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가 즐거운 나날.

육식을 절제하다 보면 특정한 고기가 마구 땡길 때가 있다. 그럴 때 양고기 꼬치나 샤브샤브를 양껏 먹어주면 한동안 욕구가 가라앉더라.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보쌈이 마구 땡기는 것이었다. 중국에도 야식집에 전화하면 보쌈을 주문할 수 있다고 하는데 아직 전화번호를 확보하지 못한 상태,

그래서 만들어 버렸다. -ㅇ-;

레시피는 모두 인터넷을 뒤져서 얻은 것들, 나물이네(namool.com)는 나를 먹여살리는 홈페이지다. 나중에 인터넷 검색을 더 해보니 고기가 잘린 단면이 지저분한 것은 너무 뜨거울 떄 썰어서라고 한다. 삶은 고기는 한김 식힌 뒤에 썰어줘야 한단다.

음식은 제법 맛있었다. 특히 배와 양파즙으로 맛을 낸 겉절이 김치는 내가 먹어본 중에 최고다. 음헤헤. 자화자찬.

반들반들한 무생채, 넉넉하게 만들어서 쟁여두고 먹으면 맛이 떨어질까 걱정했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먹어버렸다. 맛있게 보이죠? ㅎㅎ

돼지고기를 삶아본 뒤 국물요리에 자신이 붙어서 다음 날의 도전은 쌀국수. 양지머리를 반근 사다가 센불에 두시간 이상 끓였다. 국물이 절반 이하로 졸아들 때까지 진하게 우려냈는데 제법 그럴 듯 했다. 국물까지 호륵호륵 몽땅 먹어버림. 냠냠.

그리고 떡볶이, 이건 전부터도 쉽게 했던 거지만;;; 예전에 레비는 떡볶이에 고기가 들어있어, 라고 찬사를 던진 적이 있다. 돼지고기와 양배추의 조화가 맛의 포인트. =ㅂ=;

국수 해먹고 난 뒤에 삶아놓은 면이 남았는데, 인터넷에서 먹다 남은 면 처리법을 보고 참고해서 만들어본 혼합요리. 이름은 대충 소면감자베이스 토마토소스 피자 정도.

기름을 두른 팬에 소면을 깔아주고 그 위에 채썬 감자를 올려 꾹꾹 눌러준 뒤에 마늘과 토마토로 소스를 만들고 양파와 햄을 올려 구운 뒤 치즈와 오레가노, 바질 따위의 이탈리아 향신료를 올려 냈다. 모양은 괴악하지만 맛은 제법 좋았다.

단면샷. 사진이 흔들렸으니 고개를 흔들면서 보면 잘 보일지도... -_-;

이렇게 요리에 재미를 붙여서 신나게 해먹고 삽니다. 원래 요리를 싫어하거나 귀찮아하진 않았지만, 요샌 성욕보다 식욕이 더 끓어올라서인가 섹스보다 요리가 즐겁네요. 이러다 자지보지 이야기는 사라지고 감자양파 이야기만 남아있는 요리블로그로 바뀔지도?
by 작나무 | 2007/09/10 02:24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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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hi at 2007/09/10 03:00
앗, 한국음식 잊고 있었는데 불질러 놓다니.!
팬케익만들다가 재미붙여서 요샌 케익과 빵만들기 실험단계다오.
어젠 브레첼을 구웠는데 반죽에서부터 실패해서 그냥 별맛없는 쿠키가 되어버렸다. ㅎ
빵만드는 일반적인 과정이 묘해서-보통 요리하면 특히 한국음식 기준으로는 재료들이 다 눈에 보이잖아. 근데 이건 무슨 가루 몇그람 이런식에 계란은 또 거품내려면 팔빠지게 저어야하고 여튼 이런 과정을 즐기고 있지만서도 무슨 연금술같이 새로운 전혀 다른 존재가 딱 하고 나오니까 요리하는 느낌보다는 화학실험실 같은 느낌이 묘해.
게다가 서양요리의 주재료 혹은 기본재료중 하나가 우유와 계란인데 이게 모성이기도 하지만, 난 왜 여성의 육체가 더 머리에 맴도는 건지, 서양문화에서는 음식 자체가 완전히 여성인 듯한 느낌에, 또 예수가 빵과 포도주를 내놓고 자신의 살과 피라고 한 얘기랑 섞이면서 요즘 계속 쓸데없는 생각들이나 하고 있어.
나도 내일 보쌈해먹어야겠다. ㅎㅎ
Commented by kueilove at 2007/09/10 15:45
아 작나무님이 만드신 요리를 먹어보고 싶네요 군침이 사르르..
Commented by 아니마 at 2007/09/12 21:30
마지막의 창작 피자 임팩트가 상당한데요?
Commented by StarLArk at 2007/09/13 04:28
부럽군요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7/09/15 16:07
매히양. 문화적 차이를 체험하는 입장에서 우리는 언제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아. 그냥 보쌈해먹어. (생각보다 쉽더라.) 그런데 거기서 보쌈하는 동안에도 무념무상하긴 힘들 거 같다.

kueilove님. 제가 만들었지만 진짜 맛있어요.

아니마양. 요리에 임팩트를 부여하는 것은 끝간데 없는 허기. ㅋ

StarLArk님. 무엇이 부러우신지?
Commented by StarLArk at 2007/09/21 00:51
요리 잘하는게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레비 at 2007/09/24 03:53
레시피가 올라오기 시작할 느낌이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7/09/24 22:32
음헤헤; 레시피는 덧글로 전수하겠음미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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