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집안일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 매진하고 있다. 주부라는 새로운 역할을 받아들이면서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역할을 상실하게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생길만큼. 충실한 섹스파트너라든지 매력적인 연인이라든지 재치있는 대화상대 같은 역할을 수행하며 나와 함께 가정을 꾸리고 일상을 공유할 남자를 구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너무나 아득해 아득하다. 멀어지는구나. 그래도 내가 여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어서,
며칠째 보지에서 붉은 피가 흘러 내린다. 아랫배가 저리는 미묘한 통증이 짜증스럽지도 않고 고통스럽지도 않고 전혀 즐겁지도 않고 아무 감정 없이 통증이라는 인식만 남아있다. 가끔 비릿한 피 썩은 내가 후각을 자극해도 아무런 감정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생리대를 교체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할 뿐, 생각만. 행동하지는 않고 생각만. 냄새를 맡으면서 생각만. 붉은 피가 나의 구멍에서 썩어가는데 나는 생각만 하고.
얼마나 더 살면 안 쪽팔려? 라는 후배의 일기장 제목이 생각났다. 나는 너무 부끄러워서 그렇게 묻지도 못할 것 같다. 너절한 쪽팔림이 생을 이루는 중요한 축이다. 너절한 쪽팔림 그 수면 위로 내 살찐 몸뚱이가 둥실, 기름진 팔뚝이 허우적허우적. 그리고 수면 아래에 잠긴 다리 사이에서는 피가 흐르고, 구멍에 고인 피가 흘러내리고, 아랫배의 통증이 부끄럽고, 비린 냄새가 부끄럽고, 그런데 나는 물이 잠기지도 않았는데 두 팔을 허우적거리고. 허우적거리며 생각만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