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속의 외래어.

마케팅이 뭐에요?

요즘 같은 작업실에서 일하는 재중동포-조선족- 언니가 이렇게 물었다. 남한에서 온 사람들이 자주 이 말을 쓰는데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고 한다.

사전을 찾아보니 "제품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이전하기 위한 기획 활동. 시장 조사, 상품화 계획, 선전, 판매 촉진 등. 시장 거래, 시장 관리로 순화..."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외래어인데 이런 뜻이었구나.

하지만 한국사람들이 마케팅이라는 말을 쓸 때는 사전적 의미와 일치하지 않는 용례가 많아져서, 외국인-조선족이지만 국적은 중국이고 중국문화권에서 성장한 사람이니까-에게 설명하려니 난감하더라. 시장전략이나 홍보방법, 거칠게는 장사수단 정도의 의미라고 대답하고 말았다.

다른 예로, 뎃상이 뭐에요? 라는 질문을 들었는데, 이도 역시 우리말로 딱 번역하기가 만만치 않아서, 소묘, 밑그림, 단색화 정도의 뜻인데 만화에서는 펜으로 그린 그림 또는 펜으로 그리기, 정도라도 답했다. 언니와의 대화에서는 가능한 한 외래어를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내 입에서는 일상적인 외래어가 제법 많이 등장했다. 마커, 다이어리, (커피)드리퍼, (노트북)파우치, 스탠드...

컴퓨터 용어로 들어가면 이제부터는 정신이 없는 거다. 포토샵-이라는 프로그램의 이름은 그렇다고 치고-에서 레이어 개념을, 내가 배운 그대로, 투명한 셀로판지가 여러 겹 쌓인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 언니가 그러더라. 그래서 투창이구나. 중국어판 포토샵에는 레이어가 투창-간체는 모르겠지만 번체로는 透窓일듯-이라고 번역되어 있는데, 그야말로 적절한 번역이 아닌가 싶다.

한국어 속에 외래어가 많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중국어는 뜻글자이니 악착같이 번역을 할 수밖에 없지만, 한국어는 소리글자라 외래어의 음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점은 우리말의 장점이고 강점이다. 하지만 외래어를 그 본래 의미와 무관하게 남용하는 경우도 있고, 적절한 한국어가 있는데도 외래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말로의 번역을 포기하고 외래어를 들여 쓰다 보면, 언어는 양적으로만 팽창하고 질적으로는 발전하지 못할지도 모르겠다는 걱정도 든다.
by 작나무 | 2007/06/23 23:48 | 일궈낸글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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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니마 at 2007/07/07 09:56
전혀 번역 안 되고 들어오는 헐리웃 영화제목들 보면....=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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