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하 - 무화과


돌담 기댄 친구 손 붙들고
토한 뒤 눈물 닦고 코 풀고 나서
우러른 잿빛 하늘
무화과 한 그루가 그마저 가려섰다.

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
꽃 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친구는 손 뽑아 등 다스려 주며
이것 봐
열매 속에서 속꽃 피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일어나 둘이서 검은 개굴창가 따라
비틀거리며 걷는다
검은 도둑괭이 하나가 날쌔게
개굴창을 가로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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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게임을 하다가 문득 이 시를 읽고싶었다. 창밖을 보니, 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화창한 날씨다.

by 작나무 | 2007/06/11 10:35 | 읽고쓰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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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6/11 14: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7/06/14 04:05
비공개 님. 감사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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