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좁은 '틈'으로는 그것이 차지하고 있는 공간보다 더 많은 것이 오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곳에는 무단침입을 허락하지 않는 단호함이 숨어있다. 색색의 미묘한 구조는 조각이불 같이 느슨하고 부드러운 것이 아니다. 색면을 채우는 크레파스의 밀도는 그곳이 허술하지 않다는 점을 강조한다. 날카로운 것으로 긁어내린 듯한 검은 선은 무심하게 보인다. 일정한 방향으로 나란히 뻗어가지만 교차되는 지점은 많지 않다. 저것은 반복되어온 상처의 기억일까 그것이 벌어지면 또다른 구멍이 되는 걸까. 만남과 소통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