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과민 가정요리.

술안주로 먹으려고 샀던 호두가 지퍼백 반 봉지 남아있는데 이걸 날걸로 먹어서는 몇 달이 지나도 다 못먹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이걸로 뭔가 요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요리블로그를 검색해봤다. 그 중 이런 놀라운 결과물이.

호두 전 처리 하기. http://blog.naver.com/minji1215/130021222087

글의 내용은 호두를 그냥 먹으면 안 된다, 요리하기 전에 반드시 (여러번) 끓는 물에 삶아준 뒤에 먹어야 불순물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글쓴이는 한 번 끓였는데 계속 이물질이 나와서 세 번정도 씻어줬다고 한다.

근데 그 증거로 제시된 사진이 굉장히 재미있다. 호두를 물에 삶았을 때 물 위에 올라온 갈색의 거품은 호두의 지방과 색소가 빠져서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걸 불순물이라고 생각하고 굳이 제거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는 게 신기하다. 호두는 다량의 식물성 지방을 함유한 견과류이고, 몸에 해롭지 않은 천연색소를 굳이 제거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상식적인 반응이 아닐까.

호두를 물에 삶거나 스팀기에 돌리는 건 속껍질을 제거하기 용이하도록 공장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라고 한다. 그래서 시장에 나온 속껍질 없는 깨끗한 호두알맹이는 고소한 맛이 떨어지는 거다. 그런데 가정에서 왜 이 방법을 도입해서 호두를 맛 없게 먹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호두로 파이를 굽는다면 170-180도에서 30분 정도 가열하는데 끓는 물에서 못 죽인 세균도 오븐 속에서 살균될거고. (세균 좀 먹어도 위산이 알아서 잡는다능... 인간의 소화기관을 믿어도 된다능.)

신경과민 가정요리사가 몇 집에 계셔서 손은 많이 가되 맛은 없는 호두를 먹는 거야 안타깝지만 큰일은 아니다. 그런데 이 과민한 요리법이 정석인 것처럼 알려져서 정상적인 가정요리사가 불결하고 건강하지 않은 요리를 만들어 온 것 같은 죄의식을 갖게되는 건 좀 큰일이다. 과민한 분들이 건강전도사 노릇 시작하면 그때부턴 사회문제라고 볼 수도 있다.

한줄 요약. 호두는 삶아먹으면 맛이 없다.

by 작나무 | 2008/02/14 01:08 | 웃어보자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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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mehi at 2008/02/14 01:42
응, 나도 엊그제 안주로 호두까먹고 있었어. 히히
그런데 난 호두 한봉다리 가득 이틀만에 생으로 까서 해치웠는데.. ;
보고싶구나, 베를린에는 올계획은 없능겨?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2/14 03:27
매히 보고싶어 +ㅂ+;; 근데 베를린은 너무 멀구나 ;ㅅ;
매히씨가 키웠던 고양이 사진 아직 가지고 있는데 그거 블로그에 올려놓을까?
Commented by 아니마 at 2008/02/14 10:01
과민한 건강전도사....요새 엄마가 TV를 많이 보시다보니 오전시간 '주부전용방송'에 자주 나오시는 의사양반, 한의사선생, 강사나리들의 전도에 많은 영향을 받으시던데 --;;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2/14 15:16
강사나리들이 헛소리하는 건 먹고살기 힘드니까 그런가보다 싶은데 의사들이 그러면 확 때려주고 싶어. 그런데 이게 뭐 팔아먹자고 하는 소리가 아니라 진심으로 인류의 건강을 염려하면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이야기하는 거면 때려줄수도 없자나 -_-;
Commented by 레비 at 2008/02/15 12:15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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