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절의 이유.

동거인과 문학작품의 표절에 대한 과학적 분석.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경성애사>의 작가는 <태백산맥>에서 문장을 따온 게 안 걸릴 거라고 생각했을까?
(거의) 전 국민이 (거의) 다 읽은 그 책을 표절하고 들키지 않을 거라 믿었을까?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나는 이선미씨의 입장이 이해가 간다.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근대기의 풍경이 막 머리속에 그려졌다, 이 시대를 배경으로 사랑이야기를 쓰고 싶은데, 써보니 그 시대의 맛이 안 나고 어딘가 부족하고, 아무리 다시 써도 원문 이상의 묘사는 불가능하고, 에라 모르겠다 조금만 따라하자, 설마 걸리겠어.(라고 자기최면을 건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에게 최면을 거는 방법은 모른다.)

내가 가진 글솜씨는 참 빤하지만 남의 글은 참 좋아보이고 마구 탐나는데, 그만큼의 내공을 얻기 위해서 얼마나 노력해야 할지 겁나고, 이런 심리는 전문적인 작가가 아니라 평범한 블로거라고 해도 느껴봤을 거다. 물론 여기서 슬쩍 해오지 않는 양심적인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어쨌든 표절하는 사람의 심리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듯.

예전에 운영했던 블로그에서 이 비슷한 내용의 글을 쓴 적 있는데 어디선가 한무리의 불놀이 블로거들이 몰려와서, 도둑질은 도둑질이니까 무조건 나쁘지요,로 시작해서 심지어, 네년도 도둑년! 식의 덧글을 남겼던 적이 있다. 그때는 엄청 상처받고 블로그 문 닫아버렸는데, 지금은 담담하게 말하지 뭐, 나에게도 도둑의 심뽀가 있다. 욕망이 있는 인간이니까.

욕망이 있으면 노력을 해야하는데 이선미씨가 조금만 더 여유를 갖고 찾아봤음 좋았을텐데, 참 안타깝다. 태백산맥에서 영감을 얻는 거야 충분히 가능하지.(포스가 대단하자나효.) 그 영감을 바탕으로 근대기 신문 사설 기사 광고 열심히 찾아보고 당시 수필이나 편지도 좀 찾아보고(조선 근대 관련 책 무지 많이 나와있다.) 그랬으면 조정래 샘보다 훌륭한 작품을 쓰기는 좀 많이 힘들겠지만 적어도 자기만의 글쓰기를 할 수 있었을텐데.

그러니까 글쓰려먼 공부해야 한다. 내 안에 고인 물이 깊어져야 끌어 쓸 말이 생긴다.

(제법 교훈적인 마무리 +ㅂ+)



by 작나무 | 2008/01/05 17:58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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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1/06 07:37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1/07 01:09
유후~ 두근두근.
Commented by blus at 2008/01/07 06:09
제가 이선미씨였다면 "경성애사는 태백산맥 동인지입니다."라고 말하고 당당했을 듯?(...그럼 안돼...)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1/07 13:45
크하하하하!!! 동인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죠. ㅋㅋ
Commented by 아니마 at 2008/01/08 22:32
아 그런 방법이 ㅋㅋ 요샌 '오마주'나 '패러디'로 대충 엮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만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1/09 00:52
아니마 양. 밝히고 시작하면 좋은데 숨기면 반드시 걸린다능.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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