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자리.

사람 든 자리는 몰라도 나간 자리는 안다. 할아버지 말씀. 사라진 존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의 빈 자리가 다른 사람의 존재로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요즘,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일 관계로 아는 동료라고만 생각했는데, 역시 이별은 가슴아팠다. 어쩌면 나의 배덕함과 이중적인 모습에 대한 자기연민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한 사람이 떠날 때마다 생기는 내 안의 빈 자리를 다른 남자로 채우려 들었지만 늘 실패였다. 어떤 사람에게도 다른 이의 존재가 차지했었던 구멍에 맞는 모습을 요구할 수는 없었다. 나는 구멍투성이가 되면서 스폰지 처럼 더 유연해지고 부드러워졌으며 강해졌다.

내 안에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에 관해서는 어떻게도 더 이상 쓸 수 없을 것이다. 이 지면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감정이 버거워서. 그 사람이 떠나는 상상을 했다. 그의 빈 자리로 나는 검은 구멍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아마 현실에서는 잘 버텨나갈 것이다.

* 사진은 레비의 방 창문
by 작나무 | 2006/05/10 12:52 | 일궈낸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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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hi at 2006/05/16 21:00
사람이 들긴했는데 자꾸 들락거린다
차라리 나가버리면 고통이 덜 할까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6/05/17 09:35
나가버리면 허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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