오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눈앞에서 빨간별이 반짝반짝 흔들렸다. 레비의 방. 익숙한 침구에서 나는 익숙한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눈을 뜨자 나의 방에 있는 것과 똑같은 졸업기념 전자시계의 커다란 숫자판이 보였다. (그리고 내 배 위에 올려진 핫팩, 감동.) 침대 위에 이불을 감고 돌아누운 그녀의 뒷모습, 비죽 튀어나온 작은 어깨가 보였고 편안한 낮은 숨소리가 들렸다. 나는 세수를 하고 물을 마시고 방바닥에 엎드려서 크리스티나 페리 로시의 책을 마저 읽기 시작했다.


by 작나무 | 2006/05/04 12:45 | 일상잡설 | 트랙백(1)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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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레비씨 안녕 at 2006/05/08 02:28

제목 : 작나무양과 포도쥬스
예상치 못했던 냉장고 안의 포도쥬스에 감동한 어느날 아침고마워요 ㅠㅠ...more

Commented by kueilove at 2006/05/04 15:38
초롱 초롱 사랑스러운 별꽃이구랴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6/05/06 01:25
ㅎㅎ
Commented by kueilove at 2006/05/06 14:02
섹스 한번에 별꽃이 하나씩 떨어지면.. 언제쯤 다 떨어질려나..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6/05/06 15:05
별꽃은 떨어지지 않아요. 더 생겨나고 피어나긴 하겠지만.
Commented by kueilove at 2006/05/06 15:44
기회가 된다면 저도 몇송이 고이 접어 받치고 싶군요.

예전엔 제 책상엔 항상.. 손때가 가득 묻은 종이접기 책 한권이 놓여있었는데..

요즘은 학접는 법도 가물가물..
Commented by 레비 at 2006/05/08 00:26
별은 항상 거기 있어서 별. 떨어지면 다시 붙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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