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명사를 들여다보면 그것의 쓰임, 즉 사람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형성된 단어가 많은 듯 싶다. 당장 생각나는 예로는 베개(베는 것), 깔개(까는 것), 덮개(덮는 것), 가리개(가리는 것). 조금 우회해서, 물고기,라는 단어를 봐도, 물에 사는 고기-먹을 것-이라는 의미로 漁라는 뜻글자와는 다르다. 순우리말이나 그에 가까운 한국어 명사는 그 말이 지칭하는 대상이 어떤 용도로 쓰이는가에 주목한다.
반면 영어에서는 형태를 따라가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bed는 사람의 침대, 침상 뿐 아니라 모판이나 화단을 의미하기도 하며 하천이나 호수의 바닥을 뜻하기도 한다. table도 평평한 형태를 가진 많은 대상을 부르는 말이다. 탁자, 평면이나 평지, 금속판, 돌판, 심지어 손바닥이나 두개골판 같이 인체의 일부 중 평평한 부분을 가리키는 말로도 쓰인다고 한다. trunk는 두툼한 형태를 가진 사물을 부르는 말로 두루 쓰이는데, 나무 줄기, 여행용의 대형가방, 자동차 짐 싣는 곳, 코끼리의 코 등을 부를 때 쓴다.
관념적인 명사의 경우는 다르겠지만, 구체적인 사물을 가리키는 단어의 형성에서 이런 차이가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인간을 중심으로 대상을 부르는 언어와 대상의 형태를 기준으로 이름을 붙인 언어의 차이에서, 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의 세계관의 차이를 읽을 수 있을까? 그럴 거라 생각한다.(이런 생각은 오바하면 위험하니까, 여기까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