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는 목적을 잊지 말 것.

(전력)

그런데 그렇다고 해도 과연 일생일업으로서의 학술이 과거의 위대한 창조적 개인이 이루어낸 업적을 "소개", "분석"하는 데에 그치고, 그 개인의 위대성을 이루는 중핵적인 "질문"에 어떤 형식의 답은 물론 그 존재 자체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면,  이게 인생을 바쳐가면서 할 만한 일인가요?

(중략)

요즘 세상에 "마르크스주의"라 하면 곧바로 바웃고 조소할 무리들이 많지만, 그래도 마르크스의 학술은 구체적인 인간에게 구체적인 도움이 되는 측면이 크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강남의 한 회사에서 회사원 ㄱ 아무개가 회사일을 월급 받으려고 그냥 시키는 대로만 억지로 적당히 하고 오로지 생각하는 것이 옆 골목의 대딸방이라면  우리는 이것이 생산자로부터의 생산 수단의 소외로 인한 "노동의 소외"라는 판단을 마르크스주의 이론에 따라 할 수 있지 않습니까? 물론 병명을 안다고 해서 병을 당장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지요. 병을 고치려면 이 회사가 사회의 재산이 되어 ㄱ 아무개와 그 동료들의 민주적인 참여 형식으로, 이득이 아닌 "대타 서비스"를 위해서만 계획적으로 운영돼야 되는데, 그렇게 하자면 이 사회가 아주 크게 바뀌어야 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마르크스 덕분에 병명도 알고, 대략적인 "처방"까지 알게 됐다면 마르크스는 위대한 학자이자 보살도의 실천가이었던 것이지요. 저를 비롯한 우리 동료들이 마르크스 만큼 실천하지 못하고, 결국 요익중생할 것 없이 "빈 말"의 속에서 살다가 돌아가는 것이 한이라면 정말 한입니다....

박노자 선생님의 글에서 스크랩. 원문은 학술의 의미: 미국의 아시아 학회에서 돌아와서(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5102)
본문의 내용을 아주 거칠게 요약하자면, 학술의 의미는 정보의 생산이나 재생산이 아니라 인간 생활의 변화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것, 그런 면에서는 페미니즘도 다르지 않다. 공부를 하면서 내가 왜 공부를 하는 것인지 그 목적을 잊지 말야아 한다. 박노자 선생의 말대로, 재미도 없고 볼썽사납기만 한 연극을 하려는 거라면 당장 그만두는 편이 나을 것이다. 사회학의 영역보다는 좀 인간생활과 거리가 있는 인문학, 일테면 역사나 미술사 따위를 공부할 때에도 공부의 목적은 염두해두어야 한다. 궁극적인 목적은 그 대상들에 대한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 대해 이해하여 인간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다.
 
by 작나무 | 2007/04/02 10:36 | 읽고쓰기 | 트랙백 | 덧글(2)
트랙백 주소 : http://treeart.egloos.com/tb/3088979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at 2007/04/02 15:5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7/04/02 20:45
비공개 님께. 아무래도 인문학보다는 과학계에서는 더 그렇겠네요. 참... 과학자도 사람인데 말이에요.

:         :

:

비공개 덧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