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풀베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

"엘 도라도에 갈 참인데 돈이 없소.
나를 태워주면 이놈들을 파는 대로 뱃삯을 지불하리다."

선장은 그가 내려놓은 우리를 힐끔 쳐다본 후에 여러날 깎지 못한 턱수염을 손으로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앵무새 한마리를 뱃삯으로 치겠소.
우리 아들놈에게 그걸 한마리 사주겠다고 약속했거든."

"이 새들을 떼어놓으면 슬퍼서 죽게 될 거요. 그러니 한 쌍을 가져가고 돌아올 때의 뱃삯까지 치른 것으로 합시다."


(루이스 세풀베다, 연애소설 읽는 노인, 열린책들, p.80)

그는 기하학책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나름대로 과연 그 책이 머리를 싸매고 들여다볼 만한 책인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는 그 책속에서 아주 긴 문장 하나를 기억했는데 그것은 "직각삼각형에서 빗변은 직각의 맞은편에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이따금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혼자 중얼거리게 되는 말이자 나중에는 엘 이딜리오 주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말이 되었다. 그들에게는 기이한 욕설이나 주문처럼 들렸던 것이다. 역사에 관한 책은 마치 거짓말을 꾸며놓은 것 같았다. 팔꿈치까지 올라가는 긴 장갑과 곡예사처럼 착 달라붙은 바지 차림에 잘 말려 올린 머리칼이 바람에 나부끼는 그런 연약한 인물들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다.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그런 자들은 파리 한 마리도 죽일 수 없는 존재처럼 여겨졌다. 그리하여 역사이야기도 그가 좋아하는 책에서 제외되었다. (81-82)


:: 나는 절대 아마존이나 남극 관광 따위를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존중하고 맞춰줄 수 없는 사회라면 접근하지 않는 것이 옳을 지도 모른다.  
by 작나무 | 2006/09/18 17:15 | 읽고쓰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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