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항해시대.

갑자기 무슨 생각인지 대항해시대PK4를 설치해놓고 미친듯이 플레이했다. 지난새벽 세시부터 지금까지 꼬박 앉아서 세계정복을... +ㅅ+; 마리아-중국인 여성 캐릭터-로 시작해서 동남아시아, 인도 아랍을 지나 아프리카까지 먹었다. 나이먹어서 그런지 게임 오래하니 힘들다. 에후후.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 남아있던 백세주 반병을 커다란 머그컵에 담아왔다. 그러고보니 이 컵 내가 사랑했던 남자가 줬던 건데. 그 남자는 지금, 내가, 뜬금없이, 밤새 게임해서 머리아프고 배고프고 술이땡기네 라고 말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고개를 돌리고 한쪽 입꼬리만 당겨서 슬쩍 웃겠지.

머그컵 가득하게 프린트된 이미지는 이미 모두 다 벗겨졌어요. 물론 그 사진은 나의 것도 당신의 것도 아니었지만 이제 이 컵에 남아있는 건 하얗고 매끄러운 몸뚱이뿐. 나는 이 하얀 도자기에 오줌같은 노란색 술을 따라요. 차갑고 시원하고 어지러워요.

인간은 누구나 외롭지. 그러니까 혼자라도 상관없어. 라고 레비는 쎈척하면서 말했지만 아닌거 알거든. 사실 그 반대잖아. 자기 이쁜이 이야기하면서 얼마나 달아올랐는지 내가 알고 로야언니가 안다구. 아. 우리는 누구나 외로워. 그래서 누군가가 곁에 있어도 외롭지.

하얀 머그컵에 남아있는 그림은 아무것도 없어. 나는 오줌색 술을 마시면서 차가운 트림을 해대지. 클릭. 클릭. 아프리카까지 내가 먹었어. 패자의 증표는 내손에 있어.
by 작나무 | 2007/03/10 10:39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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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ueilove at 2007/03/10 21:46
저도 출장을 가면 모텔에 비치된 종이컵에 백세주 한잔을 쭈욱 따라놓고 편의점표 볶음김치랑 마시고 자버리죠. 옆방에서 침대 삐걱대리는 소리 들리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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