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1206 원하지 않은 유산.

20061206 원하지 않은 유산.

예전 오마이뉴스에 실렸던 지문날인 반대 관련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남자친구가 그 스무살 여성의 격렬한 정치적 실천이 좌파 운동가인 그녀의 부모에 의해 피동적으로 형성된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을 지적했다. 반미 촛불시위에 부모들이 어린 아이들을 대동하고 나오는 경우도 비슷할 것이다. 보다 일상적으로 특정지역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는 부모의 관점이 자식에게 전해지는 경우도많고, 남녀의 성역할이 분명한 가정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이 그것이 해체된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정치적인 이념-정치관 또는 정치적 고정관념이나 실천은 부모에 의해 전승될 가능성이 높다. 마치 종교적인 신념이 그렇듯이 말이다.

부모를 따라 매주일요일이면 교회에 나갔던 한 친구가 부모로부터 독립하고 혼자 살게 된 뒤에 일요일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을 했던 적이 있다. 그녀는 신앙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교회에서 보낸 시간을 불쾌하게 회상하기도 했으나 종교집회와 식사기도는 그녀에게 생활의 일부였다. 그녀에게 신은 기독교의 하나님과 동의어이며 고난의 상황에서 주님 이라는 말이 튀어나오는 것은 학습된 반사작용이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정신적인 유산을 남겨준다. 나에게도 분명 그런 유산이 있다. 나는 원하지 않았던 유산 덕분에 스스로와 가족에 대한 컴플렉스에 시달렸던 적이 있다. 나는 부모의 정치적 견해와 종교와 인생관에 반발했지만 평생에 걸쳐 누적된 내 안의 모순을 제거하지도 극복하지도 못했다.

나는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과 신자본주의를 향해가는 한국사회의 현실에 대해 배웠지만 나의 부모가 운좋게 유지하고 있는 중산계층의 특권을 누리며 성장해왔고 그들이 노후에 대비해 부동산 투기하는 것을 막지 못한다. 나는 일부일처제 결혼이 얼마나 여성억압적인지 알고있지만 부모가 보여준 안정적인 결혼생활의 모데에 경도되곤 한다. 나는 때로 내 아버지가 속해있는 직업군을 옹호하는 말을 지껄이며 죄의식을 느낀다. 언젠가부터 부모의 경제적 조력을 거부하고 나의 정치적 입장에 대해 대등하게 토론하며 그들을 설득하려 했으나 여전히 중요한 사항에 대해서는 함구한다. 나는 부모에게 지문날인에 반대하는 입장을 설명할 자신이 없다. 원하지 않은 유산을 물려받은 것은 부채를 상속받는 것과 같다. 평생에 걸쳐 해결해야 할 내부의 모순을 끌어안는 일이다.

이런 자기모순을 극복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좋을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원하지 않는 유산조차 물려받지 못한 사람은 얼마나 가난한가. 자기모순이 없는 사람은 얼마나 외로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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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나무 | 2007/01/10 20:40 | 일궈낸글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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