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라공주. 복수의 끝.

반년쯤 전에 방은진 감독의 영화 오로라 공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자리에 있던 분 중 한분은 영화감독이었고 다른 한분은 문화예술 전반에 예리한 지적을 종종 던져주는 N님이었다. 여튼 두분 다 이 영화에 대해서는 혹평을 했고 그에 반해 나는 이 영화를 적극 옹호하려 하고있었다. 술에 꽤나 취해있었던지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는 기억력이 좋지 않은 대신 좋은 습관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그건 줄창 메모하는 버릇이다. 당시의 메모를 보면 내가 느꼈던 것들이 어떤 것인지 천천히 떠오른다. 그 자리에서 분명히 말로 설명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좀더 명쾌한 말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로라 공주에서의 복수방식에 나는 전혀 동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우리 엄마가 나를 위해 그렇게 복수해주면 좋겠어, 라고 생각하는 소아병환자이기에 그 이야기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어머니는 남편과 사회에 대해 순종적인 분이고 그런만큼 자식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것을 요구하는 분이다. 분명 매우 선량하고 유순한 분이지만 그런만큼 어떤 위기상황에서 강함을 보여주거나 하지 못하는 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나는 어머니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좌절되었던 기억을 가지고 있고 그 중 몇가지는 어머니의 무관심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만약 내가 스스로를 희생자로 설정한 뒤 나의 복수를 대신해줄 강력한 어머니상을 갈구하고 있었다면 이 영화가 나를 그토록 매혹시켰던 이유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예전에 비련의 신부라는 영화를 텔레비전에서 본 기억이 난다. 생각해보면 스토리가 거의 비슷하다. 마지막 복수를 완성하기 위해서 정신병원-감옥 으로 들어간다는 설정도 그렇고. 다만 애인의 죽음을 복수하는 여지가 아니라 자식의 죽음에 대해 복수하는 부모라는 설정이 보다 한국적인 정서에 맞는 것 같다. 비련의 신부를 보았을 때의 느낌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의 일기를 뒤적여보고 싶은데 그때가 언제쯤인지 조차도 기억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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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나무 | 2007/02/13 22:32 | 읽고쓰기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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