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많이 밀린, 읽고 쓰기.

1. 경계에서 말한다
고양이네 집에서 기식할 때 잠자기 전에 집어들었다가 잠을 잊게 된 책이다. 우에노 치즈코와 조한혜정이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 아래는 메모.
- 나에게는 애국심이 없다. 나라릉 사랑한다면,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사람을 계속 사랑하고 싶다. (신숙옥의 말을 우에노 치즈코가 인용, pp.147-147)
- 어느 사회든 글로벌한 동시대성 속에 놓여있습니다. 어느 사회가 '개발도상'으로 보이는 것은 언젠가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서가 아니라, 선진국이 선진국이기 위해 '저개발'의 상태에 멈추게 한 결과입니다. ... 양자는 동시대의 양면을 살고 있습니다. 전자가 언제나 후자처럼 되는 것이 아니고 전자는 후자와 동시에 생겨나 그 상태로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조한혜정 p.158)
- 때로 나는 호기심 없는 그들을 보면서 실망하지만, "해결책이 없는 것을 아는 사람이 알고싶어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니냐"는 한 아이의 반응에 할말을 잃고 말았습니다. 때로 그들은 나보다 인생을 훨씬 더 많이 알고 훨씬 더 많이 산 것 처럼 늙어 있습니다. 개인의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문명의 진화에 따른 나이를 입고있기 때문이지요. (청소년 사업에 대한 이야기 중, 조한혜정)
- "엄마는 무섭지 않아요? 어떻게 이런 세상에 아이를 낳을 생각을 했지요?" (조한혜정의 열살 난 딸의 질문)
- 아이를 낳는 에고이즘과 아이를 낳지 않는 에고이즘 중 어느 쪽이 강할까? (우에노 치즈코, p.239)

2. 담포포
일본영화, 담포포-민들레-라는 이름의 여인이 남편을 잃고 그가 경영하던 라면집을 물려받았으나 요리가 형편없어 위기에 처했는데, 이런저런 사람들의 도움으로 요리실력이 성장하고 가게는 번성하게 되었다는 그런 이야기. 식욕과 에로티시즘, 죽음과 에로티시즘, 또는 욕망과 삶에 대한 직접적인 비유가 재미있다.

3. 핫 퍼즈
패러디 액션 영국영화. 재미있다.

4. 마더
남편을 잃은 한 엄마가, 딸의 애인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 미안해요, 엄마 몫의 행복을 갈취하지 않을게요.

5. 8명의 여인들
추천받아서 본 프랑소와 오종의 영화. 이 감독 좀 변태같다. 바보 보단 낫다. 워터 드랍스 온 버닝 락을 보고 난 뒤에는 흥건하게 젖어버렸다. 섹스와 권력으로 파고들어가면 흥분해버리는 나는 파블로프의 개.

6. 미지의 여인
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 캐감동 받고 블로그에 포스팅 했음.

7. 저수지의 개들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에서 fuck과 shit을 뺀다면 영화가 절반 이하로 줄어들 것이다.

8. 사이에서-between
이창재 감독의 다큐, 한 무당을 중심으로 무속의 세계를 다룬다. KBS 인간극장에서 신내림을 받고 무당이 된 왕년의 하이틴 스타 이야기를 본 뒤에 찾아봤다. 잘 만든 영화다.

9. 닥터두리틀3
2편까지는 재미나게 봤는데, 이게 뭐야!!

10. 홍등
장예모 요새 뭐하나?
- "그저 연극일 뿐인데, 잘 할 수록 남을 속이는 거라고... 하지 못하면 자신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거지. 자신마저 속이지 못한다면 귀신을 속여" "사람은 살아있고 귀신은 죽었다는 게 다르죠." "넷째, 사람이 귀신이고 귀신이 사람이야." (셋째부인과 넷째부인의 대화)

11. 고양이를 부탁해
내가 스무살 때 나온 영화, 그때는 무척 슬프게 봤는데 다시 보니, 굉장히 희망찬 영화였구나. 몇년 더 살았다고 입장이 이렇게 바뀌었다.

12. 남한산성
셀프오리엔탈리즘을 기반으로 한 새디스틱 역사환타지. 김훈은 아무래도 항문기에 고착된 소아병 환자같다. <화장>에서 암으로 죽어가는 마누라 기저귀에서 나는 똥냄새 이야기 읽었을 때부터 알아봤는데, <남한산성>에서는 똥과 똥구멍과 자지와 흘레에 대해 참 열심히 썼더라.
그는 지극히 관찰자적인 입장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척 하는데, 사실 그의 역사관읜 지배자와 승리자가 선호해온 그것과 다르지 않다. 정복자인 칸은 서정적인 어조로 "조선의 봄은 어린 계집과 같다"고 말하고, 인조의 조정은 청의 칸에게 "뻗대다가 벌리는 년, 그래서 더 예쁘고 맛있는 년"으로 비유된다. 물론 전쟁은 남자가 여자를 따먹는 과정과 다를 바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피정복민을 도륙하는 정복자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여자를 강간한 남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훈은 전두환이 단군 이래 최고의 지도자라고 말했던, 그리고 그때의 일에 대에 변명하지도 않았던 솔직한 남자다. 마초는 약자를 지배하는 강자다. 그리고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는 건 사회와 권력의 원칙이다, 이게 잘못되었다는 게 아니다. 예전에 나는 달콤마초와 똥마초를 구분했던 적이 있는데, 똥마초는 약자는 반드시 지배하고, 강자 앞에서는 무조건 굴복한다. 그래서 비굴한 똥냄새가 난다. 그런 비굴함은 솔직하다고 용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의 책이 주는 일탈적 쾌감은 지배자적인 입장에서 인간을 거만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데서 나온다. 하지만 인간이 버러지가 된 듯한 불쾌감은 어쩔텐가, 지독하게 수직적이다.

13. 아나키즘 이야기
박홍규 선생의 친절한 책, 아나키즘은 미학적인 이데올로기다. 화가로 친다면 에른스트. 기괴한 평화로움, 비현실적인 고요, 정적인 열정, 소음 없는 투쟁, 아나키즘은 가장 세련되고 모호한 이념이다.

14. 중국식 룰렛
파스빈더 영화는 대체로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영화도 괜찮다. 유쾌하고 음울한 심리극. 근데 왜 어린애들 문제는 다 엄마 탓일까, 프로이트의 지배 하에서 다른 원인은 발굴할 생각들을 안 한다. 이러니까 애 낳기가 무섭다.

15. 얼굴
얼핏 과학교양서적으로 보이지만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져온 풍부한 예시가 정말 재미나는 책. 야금야금 뜯어먹고 있다.

16. 관타나모로 가는 길
관타나모 수용소는 곧 폐쇄될 예정이라는데, 제2 제3의 관타나모는 어딘가에 남아있을 것이 분명하다. 국가는 언제나 개인을 억압하고 제국은 언제나 소국을 착취하는데 전쟁은 가장 극적인 방식으로 학대를 용인해버린다.
그런데 감독, 마이클 윈터바텀의 이력을 찾아보고 놀라버렸다. 9SONS와 트리스트럼 샌디가 이 작가의 작품이었다. 정말 다방면으로 뛰는 감독인듯.

17. 파프리카
애니메이션의 표현력은 놀랍다. 세계관은 단조롭지만 디테일한 상상력은 흥미진진.

18. 맨오브더이어
로빈 윌리엄스 보면 행복해지니까.

19. Idiacracy
제목은 idiot이 지배하는 정치체제라는 합성어다. 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들이 출산을 망설이는 동안, 하층민들은 마구마구 출산해버려서 전세계가 바보가 된다는 설정에서 시작한다. 미국의 대중이 얼마나 바보인지를 조롱하고 싶었다면 괜찮은 설정이다. 나름 각성의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문제는 바보의 설정이 너무 뻔하다는 것, 흑인문화, 섹스어필, 비속어의 사용, 이성애 삽입중심, 마초적 문화가 바보같다는 비아냥은 그럴듯 한데, 공격의 칼은 무디고 공격의 대상은 모호하다. 게다가 영화에서 미국 외의 세계는 없다.

20. 내가 사랑한 여동생
일본 애니메이션, 근친애에 대한 이야기라 찾아보았는데, 별로다.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운 로맨스.

21. 해변의 여인
홍상수 영화는 일기장 같다. 이번엔 주인공 직업이 영화감독이다. 자기와의 거리두기 또는 자기비판의 정도로 보았을 때 홍상수의 자기객관화 지수는 최고점이라 할 수 있을 거다. 그런데 어찌나 내밀한지 한숨이 나온다. 영화보면서 일기쓰고 싶어진다.

22. 호로비츠를 위하여
울라고 찌르는 부분에선 무장해제 당해주는 것이 착한 관객의 자세, 나는 아주 착한 관객이다.

by 작나무 | 2007/07/11 06:32 | 읽고쓰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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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7/07/21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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