쏜다.

정말 쏴버리고 싶은 영화.

이제 사십대도 넘어버린 삼팔육 세대에 속한 사람들 중에 반성 없는 합리화에 능하신 분들이 참 많다. 자기 반성 없는 합리화는 결국 자기기만인데 이 영화를 만든 분들은 제멋대로해석하기 대회 자기기만 영역에서 초절정 고수들이라고 인정.

고등학교 윤리교사로 정년퇴직한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바르게만 살아왔던 주인공(감우성 역)이 어느날 갑자기 이혼을 통지당하고, 직장(구청 공무원)에서 정리해고 당하고, 그동안 자신을 왕따시켰던 직장동료들이 회식하면서도 왕따시켜놓고서 술값 내라고 하자, 급기야 확 돌아서 취기에 술상도 엎고 쓰레기통도 걷어차고 그러다가, 담벼락에 소변금지 문구를 보고 쫒까라 비웃으며 쉬야를 했는데 그게 파출소 담벼락이었다. 그래서 난생처음으로 경찰에게 붙잡혀서 (파출소 내 벤치에서) 또 다른 주인공(김수로 역)을 만나게 된다. 김수로는 편안한 교도소에서 한계절 지내고 나오려고 작정한 넘인데 (감옥에 가고 싶어 노력하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는 오 헨리 단편소설에서 따온 듯 싶은데, 따올라면 제대로 따올 것이지, 욕만 디립다 써갈겨 놨더라) 경찰들이 순댕이 감우성만 조지고 자기한텐 신경을 안 써준다. 여튼 그리하여 두 남자가 경찰의 총기와 차량을 탈취해서 사고를 치기 시작한다는 그런 이야기다.

자세한 줄거리는 플롯이 너무 산만한 관계로 요약할 필요 없고, 영화의 기본적인 세계관은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1. 사회에 대한 불만; 경찰은 꼴통이다. 공무원은 썩었다. 국회의원은 누군가 등쳐먹었던 놈들이다.
2. 가정에 대한 불만; 마누라는 심심하다고 이혼하자고 한다. 소중한 아들은 아버지인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데 울 아버지는 아직까지도 전화를 통해 이래라 저래라 간섭한다.
3. 예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소중하다.

세계관이 편협하면 인물이라도 풍부해야 하는데 캐릭터는 죄다 납작한 종이인형이다. (배우의 연기력도 표현할만한 캐릭터가 있을 때나 표현되는 법.)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삼팔륙 남자들 취향에 들어맞는 구석이 있는데, 대한민국에서 길거리 총기난사에 자동차 질주에 나중엔 스포츠카 가지고 레이싱을 하질 않나 때리고 부수는 데에는 제법 돈을 들였다. 물론 삼팔륙 남자들의 취향을 허리우드 수준으로 매도하려는 건 아니다. 그보다는 고차원적인 찌질거림이 저변에 깔려있다.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정직하게 살아왔는데 세상은 왜 내 뜻대로 되지 않냐고 찌질대는 남자는 나이를 똥꾸멍으로 처먹은 거지 뭐냐. 가족들에게 적당히 무관심하고 적당히 자상하게 대했는데 아내는 왜 나를 사랑하지 않고 아들은 왜 나에게 다가오지 않느냐고 울먹이는 남자는 살면서 사랑에 관한 인터넷 명언 한 줄 읽어본 적 없었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적당히 잘못하지 않은 수준으로 살아가면 세상도 당신에게 잘못하지는 않을 거라는 그 어처구니 없는 믿음은 어디서 나온 건지. 그런데,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 한 여자의 남편이 되기 이전에 그동안 사회의 일부를 구성한 개체였다면, 세상이 왜 이 모양이냐고 투정부리기 전에. 당신이 세상을 이 모양으로 만드는 데 한 몫 했다는 걸 반성해 보는 게 먼저 아닌가. 주인공(감우성 역)은 반복해서 외친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그럼 이렇게 물어보자, "대체 뭘 그렇게 잘했는데?"

어지간만 했으면 그냥 '비추' 일케 간단하게 쓰고 패스하겠는데, 구석구석 씹어줄 여지가 너무 많은 영화로 씹히는 질감이 아주 치사스럽게 이빨에 낑겨서 장문에 까댐 리뷰를 날림. 극한의 찌질거림과 한심한 푸념과 근거없는 성토와 대책없는 비장함을 끝까지 참아낸 이유는 씹기위해서. 오락영화에서 오락적 요소를 빼고 사회적인 메세지를 담은 척 하는 거야 재미없어도 비웃어줄 수 있지만, 직장 상사 얼굴 갈기고 경찰 무릎이랑 마빡 깨고 국회의원한테 총 쏘는 걸로 카타르시스를 느끼라고 강요한 점은 용서가 불가능.

by 작나무 | 2007/10/16 17:14 | 읽고쓰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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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핏빛고양이 at 2007/11/13 16:20
나는 이 영화 보지는 못해서 디테일하게 말은 못하겠지만, 사실 원츄 목록에 있었는데+_+ 카타르시스고 뭐고 간에 내 보기에 예고만 봐서는 '내용없음 막나가자' 영화로 보였고 '목적없음 우당탕탕'으로 보였기 때문에.
뭐, 아니었나보네;;
그냥..
내용없고 목적없는 왁자지껄 영화 하나 나온줄 알고 반가워했더니..

우리나라도 그런 영화, 만들줄 좀 알아야 한다고 생각.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7/11/23 21:53
그르게 말임미다!
절대 유쾌하지 않아. 질척질척 발목을 휘감는 진흙탕 놀이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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