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항 인터뷰 후기.

김규항 선생님 인터뷰하러 갔다가 왔는데 병원에 입원하고 어쩌고 하느라고 한동안 미루다가 이제야 정리.
인터뷰어는 너부리님이시고, 작나무는 사진 찍는다고 두리번거리고 산만하게 왔다갔다 하고 그랬다.
기억하는 대화내용과 작나무의 사견이 포함된 잡다한 메모 남기겠삼.



1. 진보지식인 또는 진보주의자

-고래가 그랬어, 의 창간의도는?
-나는 진보...
-진보지식인으로서?
-... 비웃었지?
-아닙니다.
-진보주의자라고 하려했어.

2. 고래가 그랬어?

-고래가 그랬어,라는 제목은 무슨 뜻?
-뜻이 없지. 제목에 무슨 함축적인 뜻이 있어야 한다는 것도 어른 중심의 고정관념이잖아. 창작과 비평, 사상계 이런 제목들 어른식의 제목 트로트라구. 우리도 처음에 기획하면서 꿈, 구름 이런 거 나왔는데 얼마나 관찰자적이야? 제목은 즐거우면 되는 거지. 고래가 그랬어? 고래가 그랬대, 재미있잖아?

고래가 할 수 있는 건, 공감하고 카타르시스를 주게 하는 것, 희망을 주는 거지. 양식있는 어른들이 어린이들에게 권할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재미있는 잡지가 되었으면 좋겠어.

(지나가는 말 처럼. '고래'를 싫어하는 애들은 거의 없다는 말이 나왔던 것 같은데, 정말 그래? 뭐... 쥐 처럼 비호감은 아니지만, 별로 호감은 아닌데. 좀 무섭지 않아?
짝퉁으로 [팬더가 그랬어] 만들까... 양식있는 어른들끼리 돌려보며 므흣한 미소를 교환할 수 있는, 남자친구에게 권해줄 수 있는, 성인이 된 딸에게 부모님이 정기구독 신청을 해주는... 팬더도 흥분하는 꼴림성 발기성 건전명랑잡지. - 조낸 딴지스러운데 재미없다. ㄱ-)

-인간에 대한 이해는 어떤 면에서는 인간으로서의 경쟁력?
-그럴 수도. 하지만 중동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이스라엘 처럼 행동한다면 ... 그 아이는 우월감으로 가득차게 되겠지.

-자녀교육관은?
-사람으로 키우는 것.
-인간답게?
-아니. 사람으로.
-사람의 개념은?
-다른 사람 생각하는 게 사람이지.

3. 작업실 분위기

-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전자드럼과 기타가 있었다. 뭐 그런 단면들.

- 창가의 새 조각. 솟대 이미지를 연상케하는 목각+철조. 누구 작품인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수줍어서... -_-;

- 안상수 선생님의 것으로 확인된 타이포그래피 작품.
이후에 mehi가 안상수샘 블로그와 김규항샘 블로그 디자인이 같다는 점을 지적해주었다. 내 즐겨찾기에도 두 분 블로그 주소가 있었는데, 그것도 같은 폴더에... +ㅂ+;

- 그리고 홍성담의 목판화. 좌파 작업실의 민중미술 목판화는 빨간티에 빨간치마를 코디하는 듯한 센스.
여담인데, 추상회화가 20세기 초 러시아에서 시작된 건 정말 의미있는 부분이라 생각해. 미국에서 우파 아자씨들이 추상화는 빨갱이 회화라고 그랬던 것도 타당한 말 같아. 안상수 샘 타이포 작품에서 공동체중심적인 어떤 에너지가 막 느껴져서 하는 말이야. (난 너무 소심해서, 빨갱이 선생님 죠아요~ 이렇게는 말 못하겠네. 결국 할거면서 막 이래;)

4. 그밖의 이야기들

- '금단황계탕'이란 식당 앞을 지나다가 하신 말 "우리 딸 이름(金丹)하고 같다."
이 멘트에 감동받았다는. +ㅂ+; 김단씨 조낸 부럽삼.

- 김규항샘은 절대'민중'미각을 가졌다고. 모든 음식에 대한 평은 "맛있다" 또는 "진짜 맛있다" 중 하나라고 하는데... 그 날 먹었던 제육볶음은 "맛있는 음식"이라고 평하셨음. (요리를포함한가사노동에익숙한)'맏딸'미각을 가진 작나무의 입장에서는 결코 동의할 수 없었다.

- 페미니즘은 "고통의 이론" 논리적 잣대와 근거로 논박할 수 없는 "체험의 이데올로기". 라는 말이 기억난다. 맥락은 기억나지 않지만, 일단 공감한다.

- 김규항의 숨겨진 과거폭로!!! 제1회 부산영화제 아트디렉터로 참여... (-_-; 찌라시 카피 써보고싶었어.)

5. 싸움의 기술

나는 싸움에 소극적이다. 가장 소극적인 투쟁의 방식을 선호한다. 그 방식을 선호한다는 말은 지지한다는 말과 다르다. 나는 폭력을 두려워하고 기피하는 것일 뿐 비폭력주의자는 아니다. 그것은 자학이거나 자기모멸에 가까운 짓거리인데, 그런 방식으로 승리를 얻는 경우도 드물게 있지만, 대개는 진다.

나의 싸움은 어째서 이렇게 소극적인가? 그들에 의해 진 것이 아니라 나에 의해 졌다고 변명하고 싶기 때문이다. 나의 나약함을 상처를 드러내고 싸우기 두렵기 때문이다. 자기모순을 극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런 싸움은 사실 싸우지 않는 것과 같다. 싸움에서 이기거나 지거나 하는 확률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결과도 기대하지 않고 싸운다는 점에서 말이다.

언젠가 내가 진짜 싸움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그 방식이 스스로를 기만하거나 진실의 다양한 측면을 외면하는 식이 아니기를 바란다.

거창하게 썼는데... 김규항샘에게서 싸움의 기술을 배우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나도 맷집은 좋거든요, 동전던지기를 연마하겠음다." (영화 싸움의 기술, 안 봤으면 조낸 썰렁한 농담;)

+ 추가
나는 왜 불온한가, 책에 사인받았다. 아무도 안 부러워해도 마구 자랑질해야지.
동방신기 사인 삼백장이랑도 안 바꿀테야!
(졸리니까 재미없는 농담 찍찍댄다. 고만 자야지. -0-;;)

 

by 작나무 | 2006/06/15 01:34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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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hi at 2006/06/15 10:54
엊그제 축구를 보다가 싸움의 기술 하나를 알게 된 것 같어. ㅎ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6/06/15 14:45
주심이 보는 앞에서는 아프게 맞아준다; 막 이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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