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는 에덴동산에서 사랑을 나눈 마지막 연인들이었다. - 벌거벗은 채 술을 마시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리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나는 이 문장으로 시작할거야. 우리는 에덴동산에서 사랑을 나눈 마지막 연인들이었다.
팔월중순, 그 방은 열기와 습기로 가득했다. 에덴이 이렇게 더운 곳이라면 차라리 선악과를 먹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러나 누구도 금지하지 않은 금단의 열매에서는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상대의 입술에서도 자지에서도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오직 나의 입안에서 나는 맛 만이 생생했다. 수박의 향긋한 달콤함과 맥주의 알싸한 맛이 뒤섞여 나의 입 안에서는 달고 쓰고 시고 짜고 부끄러운 자기고백의 맛이 났다. 무미했기 때문일까, 질펀하게 선악과를 따먹은 뒤에도 우리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지 않았다. 여전히 벌거벗고 있음은 수치스럽지 않았고 서로의 생을 소모하고 있음이 죄스럽지도 않았다. 에덴은 여전히 뜨거웠다.
2.
테이블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위스키를 마시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소소한 수다와 농밀한 자기고백이 뒤섞여 흘러나왔다. 몸을 찾던 것처럼 이야기를 채웠다.
고종석의 책을 읽어봐. 지금 너에겐 잘 맞을 거야. 쿤데라와 고진의 고원을 찾아가봐. 빌헬름 라이히에 대해 공부해봐.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프로이트. 좌파. 라고 적었다. 그는 계속 말했다. 파시즘과 대중심리 그리고 성과 해방도 읽어봐. 나는 그가 불러주는 책 제목을 끼적끼적 적었다. 지금 다시 보니 그 종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루쉰. 희망. 불가능을 변명삼아 모든 것을 열어두면 안돼. 이문열은 정말 글쟁이. 삶 속에 글이 있어야지, 글이 삶을 집어삼키면 안돼. 콜린 윌슨-기담. 살인의 철학. 화장실에 펜 들고 가기. 코뮤니스트는 없어. 이 텍스트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신 나는 그가 몇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가 느꼈던 좌절과 불안감에 대해 거의 다 기억하고 있다.
어쨌든 그도 펜을 들고 종이 아래쪽에 인터넷 헌책방의 주소를 적어주었다. www.bookagain.co.kr www.book017.co.kr 011
3.
여전히 에덴은 더웠고 우리는 헌책방에 가기로 했다. 헌책방의 먼지냄새를 들이키면서 그곳에 얽힌 그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러시아 혁명가들의 일대기를 요약한 책과 여행용 중국어 회화책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을 집어들었고 그는 바다한가운데서를 들고 그곳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뵐플린과 파노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그는 내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왜 우리는 이제야 만난걸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때 만났고 지금은 만나지 않고 있다.
4.
그는 술병이든 술잔이든 그 열려있는 입구를 손으로 움켜쥐거나 손바닥으로 덮어 가리고 누르곤 했다. 소유욕이 강한 남자들이 그런 행동을 하곤 하는데 그가 나에게는 그런 일 하지 않아주어 감사한다. 지금 나는 그의 에덴을 떠나 다른 에덴에 정착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수치를 모르고 숨기지 않으며 사랑을 갈구한다. 새로운 에덴은 그리 덥지 않고 앞으로 점점 추워질 것이다. 어쨌든 시간이 흐른다는 건 감사해야 할 일.
5.
내가 작나무 작업기 버전2.4를 24세 생일에 맞추어 출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출시여부와 무관하게 그 계기를 제공해준 사람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말을 해야할 것 같다. 언젠가 내가 업그레이드 된다면 그가 조금 더 그리워질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하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에덴동산에서 사랑을 나눈 마지막 연인들이었다. - 벌거벗은 채 술을 마시면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만약 우리 이야기를 쓰게 된다면 나는 이 문장으로 시작할거야. 우리는 에덴동산에서 사랑을 나눈 마지막 연인들이었다.
팔월중순, 그 방은 열기와 습기로 가득했다. 에덴이 이렇게 더운 곳이라면 차라리 선악과를 먹는 게 나을지도 몰라. 그러나 누구도 금지하지 않은 금단의 열매에서는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상대의 입술에서도 자지에서도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았다. 오직 나의 입안에서 나는 맛 만이 생생했다. 수박의 향긋한 달콤함과 맥주의 알싸한 맛이 뒤섞여 나의 입 안에서는 달고 쓰고 시고 짜고 부끄러운 자기고백의 맛이 났다. 무미했기 때문일까, 질펀하게 선악과를 따먹은 뒤에도 우리는 에덴동산에서 추방당하지 않았다. 여전히 벌거벗고 있음은 수치스럽지 않았고 서로의 생을 소모하고 있음이 죄스럽지도 않았다. 에덴은 여전히 뜨거웠다.
2.
테이블에 머리를 맞대고 앉아 위스키를 마시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소소한 수다와 농밀한 자기고백이 뒤섞여 흘러나왔다. 몸을 찾던 것처럼 이야기를 채웠다.
고종석의 책을 읽어봐. 지금 너에겐 잘 맞을 거야. 쿤데라와 고진의 고원을 찾아가봐. 빌헬름 라이히에 대해 공부해봐. 그의 말을 들으며 나는 프로이트. 좌파. 라고 적었다. 그는 계속 말했다. 파시즘과 대중심리 그리고 성과 해방도 읽어봐. 나는 그가 불러주는 책 제목을 끼적끼적 적었다. 지금 다시 보니 그 종이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루쉰. 희망. 불가능을 변명삼아 모든 것을 열어두면 안돼. 이문열은 정말 글쟁이. 삶 속에 글이 있어야지, 글이 삶을 집어삼키면 안돼. 콜린 윌슨-기담. 살인의 철학. 화장실에 펜 들고 가기. 코뮤니스트는 없어. 이 텍스트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대신 나는 그가 몇번이나 반복해서 말했던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가 느꼈던 좌절과 불안감에 대해 거의 다 기억하고 있다.
어쨌든 그도 펜을 들고 종이 아래쪽에 인터넷 헌책방의 주소를 적어주었다. www.bookagain.co.kr www.book017.co.kr 011
3.
여전히 에덴은 더웠고 우리는 헌책방에 가기로 했다. 헌책방의 먼지냄새를 들이키면서 그곳에 얽힌 그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러시아 혁명가들의 일대기를 요약한 책과 여행용 중국어 회화책과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쥐의 똥구멍을 꿰맨 여공을 집어들었고 그는 바다한가운데서를 들고 그곳을 나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서 뵐플린과 파노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했을 때 그는 내 말을 끝까지 듣고 나서, 왜 우리는 이제야 만난걸까,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때 만났고 지금은 만나지 않고 있다.
4.
그는 술병이든 술잔이든 그 열려있는 입구를 손으로 움켜쥐거나 손바닥으로 덮어 가리고 누르곤 했다. 소유욕이 강한 남자들이 그런 행동을 하곤 하는데 그가 나에게는 그런 일 하지 않아주어 감사한다. 지금 나는 그의 에덴을 떠나 다른 에덴에 정착하고 있다. 나는 여전히 수치를 모르고 숨기지 않으며 사랑을 갈구한다. 새로운 에덴은 그리 덥지 않고 앞으로 점점 추워질 것이다. 어쨌든 시간이 흐른다는 건 감사해야 할 일.
5.
내가 작나무 작업기 버전2.4를 24세 생일에 맞추어 출시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출시여부와 무관하게 그 계기를 제공해준 사람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말을 해야할 것 같다. 언젠가 내가 업그레이드 된다면 그가 조금 더 그리워질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분명하다는 점도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