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이해하는 방식, inter-view.

1.
내일 만화가 강풀,강도영 선생의 인터뷰에 따라가게 되었다. 미디어 다음에서 연재하던 만화 [26년]의 탈고를 기념하는 인터뷰, 작나무야 뭐 따라가서 선생님들 이야기를 언저리로 들으며 사진 찍는다고 산만하게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밥이나 술먹으며 낄낄대는 정도의 일을 할 듯 싶지만, 그래도 작품은 봐야하지 않나 싶어 클릭했는데... 대단하다.

2.
꼼짝않고 앉아 강 선생의 [26년]을 내리 클릭하는 도중에 눈물이 질금질금 흘러나왔다. 사무실에서였는데 눈물을 흘리는 게 부끄럽지도 않았다. 궁금해하는 이들에게는 그냥 - 그 만화 봤어요? 꼭 봐요! 이러고 말았다.
개인사로 역사를 써내려가는 방식은 진부하지만, 개인들이 가지는 복수에 대한 집요한 의지는 고전중국영화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 감동은 유효했다. 이미지는 강렬하고 자극적이었는데 그 자극은 마늘과 후추와 고추의 매운 맛이 고루 섞여 속을 뒤집는 조화로운 자극이었다. (다시 한 번 강추!) 편집장님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다. - 나도 깜딱 놀랐다.(울 편짱님은 정말 일케 말씀하신다)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디테일하게, 부지런하게 묘사했다.
인간에 대한 이해 라는 말은 입사한 이후로 매 술자리 마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면서 두번에 한번 꼴로 들었던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이 그렇게 절절하게 느껴진 건 처음이었다. 강도영 대단해.

3.
남로당에 외국의 유명 포르노배우나 누드모델을 인터뷰하는 코너가 있다. 물론 가상 인터뷰-전문용어로 염력 인터뷰다. 여튼 진상조사 라는 제목의 이 칼럼을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포르노를 자주 보지만 포르노산업이 여성착취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고있고, 나는 포르노를 좋아해요 라고 말하는 데는 부끄러움이 없지만 포르노 속 여자들은 섹스를 엄청 즐기는 색정광일거다 라는 의견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는 식의 자기모순을 갖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진상조사'라는 제목이 맘에 들지 않았다. 대체 무엇의 진상을 어떻게 조사한다는 거야? 라고 빈정거리는 태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칼럼을 쓰는 분과 그 내용을 열심히 읽는 독자들은 나보다 훨씬 나은 태도로 인간을 대하려 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영상물 안에서 남자들의 자지를 빨고 쑤셔달라고 애타는 목소리를 내는 그녀들의 모습이 연기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고 있음에도 그녀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 한다 - 태어난 곳, 가정환경, 결혼생활이나 연인들과의 관계, 좋아하는 체위나 성감대 따위에 대해 말이다. 평생 한 번 만날 리 없는, 영상물 속에서 자위를 도와주는 연기를 펼치는 환영에 불과한 그것,의 실체를 조금이라도 더 알고 싶어하는 것이다!

4.
나는 그런 일에는 도무지 관심을 가질 수 없었다. 포르노든 그 외 영화든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의 실재하는 모습에는 아무래도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 여자가 실제로 대기업 회장의 정부이든 화장품 광고료로 얼마를 받았든 남편이랑 이혼을 했든 결혼 직전에 파혼을 했든 최근에 체중을 얼마나 감량했든, 그녀가 극중에서 시장아줌마로 등장했다면 그냥 그런 인물로만 기억하면 되는 거다. 그 남자가 현모양처를 두고 바람을 피웠든 호색한이든 술버릇이 고약하든 음주운전을 했든 도박을 했든, 그가 극중에서 달콤한 연인의 역을 훌륭하게 연기했다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대체 내가 그 인간을 알아서 뭐하리, 또는 어찌 알리, 하는 식의 자포자기 전제가 깔려있을뿐 아니라, 나와 관계없는 인간에 대해서는 호기심 자체가 일지 않는 것이다. 나는 나와 현실적으로 관계맺지 않는 사람들의 일에 대해 대체로 무관심하다.
(여성을 포함한 소수자, 환경문제, 반전운동 같은 일에 관심을 가지는 까닭은 그 일이 나에게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올바르다거나 세상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식의 의지가 있어서라기 보단.)

5.
심지어 나와 대면하는 가까운 친구와도, 속깊은 대화를 나누는 도중에 그 이면을 알아보려 노력한 적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나의 말하기를 반추해 보면, 어떤 진솔한 대화에서든 진심은 은폐되기 마련이었다. 특히 남자친구의 경우 여자에게 잘 보이기 위한 과장과 허구의 삽입을 심심치 않게 한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나는 상대방의 말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액면 그대로, 곧이곧대로 상대의 말을 믿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어느 날 어떤 자리에서 상대가 이런 말을 했다는 사실만을 기억한다. 그 너머로 깊숙하게 더 이해해보려 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 물론, 나의 필요나 이해와 관련되지 않을 경우에만 말이다.

6.
어쩌면 내가 인간을 이해하는 방식이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by 작나무 | 2006/09/19 20:57 | 일궈낸글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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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6/09/1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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