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 십이지 전쟁

오랜 시간 타국을 여행하고 돌아온 장군이 왕 앞에 나섰다. 왕은 장군을 위해 연회를 베풀고 타국의 신기한 풍물을 전해달라 청했다. 장군은 망설이지 않고 육손이의 나라에서 통용되는 십이진법 이야기를 꺼냈다.

"폐하. 그 곳의 사람들은 모두 육손이더이다."
"육손이?"
"예, 손가락이 여섯개가 있어 도합 열두개의 손가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허어. 믿어지지 않는구나."
"참말입니다. 그들의 손가락은 엄지가 두 개 있는 듯한 형상이옵니다."
"그리하면 그들은 어찌 생활하는가?"
"딱히 다른 점은 없습니다만... 그들은 십이진법을 사용합니다.
"십이진법이라?"
"우리 숫자에서 십이 그들에게는 십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무슨 말인고? 열이 열둘이라 한다니."
"숫자의 자릿수가 십이를 기준으로 삼아져 있다는 말이지요."
"그 무슨 말 같지 않은 말인가?"
"허나 그들은 그리 살아갑니다."
"그런 기이한 것들이 있나. 망측하다."
"그렇습니까?"
"두고 볼 수가 없구나."
"그렇다면 그들에게 십진법을 사용토록 명령하겠습니다."
"당연한 말을. 저들이 만약 거부한다면 몰살시키도록 하라!"
"알겠습니다."

.......


"장군. 장군. 잠시만 그 칼을 거두소서. 죽을 때 죽더라도 왜 죽는지는 알아야겠소."
"십진법을 사용하라는 명령을 어겼기 때문이다."
"허나 우리 백성들은 십진법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러니 죽어야지."
"우리네 십이진법으로 인해 대국에 무슨 변고라도 생겼소?"
"아니다. 그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전쟁을 하는 게요?"
"전쟁에 어떤 다른 이유가 있는겠가? 인자한 왕께서 어찌 이해할 수 있는 존재를 살해하라 하셨겠는가?"
"장군. 부디  저희에게 기회를 주소서. 십진법을 사용하겠나이다. 왕께서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되겠나이다."
"엄지손가락 위에 돋아난 흉한 것을 어찌 감출 셈이냐?"
"이 손가락을 자르겠나이다. 오손이로 살아가겠나이다."

.......


"폐하. 이제 저들 중에 육손이는 하나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수고하셨소. 장군."
"갓난 아기까지 모두 흉한 손가락을 잘라내어, 이제 저 미개한 것들도 열 손가락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훌륭한 일이오.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오."
"과찬의 말씀입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을 발견했습니다."
"무엇이오? 그 째깍대는 것은."
"저들이 시계라고 부르는 물건이옵니다."

by 작나무 | 2006/06/04 03:00 | 손바닥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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