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국심이 없다.

아프간에서 피랍된 언니들이 강간을 당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는 사실 아무도 모른다. 피해자가 아무 말 없는 상황에서 언론사 나부랭이가 지껄이는 말은 아무 의미 없다. 게다가 그들이 그런 이야기를 지껄이는 너무나 뻔하다. 애꿎은 넘들을 후들겨 깠는데 까고보니 별로 나쁜 놈이 아니라더라 하는 소문이 퍼지자 그넘들을 나쁜 놈으로 만들어야 하겠는데, 증거가 있든 없든 누구나 혹해서 분노할 수 있는 이야기가 윤간, 집단강간 같은 쇼킹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한국인 여자 피랍자 몇이 강간을 당했다더라 하는 뜬소문이 효과가 있었을까? 내가 보기엔 헛짓거리. 한국여자들이 강간당했다는 사건이 사실일지라도 영미권 남자들에게 그리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것이다. 걔들이 보기에 아프가니스탄 여자나 이라크 여자나 한국 여자나 모두 똑같은 아시안 여자일 뿐인데 뭘. 대선후보의 마사지걸 운운하는 망언에 대한 한국인의 관대함을 보면, 한국에서도 다르지 않다. 태국 여자든 한국 여자든 중국 여자든 마사지걸은 마사지걸일 뿐, 여자는 여자일 뿐. 아, 그래서,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애국심이 없다.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나는 여자이기 때문에 애국심이 없다. 라고 말한다. 그리고 나는 남자들이, 나는 남자이기 때문에 애국심이 없다. 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지만, 공산당 선언을 인용할 수 밖에 없겠다. 노동자에게는 조국이 없다.

by 작나무 | 2007/09/22 05:46 | 토해낸글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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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니마 at 2007/09/24 17:05
얼마 전에 노홍철씨가 모 여성지에 자랑스레 기고한 고딩시절의 일화
- 스킨쉽이 고파서 여자한테 술 먹여 어찌어찌 해보려다가 실패했다는 - 를 읽은
남자들의 관대한 반응에 식겁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이 들 수록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가는 것의 팍팍함이 가슴으로 느껴집니다.ㅠ.ㅜ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7/09/24 22:34
그러게나 말입니다. 몇놈이 개념없는 건 그냥 웃고 넘어갈 수 있는데 사회 전체가 그런 분위기라는 생각을 하면 토할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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