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들어와서 습관적으로 포르노를 봤다. 갱뱅이었고 여주인공이 대충 대여섯명의 남자를 상대하는 내용. 여자가 남자1에게 오럴을 하면서 2의 자지를 손으로 만져주고 있으면서 동시에 3이 여자의 질속으로 자지를 밀어넣는 그런 전형적인 상황이었다.
이런 장면에서 감상의 포인트는 조낸 뻘쭘하게 주변에 둘러서서 자신의 자지를 만지며 관전하는 다른 남자들이다. 물론 카메라는 그들을 잘 포착하지 않지만 우연히 스쳐 지나간 얼굴에서 상당히 많은 표정을 읽을 수 있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남자의 초조한 탐욕이 보이는 화면에서 일시정지하고 마스터베이션을.
그리고 남자들이 차례대로 사정하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첫번째 남자가 한참을 씩씩거리다 여자의 동그란 가슴에 사정을 했다. 그러자 여자가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하얀 액체가 호흡곤란을 일으킨 화학적인 원인이 된 것 같지는 않지만, 아마도 이렇게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여자는 남자가 사정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높고 빠르고 날카롭게 신음소리를 고조시켰고, 남자가 절정에 이르자 마른 목에 통증을 느꼈을 것이다.
여자는 무리했고 기침을 했다.
여자가 기침을 해대는 와중에도 남자들은 순서에 충실했다. 두번째 남자가 여자의 다리 사이에 위치해서 충분히 단단해진 욕망을 삽입했다. 그 순간 여자는 기침을 멈추고 외마디 비명을 내뱉었다. 아 - 남자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여자는 다시 마른 기침을 조금 하다가 기침을 신음으로 전환하여 리드미컬하게 남자의 속도를 따라갔다.
여자는 남자의 성적 흥분을 반영하는 목소리로 역할하고 있었는데 능력 이상의 연기를 하다가 기침이 터져버렸다. 여자는 기침을 하는 와중에도 삽입이 시작되자 외마디 비명소리와 미간의 주름을 통해 남자의 단단한 욕망의 정체를 확인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 상당히 코믹하지만 이런 상황은 사실 나도 매우 잘 알고 있다. 나도 역시 목소리고 거울이기 때문에 말이다. (이에 관해 다양한 표현이 존재한다. 잘 주는 여자,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여자, 위로해주는 여자, 만족하는 여자...)
보다가 말았지만 아마 대여섯명의 남자들이 모두 사정하면 이 시나리오는 끝날 것이다. 여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만족스러운 표정과 목소리와 몸짓으로 남자들의 욕망을 반영해줄 것이고 말이다. 너무 뻔한 이야기. 그런데 그 사이에 터져나온 기침은 포르노의 전형을 살짝 뒤틀어놓는다. 나는 포르노의 그런 장면들이 좋다. 콘돔을 씌우는데 손이 미끄러진다든지, 삽입을 하려는데 잘 안 들어간다든지, 새로운 체위를 시도하는데 손발이 잘 안 맞아서 허둥댄다든지, 그런 아마추어적인 모습들이 좋다. 매끄럽게 포장된 이야기보다 거칠고 복잡한 이야기가 훨씬 더 자극적이기 때문에. 그런 '실수'에서 전형을 넘어서는 대안을 찾을 수 있기 때문에. 글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