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꽁치 구이.

요즘은 아침산책 나갔다가 해산물 시장에 들르는데 오늘 이상한 물고기를 발견했다.
생긴 모양은 꼭 꽁치 같은데 주둥이가 뾰족하게 튀어나왔다.
수상한 놈이다 싶었지만 뭔가 궁금해서 낼롬 사들고 왔다.


▲ 학공치. 아랫부리가 길고 불그죽죽하며 몸은 은빛으로 학을 연상케 한다. ⓒ 한성수
이미지 출처, 오마이뉴스 한성수 기사 : '바다의 학' 학공치, 낚시부터 초밥까지!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학꽁치(사요리)라는 어종이다.
더 찾아보니 바다낚시 관련 기사가 뜨고 지금이 제철이며
한국에선 상당히 고가인 생선이라 예전에는 일본으로 수출했단다.
나는 세 마리에 8위엔(우리돈으로 약 천원)에 집어왔는데... 횡재한 기분이다. ㅎㅎ

검색을 마친 뒤 냉장고에 비닐봉투 째 넣어놓은 학꽁치를 꺼내고
고등어 유혈사태의 역사를 담고 있는 도마와 사시미를 정렬했다.
(사시미를 구입한 이유는............
길죽한 과도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수박 자를 때 유용했다. -_-;)

지난 고등어 피칠갑 현장을 소리소문 없이 수습해주셨던
가정부 아줌마가 불안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나도 불안한 표정으로 아줌마를 바라본다.
아줌마가 고개를 돌린다.
나도 고개를 돌린다.

학꽁치님의 푸른 은빛 비늘을 응시하며
위대한 자연과 생명의 바다와 어부님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사시미를 움켜쥐고 학꽁치의 퀭한 눈을 외면하며 과감하게 머리를 잘라냈다.
훗..... 내장이 터져버렸다.

이런 시작으로는 낚시꾼의 섬세한 가이드를 따를 수 없었다.
동거인에게 칫솔을 가져다 달라고 소리소리 질렀다.
동거인이 자기가 쓰던 칫솔을 들고왔다.
그걸 들고, 내장을 박박 문질러 씻어내기 시작했다.
내장을 감싼 검은 피막을 먹으면 안 된다고 하길래 운동화 빨듯이 문질렀다.
훗훗훗..... 흐물흐물 뭉개져버렸다.

미숙하고 잔혹한 인간의 거친 손길이 닿았음에도
위대한 자연과 생명의 바다의 일부였던 학꽁치는 맛있었다.
혼비백산 양념도 밑간도 없이 기름을 두른 팬에 파르륵 구워냈을 뿐인데
학꽁치님의 산산조각난 하얀 속살은 감미롭게 혓바닥을 간질여주었다.

으엥...
으헤...
우아...
우왕ㅋ굳ㅋ!

by 작나무 | 2007/12/05 13:16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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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hi at 2007/12/05 19:39
왓, 나두 지난 주에 고등어 조림이 너무 먹고 싶어서 시장에서 두마리를 사다 4년전 닭이후 처음으로 사체를 손질하여 보았는데, 한국서 보던 고등어 보다 약간 크고 통통한 녀석의 배를 잡으며 칼질할 때의 느낌이란, 눈물 찔끔하며 손질.ㅠㅠ
어제는 오리 배 속에 사과와 갖은 허브를 집어넣고 오리녀석의 아랫도리를 바늘로 꽤뚫어 매고, ㅠㅠ;(여기선 거의 내장을 미리 다 손질하고 팔아서 내장구경까지는 못했다오)
Commented by 아니마 at 2007/12/06 07:46
비늘색도 좋고 살빛이 투명한 게 얼른 봐도 신선해 보이는군요 +ㅂ+;
생선을 비늘째?로 구웠을 때 프라이팬이나 젓가락 끝에 남는 은빛 가루...를 보면서 예쁘다는 생각도 해요. 네일에나멜(매니큐어)의 재료라는군요;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7/12/08 05:45
매히. 흑흑... 생선을 넘어서 오리까지.... 힘내서 맛나게 먹고 살아요!!!

아니마. 저 사진은 퍼온 거지만 내가 구워먹은 것도 굉장히 신선했어. 반딱반딱~!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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