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우리 셋은 여행을 떠났다. 한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놓은 테이블에 앉아 새벽이 되도록 맥주를 마셨다. 늦은 시간이라 모두들 잠자리에 들었는데 독일인 청년 하나가 다가와 어울려도 괜찮겠냐고 말했다. 나는 그에게 자리에 앉기 전에 먼저, 자살을 시도했던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아니라고 답했고, 나는 그에게 우리가 자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어울리겠냐고 되물었다. 초면에 나름의 배려라고 했던 말인지 아니면 단지 그 녀석의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건지 술에 취해 되는대로 이야기를 지껄였던 건지는 분명하지 않은데, 아마도 그 모든 이유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을 것이다. 어쨌든 자살에 대한 대화가 유쾌하기는 어렵더라.
거울의 방에 들어선 것 처럼 무수하게 많은 나의 환영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정면을 바라보기 부끄럽고 측면을 바라보면 화가 나고 뒷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서 거울 속 멀리 보이는 나의 모습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그 환영을 제거하는 한 방법을 알고 있다.
새벽, 아침 해가 떠오르기 직전은 자기살해를 결심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아직 어두워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두워서 움직임이 곤란하지도 않으니까. 저녁무렵도 같은 이유로 유리할 수 있겠지만 그날 밤에 남아있는 몇 시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남아있기에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웠다. 짙은 어둠 속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근거없는 희망을 붙잡으려는 마지막 집착도 사라지게 된다. 그 마지막 밤은 아마도 몹시 길 테지만 그리 지루하지는 않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다시 거울의 방을 회상하라. 그러면 눈을 감고 새벽을 기다릴 수 있다.
저녁식사를 나누고 섹스를 나누고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잠든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새벽을 맞았다. 사랑은 거미줄 같이 투명하게 흔들리는데,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창 밖으로 뛰어내린다면 아래 주차된 자동차를 망가뜨릴 수도 있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수도 있지. 창틀에 줄을 매고 고리를 만들어 목을 건 뒤 뛰어내린다면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밖은 많이 춥겠지. 바람이 불 거야.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진통제를 한 통 삼키고 물 속에서 잠이 들면 포근하겠지. 하지만 이미 실패한 방법을 다시 시도하지는 말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잠결에 눈을 뜬 남자가 나를 보고 나의 허벅지에 따듯한 손을 얹고 말했다. 깼어? 물 좀 갖다줘. 그의 말에 나는 자동인형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차가운 보리차를 컵에 따라가지고 침대로 돌아왔다. 커튼 사이로 파란 햇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막연한 기대가 되살아났고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살아있다.
거울의 방에 들어선 것 처럼 무수하게 많은 나의 환영이 각기 다른 모양으로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정면을 바라보기 부끄럽고 측면을 바라보면 화가 나고 뒷모습을 보면 눈물이 나서 거울 속 멀리 보이는 나의 모습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그 환영을 제거하는 한 방법을 알고 있다.
새벽, 아침 해가 떠오르기 직전은 자기살해를 결심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다. 아직 어두워서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어두워서 움직임이 곤란하지도 않으니까. 저녁무렵도 같은 이유로 유리할 수 있겠지만 그날 밤에 남아있는 몇 시간에 대한 막연한 기대가 남아있기에 실행에 옮기기는 어려웠다. 짙은 어둠 속에서 몇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근거없는 희망을 붙잡으려는 마지막 집착도 사라지게 된다. 그 마지막 밤은 아마도 몹시 길 테지만 그리 지루하지는 않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면 다시 거울의 방을 회상하라. 그러면 눈을 감고 새벽을 기다릴 수 있다.
저녁식사를 나누고 섹스를 나누고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잠든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새벽을 맞았다. 사랑은 거미줄 같이 투명하게 흔들리는데, 나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창 밖으로 뛰어내린다면 아래 주차된 자동차를 망가뜨릴 수도 있고 나뭇가지를 부러뜨릴 수도 있지. 창틀에 줄을 매고 고리를 만들어 목을 건 뒤 뛰어내린다면 그런 일은 없을 거야. 밖은 많이 춥겠지. 바람이 불 거야.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놓고 진통제를 한 통 삼키고 물 속에서 잠이 들면 포근하겠지. 하지만 이미 실패한 방법을 다시 시도하지는 말자.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잠결에 눈을 뜬 남자가 나를 보고 나의 허벅지에 따듯한 손을 얹고 말했다. 깼어? 물 좀 갖다줘. 그의 말에 나는 자동인형처럼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 문을 열고 차가운 보리차를 컵에 따라가지고 침대로 돌아왔다. 커튼 사이로 파란 햇살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고 막연한 기대가 되살아났고 그래서 나는 지금까지 살아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