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모두 술에 취해있었지. 어쩌면 그리 취하지 않았는데도 취한 기분을 내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다음 날은 휴일이었고 대학을 졸업하고 반년동안 사회에서 발버둥치느라 충분히 지쳐있었거든. 아니 어쩌면 우리가 아주 지쳤다고 과장해서 말하면서 엄살을 부리고 싶었던 걸지도 몰라. 적당히 힘들어도 많이 힘든 척, 적당히 취해도 많이 취한 척,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친구들이었으니까.
반년 전에는 진한 라바짜 커피를 내주던 카페가 호프집인지 와인바인지 알 수 없는 기묘한 장소로 변해있었고 그곳은 새벽까지 문을 열고 있었지만 손님은 우리들 뿐이었고 음악은 이상할만큼 좋았고. 흐리지도 밝지도 않은 조명이 비추는 넓지도 좁지도 않은 공간에서 네모난 탁자와 의자를 피해가며 레비와 매히와 작나무는 춤을 추기 시작했고. 어째서인지 음악소리는 조금 더 커졌고 점점 더 커졌고. 음악이 커지고 네가 커지고 탁자는 작아지고 술병은 작아지고.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지친 어깨를 어루만지고 땀에 젖은 등줄기를 쓸어내리고 우리 취했구나 너도 나도 참 힘들었구나 소리내지 않고 말하는 입술이 달싹이며 서로 만나고.
그렇게 춤을 추면서 시간이 점점 멀어져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