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미용실-친절한 남자

아침에 미용실에 갔다왔다. 중학교 때부터 다녔던 우리동네 명동미용실, 명동으로 출퇴근하면서 명동에 있는 미용실을 매일 지나치고 있지만, 나는 이곳보다 나은 곳을 발견하지 못했다. 작은 미장원을 꾸려나가는 원장선생님에게는 유학파 헤어디자이너 아들네미가 있다. 유학파 라고 조금 비꼬는 것 처럼 들릴지도 모르는데, 정말로 많은 것들을 배워왔구나 싶은 느낌이 드는, 훌륭한 미용사. 사실 미용기술에 대해서는 내가 잘 모르니까 객관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겠지만, 이 정도는 말할 수 있다. "이 사람이 만져준 머리가 늘 맘에 들었다." 어쨌든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내가 그에게서 가장 높게 사는 부분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자상한 말을 '끊임없이' 건네는 능력이다.

일테면, 지난번 이곳을 방문했을 때 소세지형 탈모증상을 발견해 놓고, 이것을 어찌나 에둘러서 말해주는지, 하마터면 못알아들을 뻔 했을 정도. 아마도 여자손님이 부끄러워 할까봐 "스트레스 많이 받나봐요" "덴트계열 샴푸는 탈모에 좋지 않아요"(에서 우리나랴 샴푸제조업계의 문제점에 대한 질타도...) 등의 단편적인 이야기부터 '두피의 구조와 탈모의 원리'에 대한 상세한 설명까지 나눠주었다. 그리고 나서 반드시 피부과 병원에 가서 치료받을 것을 권해주는; 음. 쉬지 않고 이런 정보를 전달해주는 것도 놀랍지만, 내가 정말 놀랍게 생각하는 건 얼굴은 약간 찌푸린 상태로(말하기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이 모든 이야기를 늘어놓았다는 점이다.

오늘은 내 두피 상태를 점검해주고, 덴트계열 샴푸를 쓰면 안 되는 이유를 다시 설명해주고, 내가 원하는 만큼 짧게 머리를 잘라주었다. 머리를 손질하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요즘 사용하는 헤어 제품은 어떤 것인지와 내가 병원에 잘 다니고 있는지를 묻고(사실 요즘 바빠서 못가고 있는데 매주 갔던 것처럼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스트레스를 감소시켜주고 마음의 평정을 유지해주는 라벤더 아로마를 사용할 것과 수욕을 해볼 것을 권해주었다.

라벤더 아로마 평소에는 간편하게 코 밑에 발라주는 방법을 사용, (얼굴이 붉어질 수도 있고 열이 나거나 할 수도 있다.) 샴푸 등 헤어제품과 혼함하여 써도 좋고, 목욕 시 5-6방울 정도를 뜨거운 물에 넣어서 써도 좋다. 가격은 구천원 선.

그리고. 탈모방지를 위해서 수욕(手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뜨거운 물에 두 손만 담근 채로 긴장을 풀어주는 것. 두피와 두골 부위에 가해지는 압박으로 인해 탈모가 진행되는 경우, 팔과 어깨, 목 부위의 혈행이 좋아지면 개선될 수 있다.


많은 남성들은 친절함의 미덕을 인정하지 않거나 친절하게 행동하는 훈련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남성은 키워지면서 친절함 보다는 강인함을, 배려하는 성품보다 독자성과 자립심을 강요받았기에 서로 안아주고 위로해주는 풍경이나 손을 잡아주고 토닥이는 관계에는 익숙하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서인지 친절한 남자를 만나면 그 희소성으로 인해 더욱 따듯한 느낌을 받곤 한다. - 그러니까, 회사 앞 미니스톱 오전 알바를 하는 청년에 관해서 쓰면서 더 생각해봐야겠다.
by 작나무 | 2006/05/14 12:57 | 일궈낸글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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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레비 at 2006/05/15 00:42
친절한 남자. 가끔 위험하기도 하지 않을까?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6/05/15 19:19
친절함을 무기로 삼는 남자는 위험하지. (남자의 무기는 뭐든 위협적이니까.) 생각해보니, 강인함이나 성적 매력을 무기로 삼는 남자보다 친절함을 무기로 삼는 남자가 훨씬 위험했던 것 같기도 하다.
Commented by 오모 at 2006/05/15 22:11
전 친절한데, 그래서 다들 절 위험하다고 말하는군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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