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 결혼은 미친 짓이 아닐 수도 있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는 연애-결혼-부부-가족의 네 장으로 구성된다. 이는 일반적으로 한 여자와 한 남자가 만났을 때 진행되는 과정이지만, 이 소설에서는 한 여자와 두 남자의 관계를 풀어간다. 이 특별한 사랑이야기는 축구에서 시작된다. 덕훈(나)과 인아(아내)는 축구를 통해 정서적 공감대와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연애를 시작한다. 덕훈은 인아를 독점하기를 원하지만, 인아는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연애관계(Monogamy)를 거부한다. 덕훈의 집요한 결혼제안에 결국 인아도 합의하지만 그 조건은 서로의 사생활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아내를 독점하지 않기로 결심한 쿨한 남편 덕훈의 결혼생활은 시련의 연속이다. 아내는 두 번째의 결혼을 선언했고, 두 집 살림을 시작했으며, 두 남자의 아이를 낳았고, 결국은 모두 함께 살자고 한다.

이 담대한 폴리아모리(polyamory 다자연애)의 화신, 인아의 캐릭터를 보자. 그녀는 모노가미의 한계를 지적하는 충분한 이론적 토대를 기반으로 중혼을 선택하여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다. 이는 그녀가 모노가미에 적응하지 못하는 (방탕한) 여성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녀는 최고의 섹스파트너이고 가사노동의 달인이며 다정한 아내이자 충실한 며느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부족함이 없는 여성이다. (이런 설정은 남성중심적 이상향의 반영이라기 보다는 보수적인 독자의 비판을 견제하는 방어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한 남자와의 삶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녀가 바라는 미래는 “삶의 방식이 유지되고 발전하는 것에 대한 전망 같은” 것이기 때문에, 연애의 무덤이라 하는 결혼에서도 연애의 죽음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덕훈이 폴리아모리를 수용하는 과정은 과정은 흥미롭다. 덕훈은 아내에 대한 (독점적인) ‘사랑’으로 인해 다른 남자에 대한 아내의 ‘사랑’을 인정하고 ‘공동의 삶’을 수용하게 된다. 그는 아내의 주장을 반어적으로 지지한다. “내 마누라는 말을 너무 잘 한다. 얄미울 정도로... 설득될 것 같다.”라고 독백하거나 “학자들마저 내 속을 긁는다”고 하며 그들의 이론을 소개하는 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아내의 다른 남자 재경을 찾아가 주먹을 날리고, 아내에 대한 독점욕을 숨기지 못하며, 아내의 아이에게 자신의 유전자가 포함되어 있을지 의심하는 보편적인 욕망을 가진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덕훈이 느끼는 질투와 분노와 반발심 모두 독자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한다. 만약 인아가 이야기의 화자였다면, 그녀는 제2의 사라로 응징당했을지 모른다.

작품에서는 인아와 덕훈 그리고 두번째 남편 재경의 입을 통해 관련 이론은 충실하게 전달한다. 기든스의 합류적 사랑이나 데리다의 시민결합과 같은 사회학이론을 소개하고 인류학과 진화생물학을 근거로 모노가미의 신화를 지적한다. 이론적인 반박뿐 아니라 문학작품과 영화에 등장하는 비독점적 연애관계 모델을 제시하고, 제니스 조플린의 triad(삼자 연애관계)나 올리비아 뉴튼존의 Culture shock와 같은 노래가사를 인용하는 식으로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진다.

서사의 전개를 따라 제시되는 축구 이야기도 흥미를 더하는 요소이다. 아내의 중혼을 “골키퍼를 두 명 기용하는” 것으로 비유하거나, 덕훈이 “그놈과 나 둘 중 누가 더 잘 하냐”고 묻자 아내가 “우리 팀은 투 톱 체제야”라고 답하는 등의 언어유희는 무거운 주제를 가볍게 풀어주는 요소임에 분명하다. 또한 축구라는 스포츠가 가지는 대중성은 소설의 안팎에서 일종의 합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덕훈과 인아가 연애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축구이며, 인아를 중심으로 만나게 된 두 남자도 축구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 아내가 해산하는 동안 산부인과에서 만난 두 남자는 축구를 소재로 이야기를 트고, 아내가 미국으로 간 이후 두 남자는 축구선수 지단의 특집방송을 보며 서로의 외로움을 달랜다. 이 가정에서 딸 지원(지단 넘버원의 줄임말이란다)이 어떻게 성장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적어도 ‘축구로 하나되리’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두 남자와의 사랑을 지켜가는 한 여자에 대한 서사이거나 일부일처의 해체를 주장하는 논설이다. 서사의 개연성은 부족하고 주장의 강도는 약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된 것이 아닌가. 이 소설의 미덕은 소설에서 설명하는 축구의 미덕과 일치한다. “축구는 어쩌면 정치적인 여러 문제와 갈등을 희석시키는 좋은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축구는 평화를 가져다줄 수도 또 어떤 정치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도 없다.” “그러나 모든 정치색을 거세해도 축구는 여전히 재미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진짜 축구다.” 이 소설은 어떤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 그러나 모든 사회적 의미를 거세해도 이 소설은 여전히 재미있으며 그것이야말로 진짜 소설이다.

인아는 이렇게 말한다.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일에는 관심 없어. 거창한 건 싫어. 그냥 우리끼리만 잘 살면 돼.” 그러나 이 책은 이미 새로운 문화를 제시하고 있다. 그 방식은 결혼제도의 희생양을 고발하는 르뽀나 모노가미의 붕괴를 예고하는 묵시록과 같이 비장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결혼생활의 또 다른 모델을 보여주는 것이다. 다양한 모델, 다양한 실험을 통해 우리는 더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은 미친 짓이다? 어쩌면 미친 짓이 아닐 수도 있다.

by 작나무 | 2006/06/12 15:22 | 읽고쓰기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treeart.egloos.com/tb/248681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레비 at 2006/06/12 15:49
응응 괜찮은데;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6/06/13 18:25
ㅇㅇ 좀더 수정하도록 해보께/
Commented by 핏빛고양이 at 2006/06/15 21:08
나름 올해(올해맞아?) 최고의 발칙한 소설이라던데(보지는 않았지만) 너무 평이하숑 ㅋ 문학적 상상력을 끌어올리는 거 어때? 내용은 좋아.. 근데 평이해+_+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6/06/16 20:05
ㅇㅇ 레포트같이 썼어. 평범해.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