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한국 기업의 광고나 제품을 보면 눈이 가기 마련이다. 삼성 애니콜 핸드폰이 인기라든지 엘지전자 제품이 최고라든지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뿌듯해진다. 내가 그런 기업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고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실상 아무 관련도 없음에도 말이다.
상해에서 이마트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그랬다. 농담 반 찬사 반으로 역시 글로벌 스탠다드 삼성,이라고 말할 수 있는 느낌. 그런데 그 내막을 들어 보니 전혀 유쾌하지 않았다.
중국에서 까르푸나 월마트 같은 대형마트는 창고형 할인매장이 아니라 백화점 비슷한 쇼핑센터로 고급화시켜 시장에 들어왔다고 한다. 이런 선점업체와는 달리 이마트는 보통의 할인마트 컨셉으로 중저가 제품을 공급해 인기라고 한다.
서민들이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니 참으로 좋은 이마트이지만 이게 좋다가도 좋지 않다는 사실을 한국인들은 이미 알고 있다. 대기업의 저가 공세에 인근 자영업자들의 상권이 축소되고, 지역 상권이 쇠락해서 일대를 독점한 뒤의 대기업은 정책을 바꾸기 시작해서 결국 서민들은 이전보다 비싼 가격을 지불하게 된다는 사실, 물건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은 저가정책에 맞추기 위한 비용을 부담하느라 허리가 휜다는 사실 말이다. 이마트, 참 한국에서 잘 해먹더니 중국에서도 잘 해먹겠구나. 한숨이 나온다.
한국의 서민인 나는 중국의 서민들에게 더 많은 동질감을 느껴야 할 것 같다. 스무해 넘게 받아온 애국심 고취 교육이나 집단-공동의 이익에 대한 기대감과는 거리를 두어야겠다. 국적보다 중요한 문제는 계층이다. 게다가 삼성은 한국 기업도 아니고 글로벌 기업이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