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적인 생각'은 없다.
* 독창성에 대한 철학적인 논의는 아니다. (지적재산권에 대한 이야기에 더 가깝다.)
그리고 나의 '독창적인 주장'은 아주 적고 인용은 매우 많다.
1.
(전략:다윈은 비글호 항해를 마친 뒤 영국으로 돌아와 [(자연선택에 의한) 종의 기원](1859년 11월)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1844년 인간이 신의 도움 없이 진화했다는 내용을 담은 [창조사의 자연사적 흔적]이 익명으로(후에 로버트 체임버스, 스코틀랜드의 출판인의 저작으로 밝혀졌다) 출판된 뒤 심각한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에, 다윈은 자신의 원고 발표를 망설이고 있던 상황이었다.)
다윈의 원고는 그가 사망할 때까지 숨겨져 있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1858년 초여름 극동 지방으로부터 놀라운 소포가 전해졌다. 그 소포에는 앨프레드 러셀 월리스라는 젊은 박물학자의 호의적인 편지와 함께 비밀에 부쳐져있던 다윈의 책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한 자연선택 이론을 설명하는 "변종(變種)이 원종(原種)으로부터 무한히 멀어져가는 경향에 관하여"라는 논문의 원고가 들어있었다. 몇몇 구절은 다윈의 것과 완전히 일치하기도 했다. "그보다 더 놀라울 정도로 일치하는 경우를 본 적이 없다." 당황했던 다윈의 기억이었다. "만약 월리스가 1842년에 썼던 내 원고를 보았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더 훌륭한 초록을 만들 수는 없었을 것이다." (중략)
어쨌든 월리스는 다윈이 말하려고 했던 것을 이해하지 못했고, 당연히 자신의 이론이 다윈이 실제로 20년 동안 진화시켜왔던 것과 거의 똑같다는 사실도 몰랐다.
다윈은 난처한 입장에 놓이게 되었다. 만약 자신의 우선권을 지키기 위해서 서둘러 출판을 하게 되면, 먼 곳에서 자신을 좋아하던 사람이 순진하게 제공한 정보를 이용한 처지에 놓이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신사처럼 옆으로 비켜나면, 자신이 독립적으로 발전시켜왔던 이론에 대한 권리를 잃어버리게 된다. 월리스 자신이 인정하듯이, 월리스의 이론은 한순간에 번뜩였던 통찰력의 결과였다. 그러나 다윈의 이론은 몇 년에 걸친 조심스럽고, 단조롭고, 체계적인 사고의 산물이었다. 모두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부당한 것이었다. (중략)
(다윈의 친구들) 라이엘과 후커는 다윈과 월리스의 이론을 함께 발표하자는 중재안을 제시했다. 그들이 선택한 장소는 당시 과거의 명성을 되찾으려고 애를 쓰고 있던 린네 학회의 학술회의였다. 1858년 7월 1일에 다윈과 월리스의 이론은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중략)
그때까지 극동지방에 있었던 월리스는 모든 일이 끝난 후에야 어떻게 되었는가를 알게 되었지만,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 그저 자신의 업적이 함께 공개된 것으로 만족했던 것 같다. (중략)
다윈이 주장했던 우선권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던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정원사 패트릭 매튜였다. 놀랍게도 그 역시 다윈이 비글호 항해를 떠나던 바로 그 해에 자연선택의 원리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불행히도 매튜는 자신의 주장을 [해군 목재 및 수목 재배]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책에 발표했다. 다윈은 물론이고 전 세계가 그의 논문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매튜는 다윈이 실제로는 자신의 생각을 가지고 인정을 받는 모습을 보고 [정원사 신문]에 현지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항의를 했다. 다윈은 지체 없이 사과를 했지만, 기록을 위해서 "[해군 목재 및 수목 재배]의 부록으로 실렸던 그의 주장이 얼마나 간결했던가를 생각하면, 나는 물론이고 다른 어떤 박물학자도 매튜 씨의 주장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없었던 것은 놀랄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후략)
- 빌 브라이슨, 이덕환 옮김,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까치, 2003. 25장 다윈의 비범한 생각에서.(직접인용 pp.406-408) 한자병기를 제외한 괄호처리와 볼드처리는 작나무가 임의로 한 것. 또한 오탈자와 띄어쓰기 오류의 일부도 작나무에 의한 것이다.
2.
저는 잡지사 앙앙의 안동선이라고 합니다.
부자 남자 후리는 법(?)에 관한 기사 때문에 딴지에서도 들어본 잡지일 겁니다.
이렇게 메일을 드리는 이유는 명랑 할 때 좋은 음악 기사 때문입니다.
어떤 이와 메신저로 수달 떨다가 마빈 게이의 왓츠 고잉 온을 들으며 한 원 나잇 스탠드에 관한 얘길 듣고는 이 달, 재밌는 아이템인 것 같아 취재를 하고 원고를 쓰는 와중, 남로당에서 날라온 메일에 제가 기획한 것과 똑같은 아이템이 떡 하니..
이미 취재는 했고 음악도 섹스도 마빈 게이도 너무 좋아하는 터라 나올 법한 기획이려니 하고 진행하던 중에 이미지를 고르다가 유니버셜에서 이번에 나온 마빈 게이의 에센셜 앨범 커버가 섹스의 환희를 나타내는 표정 같기도 하고 딱 맞는 듯 하여 쓰려하는데 이런 이런 그 이미지 까지 똑같다니 그건 도대체 쓸 수 없을 것 같아 행여 레이아웃 잡을 때 쓰게 되더라도 고의로 배낀 것 아니니 오해는 말아달라는 얘길 드리려 딱 죽을 것 같은 마감의 와중에도 이렇게 장문의 글을 보냅니다.
그럼..
이 글은 몇달전에 받은 편지. 앙앙의 안동선 님께서 남로당 필진 앨리스 님께 보낸 편지인데 어째서인지 남로당 관리자 메일로 보내시는 바람에 내가 열어봤다. (그러고보니 이거 앨리스 님께 전해드리는 거 깜빡한 것 같다... 으헥;; -_-)
그리고 아래는, 위 메일을 받고나서 남긴 일기
이런 메일을 뒤늦게 발견했다. 음. 사람의 생각은 다 거기서 거기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버렸다.
저 기사 내가 편집했던 것인데, 마빈 게이의 에센셜 커버를 선택했을 때, 나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딱 이거야, 이 사진이 이 기사에 제일 잘 어울려! 망설임 없이 선택! 소재가 비슷하면 틀이나 형식도 비슷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이상해졌다. 참.
3.
솔로몬은 말한다. "지구 아래에 새로운 것은 없다"고.
따라서 플라톤이 생각했던 것처럼 "모든 지식은 단지 회상일 뿐이다."
이에 응해 솔로몬은 자신의 격언을 말한다. "모든 새로운 것은 단지 망각의 결과일 뿐이다."
- 프란시스 베이컨 에세이 58 의 내용, 보르헤스의 소설에서 인용.
'독창적인 생각'은 없다. 유일무이한 독창성은 근대기 서구사회에서 인간에 대해 품고 있었던 환상 중 하나이고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순순히 인정하는 모더니즘의 그림자에 불과하다. 위의 몇가지 예에서 보듯, 다만 '많은 다른 생각'과 '많은 같은 생각'이 있고, 이런 생각들 중 후에 기억된 것이 있고 아닌 것이 있을 뿐이다.
4.
다윈의 예에서 보듯이, 그 '독창적인 생각'이 경제적 이득과 결부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지적재산권의 문제점은 이것이다. 그들의 지적인 업적과 성취가 금전으로 환산된다는 점 말이다.
많은 분들이 생각업이 말씀하시는 불법이라는 것의 논리적 근거는 단순히 법과 제도 속에서 나온 겁니까? 공유 정신 속에는 지식과 정보의 완전 공유라는 사회주의적 가치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법과 제도로 공유를 불법이라 몰기 전에 왜 이 법과 제도가 있어야 하는 지를 말해주시기 바랍니다. 자본주의 논리와 자본가의 이익을 위해. 아니면 지식 창출자에 대한 보상을 시장 원리로 풀어야 하기때문이라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때 저희도 그 지식 창출자의 보상에 있어 그 문제를 사회로 환원하고 그 지식과 정보는 빈부의 격차없이 사회가 공유 하고자 한다고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 카피라이트에 대해서 별로 깊게 생각하지 않고 싸지른 듯한 무성의한 글에 대해, 카피레프트를 지지하는 입장에 있는 다른 사람이 남긴 반박 덧글. 원문보기
사실 나는 카피레프트를 지지하지만, 그렇다고 카피라이트를 반대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지적재산권이 보호받지 못하면 난 머 먹고 살아가나... ;ㅅ;)
5.
자신만의 독창적인 생각을 주장하기 위해 투쟁하는 다른 예가 있어서 기사 링크 하나 추가한다. 김용, "6월초 미국서 직접 소송제기하겠다" 마이데일리 연예
나는 영화도 보지 않았고 소설도 보지 않았으며, 어떤 코멘트도 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둘 다 보았을지라도 이런 문제에 대해 쓸모없는 코멘트를 하느니 한 번 더 웃고 말겠다.
물론 이보다 더 재미있는 예는 많이 있다. 사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자신의 우수하고 독창적인 글이 표절당했다고 길길이 날뛰었던 어떤 블로거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블로거들은 무척 많이 발견된다.
오늘 싸이월드에 관련해서 블로그를 돌아다니가 그닥 새로울 것도 없는 포스팅에 (나는 그와 관련한 내용을 그보다 두달 전에 들었다) 대한 자신의 지적재산권을 주장하는 포스팅을 올려대는 멍청한 블로거와 그에 동조하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모처럼 신나게 웃었다. 지적재산권을 주장하기 위해 중요한 점은, '당신이 사실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자신의 생각이 독창적인 것이라고 착각하면서 글을 쓴 시점'이 아니다. 당신이 쓴 글이 의미있는 것으로 인정받기 위해서 갖춰져야 할 요건은 그 외에도 무척 많다. 남의 송사는 늘 흥미롭지만 이번 일이 그리 흥미롭지도 않은 까닭은 소송이 성립될리 없기 때문이다. 그, 멍청한 블로거가 쓴 글을 좀 옮겨오면 다같이 웃을 수 있을텐데, 그분의 지적재산권이 훼손될 우려가 있으므로 생략하겠다. 또한 나름 블로그 지인인 그분을 존중하기 위해서 링크도 남기지 않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