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엽청주 최고.

1.
나는 살찌는 체질이야.
라고 말했다가 퉁먹었다. 마구 먹고 안 움직이고 잘 수 있는 데 까지자고 술은 그렇게 마시는데 아직도 슈퍼자이언트 사이즈가 되지 않은 걸 보면 나는 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지금, 만두 튀겨먹고 완두콩에 마늘 다져 넣어 볶아서 먹고 알감자 큰 걸로 하나 튀겨 먹으면서 포도주 마시고 복숭아랑 살구랑 자도-보라색 복숭아, 현대 남한어에서는 자두,라고 발음-랑 먹으면서 죽엽청주 마시고 있다.

중국 술은 정말 맛있다. 과일도 맛있다. 게다가 싸다!

2.
구처기. 전진파의 창시자인 도사다. 몽골 비사에 그가 징기스칸과 나눈 대화가 남아있는데, 지극히 이성적이다.

일테면, 번개가 치자 징기스칸의 부하들이 두려워하며 하늘의 노여움을 풀어야 한다고 하자, 천둥은 인간세상에 어떤 것을 점지해주지 않는다. 라는 말을 했다. 자연에는 감정이나 인격이 없다. 하늘과 땅의 움직임은 인간과 별개로 이루어지는 현상이다. 라는 친절한 선생노릇까지. 징기스칸이 불로장생의 비법을 묻자, 그런 건 없다. 나는 백년도 살지 않았고 곧있으면 죽는다. 당신-징기스칸 일지라도 곧 죽는다. 라고 말했단다. 구처기를 만나고 난 뒤 징기스칸은 사후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

징기스칸이 누구인가, 사해의 지배자, 당시 전세계에서 제일 잘 나가던 남자였고, 현재 60억 인구 중 6천만의 인구가 징기스칸의 후손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유전적으로 가장 성공한 수컷인데, 그런 놈 앞에서 과연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용감하다.

그런데 구처기는 현대 중국 무협작가들에 의해 한족을 배신하고 오랑캐에 빌붙은 사악한 노인네로 재각색 된다. 대마왕 징기스칸이 마도사 구처기를 이용해 세계를 따먹었다는 식이다.

송나라 말기에 이르렀을 때의 도교는, 적어도 구처기의 예를 보면, 과학적이다. 도교가 신비주의적인 학문이 아니었으며, 개인적으로 양생하면서 건강하고 좋은 삶을 살고 정치적으로는 평화를 추구하는 학문이었다는 증거가 된다. 그럼에도 후개 명나라 황제들이 단약 복용으로, 수은이나 납중독으로 죽었다는 이야기가 있는 걸 보면 역사가 반드시 옳은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 듯.

3.
죽엽청주를 마시다가 아벨을 봤는데 내가 있는 산동성 지역의 술이 아니라, 산서성 특산품이었다. 생각해보니 대나무가 나는 곳은 서남쪽이다. 팬더의 고향, 죽엽청주 병이 팬더 모양이라면 정말 귀엽겠다.

죽엽청은 럼 보다 달다. 그래서 여행자들의 술인가보다.

4.
중국 마트에서 본 술 중에 제일 놀라웠던 건 봉다리에 들어있는 이과두주였다. 짜요짜요 같은 느낌으로 유리병 모양우로 생긴 비닐 팩에 술이 담겨있다. 값도 죠낸 싸다. 중국에서 야구장에 간다면 그걸 사들고 가고싶다.

5.
그런데 올 가을에는 프로야구를 못 보는구나. 사실 야구장에서 맥주마시기는 하루키의 유산.

6.
낮에 작업실에서 같이 일하는 아가씨의 아버지가 찾아왔다. 이 철없는 소황제 한족 아가씨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어이 손씨, 라고 불렀다는데, 이에 격노한 조선족 언니-한족 아가씨의 선배-는 아주 빠른 중국어로 이 아가씨를 갈구기 시작했다. 이 광경을 본 남한사람이 언니에게 물었다. 뭔 이야기 했냐고. 언니가 답했다. 너너너 아부지한테 그러면 안 돼지!

그녀의 부연 설명에 따르면 조선족은 중국 내에서도 위계질서나 수직적 문화가 강조되는 민족이라고 한다. 감화바든 남한사람이 말했다.

동방예의지국이군요.

그녀의 대답은

동방김치제국이지요.

7.
타타르 스테이크는 갈은 날고기, 육회의 같은 거였다. 타타르족이 전 유럽을 휩슬고 이 육회가 유럽에 유행했눈데, 함부르크 지역 사람들은 너무나 촌스러워서 날고기를 못 먹었다. 그래서 갈은 소고기 뭉친 것을 구워먹었는데 그것이 햄버거 스테이크의 어원이 되었다. 피시버거, 치킨버거 따위의 명명은 교자만두나 천도복숭아 같은 것.

8.
하겐다즈는 사실 아무 뜻도 없는 조어고, 사실 미국 회사다. 그럼에도 유럽풍을 연상시킨다는 이유만으로 고급 아이스크림 브랜드가 되었다는.

하이네켄이란 이름을 발음하면 맥주를 물처럼 마시는 독일 아저씨의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사실은 네덜란드 브랜드. 뭐 네덜란드 일부 지역에선 독일어 쓰지만. 어쨌든 아무 뜻 없는, 다만 유럽 풍을 지향하는 명칭. 씨바 푸르지오, 샹떼빌, 대략 그런 거.

9.
파인애플은 솔방울 모양의 과실이기 때문에 소나무+사과란 이름이 붙었는데, 역시 영미에선 사과가 과일의 대표격인 걸까. 선악과도 사과로 그려질 때가 많다. 왜 그런 거야?

10. 죽엽청주, 취한다. 역시 여행자의 술. 취한다.
by 작나무 | 2007/07/10 05:27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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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7/10 14:0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StarLArk at 2007/07/10 16:31
장춘진인서유기의 내용인가요? 미신에 벌벌떠는 징기스칸은 선뜻 연상이 되지 않네요.
Commented at 2007/07/10 17:0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7/07/10 23:45
비공개1님. 공부가주 맛있죠. 중국에서 너무너무 즐거운 음주생활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취해서 쓴 글은 오타가 넘 많아 부끄럽다는... -ㅂ-;;;

StarLArk님. 구처기와 징기스칸의 이야기는 몽골비사에 나온다고 합니다. 1980년대쯤에 발견되었는데 한국어 번역본은 아직 없구요 이를 소개한 책에서 보았습니다. 당시 몽골리안은 꽤나 무속적인 민족이었던 것 같아요. 일테면 강은 어머니의 젖줄이므로 두 발로 뛰어넘어서는 아니된다,는 이유로 공격로를 바꿀 만큼 말이죠. 남아있는 기록을 보면 징기스칸 자신은 문맹이었지만-또는 그런 이유 때문에- 지식인이나 학자들에 대한 경외감 같은 것이 있었던 것 같아요. 구처기의 경우도 징기스칸이 몇 번이나 사신을 보내 면담을 요청해서 이루어진 만남이었다고 합니다. ^^

비공개2님. 건강 챙기세요!!! 건강해야 술 마시죠. 고량주 사가지고 들어갈테니 서울에서 맛나게 한 잔 해요. ㅋㅋ
Commented by 분당이웃 at 2007/07/11 11:41
정 많은 년님 잘 살고 있네..
새로운 지식과 중국술을 스펀지처럼 흡수하느라 바쁘겠지만.. 너무 그러다 아기곰 푸우꼴날지도... ^^
몸이든 마음이든 다이어트를 위해선 땀흘려, 열심히, 무심하게 일하는 거이 쵝오.
(으이그..이 말 듣자마자 방에서 열심히, 땀흘려, 무심하게 하는 운동(?) 떠올릴
정 많은 년..^^;)
열심히 생활하시고, 중국의 햇볕에 마음까지 건강하게 그을려 돌아오시길..
돌아오면 농촌을 배경으로 한 포르노 한 작품 같이 해보자구.. 난 제작 할 터이니
여주인공 맡아주시고.. 남주인공은 그쪽이 맘에 드는 사람으로 데리고 오고..
'볍씨를 씹는 이미숙' 보단 '초봄 친환경논에 가득 피어난 자운영꽃 무더기위를
딩구는 이미숙'이 오프닝으론 더 좋을 듯 허이. 논둑을 기어가는 현란한 꽃뱀 컷어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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