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연히 <묻어둔 이야기>라는 책이 손에 들어왔다. 이병철의 큰아들이자 이건희의 맏형인 이맹희 옹이 1993년에 출판한 회고록, 그 시대에 유행했던 최불암 시리즈 보다 삼천육백배 이상 웃긴다.
나만큼이나 시사에 관심 없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에게 세 아들이 있었는데 맹희-창희-건희가 그들의 이름이다. 첫째 맹희는 성격이 괄괄해서 아버지 눈 밖에 나고, 둘째 창희는 형을 제끼고 잘해보려다 완전히 찍히고, 차분한 셋째가 낙점되어 대기업의 경영권을 물려받았다는 이야기, 완전 용의 눈물 -_-;이다.
동생에게 대권을 빼앗긴 맏형이 쓴 회고록이니 구구절절 자기변명과 회한으로 얼룩져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솔직담백하더라. 틀림없이 대필작가가 투입되었을 테지만 그리 심하게 미화시키거나 뭉뚱그리지 않은 듯 싶다. (어쩌면 미화시키고 뭉뚱그린 결과가 이 정도일지도.)
본인에 대해서는 경복고 시절 학업보단 왈패짓에 관심이 있었으며, 동경농대(무려 밀항하여 도일) 재학 중에도 견문을 넖히기 위해 열심히 놀았다고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30명 입학에 28명이 졸업했는데 그 중 27등(그래도 꼴지는 아니었다능...) 그리하여 대학원에 입학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 부터, 사업에서 물러난 뒤에 골프장 매니저를 집으로 불러서 골프채로 후들겨 팬 사건의 전모까지 다 밝히더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해도, 자기 이야기를 자기 입으로 하는 건 다르잖아, 정말 대단해요. +ㅂ+;
아버지 이병철에 대해서 쓴 부분도 재미있다. 이건희와 일본여성 구로다상과의 은밀한 관계 -_-.... 그 시절에는 당당하게 일부다처 했는지 두 형제가 유학 중일 때 그 여자의 집에서 머물게 했다고. 그 일본여성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이 연적관계였다더라 하는 소문에 대해 그건 아니라고 해명하며 그 여자와 자신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 회고록에서는 그녀에 대해서 '시골 여자'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그 비하하는 어조가 아주 확고하다. 그래서 부잣집 도련님이 뭐하러 아버지 첩인 '시골여자'를 건드리겠어,라고 믿기로 했다.
이병철은 구체적인 지시나 요구를 밝히기 보다는 남이 알아서 기어주기를 바라는 분이었다고 한다. a가 맘에 안드는 데 괜히 b,c,d,etc 트집잡아서 땍땍대는 성격이라는데, 기본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깔고서도 조목조목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더라. 그러니까 꼬장꼬장한 꼰대 스타일이란 말이죠. (매우 구체적으로 지시사항을 전달한다는 이건희는 아버지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진보한 사람인지도. 유후~)
그 외에도 유머 포인트가 몇 군데 있다. 1993년에 출간한 회고록임에도 불구하고 5.16은 군사혁명이었다고... 쿠데타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군사혁명이 되는 거야? 불어 잘 하시는 분 설명 좀. +ㅂ+;;; 그리고 삼섬의 기업이념은 사업보국(報國)이라고 한다. 사업을 통해 나라에 은혜나 빚을 갚는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역시 이념과 현실은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구나.
이맹희 옹은 분재와 비료에 관심을 가지고 고향에서 칩거하고 계신다는데, 이 회고록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기업 경영자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라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동생분께 꼭 한 번 더 일깨워 주시기를 바란다.
"당신은 후손들에게 부패와 독성을 전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아니면 원숙한 발효로, 겨레와 더불어 나누어 가질 훌륭한 삶의 터전을 만든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이맹희, 묻어둔 이야기, 청산, 1993)
나만큼이나 시사에 관심 없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삼성의 창업자인 이병철에게 세 아들이 있었는데 맹희-창희-건희가 그들의 이름이다. 첫째 맹희는 성격이 괄괄해서 아버지 눈 밖에 나고, 둘째 창희는 형을 제끼고 잘해보려다 완전히 찍히고, 차분한 셋째가 낙점되어 대기업의 경영권을 물려받았다는 이야기, 완전 용의 눈물 -_-;이다.
동생에게 대권을 빼앗긴 맏형이 쓴 회고록이니 구구절절 자기변명과 회한으로 얼룩져있을 거라 생각했으나 의외로 솔직담백하더라. 틀림없이 대필작가가 투입되었을 테지만 그리 심하게 미화시키거나 뭉뚱그리지 않은 듯 싶다. (어쩌면 미화시키고 뭉뚱그린 결과가 이 정도일지도.)
본인에 대해서는 경복고 시절 학업보단 왈패짓에 관심이 있었으며, 동경농대(무려 밀항하여 도일) 재학 중에도 견문을 넖히기 위해 열심히 놀았다고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30명 입학에 28명이 졸업했는데 그 중 27등(그래도 꼴지는 아니었다능...) 그리하여 대학원에 입학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는 이야기 부터, 사업에서 물러난 뒤에 골프장 매니저를 집으로 불러서 골프채로 후들겨 팬 사건의 전모까지 다 밝히더라.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해도, 자기 이야기를 자기 입으로 하는 건 다르잖아, 정말 대단해요. +ㅂ+;
아버지 이병철에 대해서 쓴 부분도 재미있다. 이건희와 일본여성 구로다상과의 은밀한 관계 -_-.... 그 시절에는 당당하게 일부다처 했는지 두 형제가 유학 중일 때 그 여자의 집에서 머물게 했다고. 그 일본여성을 두고 아버지와 아들이 연적관계였다더라 하는 소문에 대해 그건 아니라고 해명하며 그 여자와 자신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쓰고 있다. 회고록에서는 그녀에 대해서 '시골 여자'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그 비하하는 어조가 아주 확고하다. 그래서 부잣집 도련님이 뭐하러 아버지 첩인 '시골여자'를 건드리겠어,라고 믿기로 했다.
이병철은 구체적인 지시나 요구를 밝히기 보다는 남이 알아서 기어주기를 바라는 분이었다고 한다. a가 맘에 안드는 데 괜히 b,c,d,etc 트집잡아서 땍땍대는 성격이라는데, 기본적으로 아버지에 대한 존경심을 깔고서도 조목조목 그런 내용을 이야기하더라. 그러니까 꼬장꼬장한 꼰대 스타일이란 말이죠. (매우 구체적으로 지시사항을 전달한다는 이건희는 아버지보다 커뮤니케이션 기술이 진보한 사람인지도. 유후~)
그 외에도 유머 포인트가 몇 군데 있다. 1993년에 출간한 회고록임에도 불구하고 5.16은 군사혁명이었다고... 쿠데타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군사혁명이 되는 거야? 불어 잘 하시는 분 설명 좀. +ㅂ+;;; 그리고 삼섬의 기업이념은 사업보국(報國)이라고 한다. 사업을 통해 나라에 은혜나 빚을 갚는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 역시 이념과 현실은 괴리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구나.
이맹희 옹은 분재와 비료에 관심을 가지고 고향에서 칩거하고 계신다는데, 이 회고록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 기업 경영자들에게 주고 싶은 말이라고 하는데, 지금이라도 동생분께 꼭 한 번 더 일깨워 주시기를 바란다.
"당신은 후손들에게 부패와 독성을 전한 사람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아니면 원숙한 발효로, 겨레와 더불어 나누어 가질 훌륭한 삶의 터전을 만든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이맹희, 묻어둔 이야기, 청산, 19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