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당나라 군대'일까?
'거긴 당나라 군대냐?' 남자들이 군대이야기를 하다가 일이 편하거나 군기가 세지 않은 부대 출신에게 이렇게 말하더라. 당나라 군대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왜 하필이면 당나라 군대일까 궁금했다. 唐이 고구려를 복속시킨 역사가 한반도에 그렇게 치명타였던가, 신라에 내려온 당나라 군대가 엄청나게 위세를 떨었던 걸까.
우리말 속의 唐
중국에서 찜닭을 해먹으려고 사전에서 '당면'을 찾아봤는데, 한자로 唐麵이었다. 당면이 당나라의 면이었던가? 사전을 꼼꼼히 읽어봤더니 唐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엄청 많더라. 알고보니 당나귀도 唐나귀였다!
(*중국에선 당면을 粉□□ fen3tia2or라고 하는데, 내 발음이 문제였는지 의사소통 불가, 버미셀리라고 하니까 알더라;;)
한국어에서 唐은 천여년 전의 한 왕조를 지칭하는 말일 뿐 아니라, 중국 전체를 부르던 말인 듯 싶다. 사전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당토(唐土)라고 하면 당나라 땅, 중국 땅 전체를 부르는 말,
당화(唐畵)는 당나라 때의 그림 또는 중국사람이 그린 중국 풍의 그림,
당학(唐學)은 당(唐)나라 때의 학문 또는 중국의 학문,
당인(唐人)은 중국 사람을 일컫던 말.
* 동양화에서 옛 거장의 작품을 모본으로 따라그리는 것을 '방'한다고 한다. 방 동기창, 방 주답, 방 석도, 하는 식. 그중에 '방 당인'이라고 모호하게 출처를 밝힌 것이 있다. 누군지는 몰라도 중국사람의 그림을 보고 그렸다고 주장하는 말이다.
唐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이외에도 여러 영역에 많았다.
조선시대 여자의 예복 중 하나인 저고리인 당의가 있고, 남자 옷으로는 당 두루마리, 당주지가 있다. 또한 옷감으로는 당모시=당포, 당목면, 당백사, 당금(唐錦 비단) 등이 있는데, 중국비단의 워낙 귀했는지, '당금같다' 하면 '매우 훌륭하고 귀하다'는 뜻이고 '당금아기'는 '당금같이 아주 귀하게 키우는 아기'라는 뜻이다.
동물로는 당닭, 당멸치, 당사향 등이 있고, 식물로는 당버들, 당뽕, 당아욱, 당오동, 당창포, 당추자(唐楸子 호두) 등이 사전에 실려있었다.
당대에 동아시아 학문의 교류가 활발했기 때문인지, 서적으로는 당본, 당서, 당책, 당판 등의 단어가 사용되었고, 문방구로는 당필, 당묵, 당연, 당지 등이 있다. 당지(唐紙)는 중국에서 만든 종이로 '표면은 황색에 거치나 먹글씨를 잘 받는' 특징을 가진 종이였다.
음악으로는 향악(鄕樂)과 나란히 당악(唐樂)이 있었고, 악기로는 당비파, 당피리 등이 남아있다.
* 당비파-당비파는 네줄, 중동쪽의 비파는 다섯줄이다.
미술 영역에도 '당-'의 영향력은 대단한데, 대표적으로 미술교과서에도 나오는 그 유명한 당삼채(唐三彩)가 있다. 녹색, 남색, 노랑 색의 세가지 저온유약을 기본으로 다채로운 색깔을 내는 화려한 기법이 아름답다. 안료로는 중국산 푸른 안료는 당청이라 했고, 붉은안료는 당홍이라 불렀다. 한편 공예품에 들어가는 넝쿨무늬는 당초문(唐草紋)이라 부른다. 또 당화기(唐畵器)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색색의 그림이 들어간 중국산 사기그릇을 부르는 말로, 때로는 청화자기(靑華瓷器)를 본떠 만든 것을 뜻하기도 했단다.
* 당삼채 - 이건 정말 당나라 때 작품.
중국문화의 황금기 唐
唐은 동서문화의 문화교류가 활발했던 대제국으로 우리 말에도 이렇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죽하면 '장안의 화제'라는 말이 있을까. 당의 수도 장안, 당이 망하고 제국의 수도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 서안으로 개명된 뒤에도 그 명성은 계속되었다.
당대 장안에서는 서역인-소그드, 투르판, 아랍인들부터 중국 각지의 민족들, 동아시아의 신라인, 고구려와 백제의 후손들, 그리고 일본인이 활기차게 오가며 교역을 하고 학문과 종교와 예술을 논했을 것이다. 일례로 일본의 '가라테'를 한자로는 '당수(唐手)'라고 하는데, 이도 역시 중국무술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자부심을 담고있는 말이다.
그러나 당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닌 듯 싶다.
우리말에서 '당나발'이라 하면 크기가 좀 큰 나발을 뜻하는데, 칭찬을 받거나 하여 흐뭇하게 '헤벌어진 입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당나발(을) 불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다'는 뜻이다.
'당채련'은 중국산 나귀가죽을 부르는 말이지만, 때가 묻어 가죽처럼 반들반들해진 옷을 비유해서 쓰기도 한다. '당채련 바지저고리'라고 하면 '지저분하고 더러운 헌 옷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한의학에서 '당창(唐瘡)'이라 하면 '매독'을 의미하는데, 예전의 한의학자들이 보기에 이 성병이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당나라 군대'의 유래
'당나라 군대'라는 말에 대해서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당나라 말기에 국가가 혼란한 상태에서 군대의 군기가 빠졌다는 말은 믿을만하지 않은 것 같다. '당나라 군대'의 유래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설은 이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파병된 명나라 부대는 훈련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행진할 때 오와 열이 맞지 않았고, 무기도 제각각이었으며, 심지어 군량도 전혀 가지고오지 않았다. 이런 군대가 원군이랍시고 와서 양민들에게 끼쳤을 피해가 얼마나 컸을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唐은 중국의 한 제국을 부르는 말일 뿐 아니라 중국 전체를 부르는 말로 쓰였는데, 따라서 임진왜란 이후 한반도의 사람들은 '당나라 군대'라는 말을 오합지졸의 상징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 당면을 사려다가 여기까지 와버렸는데, 찜닭은 무사히 해먹었다. 중국에서 꼭 가보고 싶은 도시가 당의 수도였던 장안인데, 원고료 들어오는대로 내지를 계획이다! 작년 이맘때쯤부터 탐냈던 책, [당 장안의 신라사적]은 아직도 열심히 읽고있는 중이다. 술술 읽어넘길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봐야할 책인 듯 싶다. (다시 한 번 선물감사드립니다.^^;)
'거긴 당나라 군대냐?' 남자들이 군대이야기를 하다가 일이 편하거나 군기가 세지 않은 부대 출신에게 이렇게 말하더라. 당나라 군대 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왜 하필이면 당나라 군대일까 궁금했다. 唐이 고구려를 복속시킨 역사가 한반도에 그렇게 치명타였던가, 신라에 내려온 당나라 군대가 엄청나게 위세를 떨었던 걸까.
우리말 속의 唐
중국에서 찜닭을 해먹으려고 사전에서 '당면'을 찾아봤는데, 한자로 唐麵이었다. 당면이 당나라의 면이었던가? 사전을 꼼꼼히 읽어봤더니 唐으로 시작하는 단어가 엄청 많더라. 알고보니 당나귀도 唐나귀였다!
(*중국에선 당면을 粉□□ fen3tia2or라고 하는데, 내 발음이 문제였는지 의사소통 불가, 버미셀리라고 하니까 알더라;;)
한국어에서 唐은 천여년 전의 한 왕조를 지칭하는 말일 뿐 아니라, 중국 전체를 부르던 말인 듯 싶다. 사전에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당토(唐土)라고 하면 당나라 땅, 중국 땅 전체를 부르는 말,
당화(唐畵)는 당나라 때의 그림 또는 중국사람이 그린 중국 풍의 그림,
당학(唐學)은 당(唐)나라 때의 학문 또는 중국의 학문,
당인(唐人)은 중국 사람을 일컫던 말.
* 동양화에서 옛 거장의 작품을 모본으로 따라그리는 것을 '방'한다고 한다. 방 동기창, 방 주답, 방 석도, 하는 식. 그중에 '방 당인'이라고 모호하게 출처를 밝힌 것이 있다. 누군지는 몰라도 중국사람의 그림을 보고 그렸다고 주장하는 말이다.
唐으로 시작하는 단어는 이외에도 여러 영역에 많았다.
조선시대 여자의 예복 중 하나인 저고리인 당의가 있고, 남자 옷으로는 당 두루마리, 당주지가 있다. 또한 옷감으로는 당모시=당포, 당목면, 당백사, 당금(唐錦 비단) 등이 있는데, 중국비단의 워낙 귀했는지, '당금같다' 하면 '매우 훌륭하고 귀하다'는 뜻이고 '당금아기'는 '당금같이 아주 귀하게 키우는 아기'라는 뜻이다.
동물로는 당닭, 당멸치, 당사향 등이 있고, 식물로는 당버들, 당뽕, 당아욱, 당오동, 당창포, 당추자(唐楸子 호두) 등이 사전에 실려있었다.
당대에 동아시아 학문의 교류가 활발했기 때문인지, 서적으로는 당본, 당서, 당책, 당판 등의 단어가 사용되었고, 문방구로는 당필, 당묵, 당연, 당지 등이 있다. 당지(唐紙)는 중국에서 만든 종이로 '표면은 황색에 거치나 먹글씨를 잘 받는' 특징을 가진 종이였다.
음악으로는 향악(鄕樂)과 나란히 당악(唐樂)이 있었고, 악기로는 당비파, 당피리 등이 남아있다.
* 당비파-당비파는 네줄, 중동쪽의 비파는 다섯줄이다.
미술 영역에도 '당-'의 영향력은 대단한데, 대표적으로 미술교과서에도 나오는 그 유명한 당삼채(唐三彩)가 있다. 녹색, 남색, 노랑 색의 세가지 저온유약을 기본으로 다채로운 색깔을 내는 화려한 기법이 아름답다. 안료로는 중국산 푸른 안료는 당청이라 했고, 붉은안료는 당홍이라 불렀다. 한편 공예품에 들어가는 넝쿨무늬는 당초문(唐草紋)이라 부른다. 또 당화기(唐畵器)라는 말이 있는데, 이는 색색의 그림이 들어간 중국산 사기그릇을 부르는 말로, 때로는 청화자기(靑華瓷器)를 본떠 만든 것을 뜻하기도 했단다.
* 당삼채 - 이건 정말 당나라 때 작품.
중국문화의 황금기 唐
唐은 동서문화의 문화교류가 활발했던 대제국으로 우리 말에도 이렇게 많은 영향을 미쳤다. 오죽하면 '장안의 화제'라는 말이 있을까. 당의 수도 장안, 당이 망하고 제국의 수도가 다른 곳으로 옮겨가 서안으로 개명된 뒤에도 그 명성은 계속되었다.
당대 장안에서는 서역인-소그드, 투르판, 아랍인들부터 중국 각지의 민족들, 동아시아의 신라인, 고구려와 백제의 후손들, 그리고 일본인이 활기차게 오가며 교역을 하고 학문과 종교와 예술을 논했을 것이다. 일례로 일본의 '가라테'를 한자로는 '당수(唐手)'라고 하는데, 이도 역시 중국무술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자부심을 담고있는 말이다.
그러나 당에 대한 인식이 반드시 긍정적이었던 것은 아닌 듯 싶다.
우리말에서 '당나발'이라 하면 크기가 좀 큰 나발을 뜻하는데, 칭찬을 받거나 하여 흐뭇하게 '헤벌어진 입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당나발(을) 불다'는 '터무니없는 거짓말을 하다'는 뜻이다.
'당채련'은 중국산 나귀가죽을 부르는 말이지만, 때가 묻어 가죽처럼 반들반들해진 옷을 비유해서 쓰기도 한다. '당채련 바지저고리'라고 하면 '지저분하고 더러운 헌 옷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한의학에서 '당창(唐瘡)'이라 하면 '매독'을 의미하는데, 예전의 한의학자들이 보기에 이 성병이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당나라 군대'의 유래
'당나라 군대'라는 말에 대해서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당나라 말기에 국가가 혼란한 상태에서 군대의 군기가 빠졌다는 말은 믿을만하지 않은 것 같다. '당나라 군대'의 유래에 대한 가장 믿을만한 설은 이것이다.
임진왜란 당시 조선에 파병된 명나라 부대는 훈련도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행진할 때 오와 열이 맞지 않았고, 무기도 제각각이었으며, 심지어 군량도 전혀 가지고오지 않았다. 이런 군대가 원군이랍시고 와서 양민들에게 끼쳤을 피해가 얼마나 컸을지는 누구나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唐은 중국의 한 제국을 부르는 말일 뿐 아니라 중국 전체를 부르는 말로 쓰였는데, 따라서 임진왜란 이후 한반도의 사람들은 '당나라 군대'라는 말을 오합지졸의 상징으로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 당면을 사려다가 여기까지 와버렸는데, 찜닭은 무사히 해먹었다. 중국에서 꼭 가보고 싶은 도시가 당의 수도였던 장안인데, 원고료 들어오는대로 내지를 계획이다! 작년 이맘때쯤부터 탐냈던 책, [당 장안의 신라사적]은 아직도 열심히 읽고있는 중이다. 술술 읽어넘길 책이 아니라 두고두고 봐야할 책인 듯 싶다. (다시 한 번 선물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