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셉 콘래드 작품 처음 읽었는데 킹왕짱입니다. <암흑의 핵심> 뱃사람들 이야기는 욕조에 들어가서 읽으면 재미가 세배. 암흑의 핵심이 영화 지옥의 묵시록 원작이라는데 영화 무삭제판으로 나온 거 봤다가 토나올 뻔 했던 기억을 잠시 접어두고 차근차근 읽었다. 소설에선 커츠씨가 나오기 전부터도 흥미진진, 책장이 저절로 넘어간다. 말로가 커츠 약혼녀 만나서 거짓말하는 장면에선 눈물이 찔끔찔끔, 무섭다고 말하며 죽은 사람 이야기는 약혼녀 아니라 누구에게도 말해주기 어려울 거 같다. 작가가 원래 폴란드 사람인가 독일 사람인가 여튼 그런데 영어로 쓴 책이라고 함, 이런 작가의 책이라면 원서로 읽어도 부담없을 것 같다. 근데 번역도 괜찮아서(민음사) 굳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고.
십대소녀의 임신이란 소재를 발랄하게 풀어간 영화 <주노> 시나리오가 짱짱해서 보는 내내 신이 났다는... 한편으론 나 자신이 불쌍하고 안타까웠고, 앞으로 평생을 가져가야 할 감정이겠지, 죄의식이 나를 찌를찌라도, 후회가 나를 짓누를지라도.
<머지보이>닭치는 농가의 소년 머지의 성장이야기. 동성애 첫사랑 이야기니 퀴어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전혀 꼴리는 영화는 아님. 첫사랑과 그 상처에 대한 이야기라서 좀 서글프기도. 누구나 어른이 되려면 마음 속의 아이를 죽여야 하는 걸까, 소년은 엄마의 아이를 죽이고 아버지의 세계에 편입되었다.
하드고어 <죽음의 천사> <엽기영화공장> 둘 다 시시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임신한 여자의 배를 가르는 장면 하나 섬뜩했음, 이거 실화였다는데 역시 현실이 영화보더 현실감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만들어진 고어물을 보면 특수효과에 실망하고 최근에 만들어진 고어물을 보면 빈곤한 상상력에 실망하는데 이제 이 세계를 떠날 때가 되었나.
이거 보고 난 뒤에 꿈에서 살아있는 사람 혀를 잘라서 날걸로 씹어먹는 내용이 나왔다. 아놕... 그 맛이랑 질감도 기억이 난단말이지. 젱장.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두 쌍의 커플이 있는데 서로 상대쪽 이성과 사랑에 빠졌다는 뭐 그런 이야기, 식상한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봤다. 성별과 계층의 차이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했는데 남자주인공이 둘 다 순정파라는 점만 빼면 현실감 만점. 모든 인간이 결국 각자의 섬에 살고있다면 도시인에게 가장 안전한 섬은 자동차라능.
인테리어 소품 신경 많이 쓴 듯, 아님 내가 동거중이라 이런 것만 눈에 들어온 걸지도, 서울 이곳저곳 풍경도 참 아름답게 찍었더라. 마지막에 덕수궁 장면, 거기가 내가 알던 덕수궁이야 싶을만큼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그리고, 엄정화는 의외로 연기 잘 하는 배우, 의외의 명배우 상 같은 거 있음 줘야함.
<나쁜교육> 강추. 사람이 얼마나 쉽게 추악해지는지 생각하면 선악의 기준을 세우는 노력이 무의미한 것 같아.
<고양이가 원하는 고양이 기르기> 실용서를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가 정말 실용적인 이야기들이라 깜짝깜짝 놀라면서 읽었다. 그런데 실용서가 대개 그렇듯 전반적인 이야기는 재미없고 구체적인 사례는 내 경우와는 아주 다르고 해서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인터넷 고양이 동호회에 나온 정보가 훨씬 유용할 듯. + 고양이는 우유 먹으면 안된대.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0권으로 완역된 것, 곰이 사가지고 왔다. 으앙 좋아~!! 이 책에서 크리스천과 공산주의자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차이 뿐, 인간에 대한 끈적끈적한 애정은 참으로 아름답군요.
인도영화 두편, <라간><워터>
라간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제국군이 인도를 점령했을 당시의 이야기, 딱보기에도 악당같이 생긴 영국군넘이 선량한 인도인 주인공에게 크리켓 경기를 해서 이기면 토지세-라간-를 면제해주겠다고 내기를 건다는 이야기. 인도영화니까 당연히 인도팀의 승리. 종교간의 화합(힌두교도와 무슬림)과 계층간의 화합(불가촉천민이 마지막 주자로 죨 멋지게 뜀, 평민들이 불가촉천민을 막 만지고 난리도 아님) 같은 걸 보여주는 요소도 재미있었다. 인도영화답게 가무장면이 종종등장하는데 배경이 농촌마을이라 신선했음.
워터는 춤노래 없는 인도영화. 인도영화를 선택할 때 으례 기대하는 유쾌함은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짓누르더라. 일곱살에 결혼해서 곧바로 과부가 된 소녀가 주인공인데, 근대 이전(사실 지금도 많은 지역에서) 인도에서 과부는 죽은 남편을 따라 화장하는 불길에 뛰어들거나 평생 수절하면서 살거나 가족의 동의 하에 시동생이랑 결혼하거나 해야 한단다. 그 소녀는 본의 아니게 수절을 택했는데(따라 죽을 수는 없자나) 그렇게 과부들끼리 모여 사는 동네 이야기. 한 건물에서 흰 옷을 입고 머리를 깎고 살아가는데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결국 수절하기 위해서는 매춘을.. ;ㅅ; 과부촌이 매음굴이 되는 분위기는 아니고 예쁘고 젊은 과부 언니 하나가 동네 유지 아저씨들 집에 몰래 가서 몸을 팔고 그 돈으로 다른 과부들도 먹고살고 그런다. 에효.
그런데... 그 예쁜 과부언니한에 남자가 나타난 거다. 과부랑 결혼하겠다는 신학문을 배운 청년, 이들의 사랑은... 비극임미다. 비극 중에 비극임미다. 흑. 과부언니는 조용히 물 속으로 가고 ;ㅅ; 으앙... 자기는 그렇게라도 정결해지고 싶은겨. 으앙으앙. ;ㅅ; 그 언니 죽음 이후로도 비극은 계속됨, 여자라면 손수건 두 장은 준비해야 할 영화.
영화 마지막에 간디가 등장하는데(배우겠지만 진짜 똑같이 생겼음!)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신이 진리인 줄 알았는데, 진리가 곧 신이더라... 진실에 대한 믿음으로 충만한 혁명가, 이 영화 감독도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아직 인도에는 삼천사백만명의 과부가 있다고(우리나라 여자 인구보다 많아!) 하는데, 너무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인지 인도정부에서 영화제작에 협조를 거부해서 결국 파키스탄에서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남자배우, <카불 익스프레스>에 기자 역으로 나온 사람인 것 같다. 이 영화도 가무가 없는 인도영화인데 추천!)
십대소녀의 임신이란 소재를 발랄하게 풀어간 영화 <주노> 시나리오가 짱짱해서 보는 내내 신이 났다는... 한편으론 나 자신이 불쌍하고 안타까웠고, 앞으로 평생을 가져가야 할 감정이겠지, 죄의식이 나를 찌를찌라도, 후회가 나를 짓누를지라도.
<머지보이>닭치는 농가의 소년 머지의 성장이야기. 동성애 첫사랑 이야기니 퀴어물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전혀 꼴리는 영화는 아님. 첫사랑과 그 상처에 대한 이야기라서 좀 서글프기도. 누구나 어른이 되려면 마음 속의 아이를 죽여야 하는 걸까, 소년은 엄마의 아이를 죽이고 아버지의 세계에 편입되었다.
하드고어 <죽음의 천사> <엽기영화공장> 둘 다 시시했다. 아이를 갖기 위해 임신한 여자의 배를 가르는 장면 하나 섬뜩했음, 이거 실화였다는데 역시 현실이 영화보더 현실감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만들어진 고어물을 보면 특수효과에 실망하고 최근에 만들어진 고어물을 보면 빈곤한 상상력에 실망하는데 이제 이 세계를 떠날 때가 되었나.
이거 보고 난 뒤에 꿈에서 살아있는 사람 혀를 잘라서 날걸로 씹어먹는 내용이 나왔다. 아놕... 그 맛이랑 질감도 기억이 난단말이지. 젱장.
<지금 사랑하는 사람과 살고 있습니까> 두 쌍의 커플이 있는데 서로 상대쪽 이성과 사랑에 빠졌다는 뭐 그런 이야기, 식상한 소재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재미있게 봤다. 성별과 계층의 차이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섬세하게 묘사했는데 남자주인공이 둘 다 순정파라는 점만 빼면 현실감 만점. 모든 인간이 결국 각자의 섬에 살고있다면 도시인에게 가장 안전한 섬은 자동차라능.
인테리어 소품 신경 많이 쓴 듯, 아님 내가 동거중이라 이런 것만 눈에 들어온 걸지도, 서울 이곳저곳 풍경도 참 아름답게 찍었더라. 마지막에 덕수궁 장면, 거기가 내가 알던 덕수궁이야 싶을만큼 아기자기하고 이뻤다.
그리고, 엄정화는 의외로 연기 잘 하는 배우, 의외의 명배우 상 같은 거 있음 줘야함.
<나쁜교육> 강추. 사람이 얼마나 쉽게 추악해지는지 생각하면 선악의 기준을 세우는 노력이 무의미한 것 같아.
<고양이가 원하는 고양이 기르기> 실용서를 오랜만에 읽어서 그런가 정말 실용적인 이야기들이라 깜짝깜짝 놀라면서 읽었다. 그런데 실용서가 대개 그렇듯 전반적인 이야기는 재미없고 구체적인 사례는 내 경우와는 아주 다르고 해서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인터넷 고양이 동호회에 나온 정보가 훨씬 유용할 듯. + 고양이는 우유 먹으면 안된대.
<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 10권으로 완역된 것, 곰이 사가지고 왔다. 으앙 좋아~!! 이 책에서 크리스천과 공산주의자는 신의 존재를 인정하느냐 마느냐의 차이 뿐, 인간에 대한 끈적끈적한 애정은 참으로 아름답군요.
인도영화 두편, <라간><워터>
라간은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제국군이 인도를 점령했을 당시의 이야기, 딱보기에도 악당같이 생긴 영국군넘이 선량한 인도인 주인공에게 크리켓 경기를 해서 이기면 토지세-라간-를 면제해주겠다고 내기를 건다는 이야기. 인도영화니까 당연히 인도팀의 승리. 종교간의 화합(힌두교도와 무슬림)과 계층간의 화합(불가촉천민이 마지막 주자로 죨 멋지게 뜀, 평민들이 불가촉천민을 막 만지고 난리도 아님) 같은 걸 보여주는 요소도 재미있었다. 인도영화답게 가무장면이 종종등장하는데 배경이 농촌마을이라 신선했음.
워터는 춤노래 없는 인도영화. 인도영화를 선택할 때 으례 기대하는 유쾌함은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짓누르더라. 일곱살에 결혼해서 곧바로 과부가 된 소녀가 주인공인데, 근대 이전(사실 지금도 많은 지역에서) 인도에서 과부는 죽은 남편을 따라 화장하는 불길에 뛰어들거나 평생 수절하면서 살거나 가족의 동의 하에 시동생이랑 결혼하거나 해야 한단다. 그 소녀는 본의 아니게 수절을 택했는데(따라 죽을 수는 없자나) 그렇게 과부들끼리 모여 사는 동네 이야기. 한 건물에서 흰 옷을 입고 머리를 깎고 살아가는데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결국 수절하기 위해서는 매춘을.. ;ㅅ; 과부촌이 매음굴이 되는 분위기는 아니고 예쁘고 젊은 과부 언니 하나가 동네 유지 아저씨들 집에 몰래 가서 몸을 팔고 그 돈으로 다른 과부들도 먹고살고 그런다. 에효.
그런데... 그 예쁜 과부언니한에 남자가 나타난 거다. 과부랑 결혼하겠다는 신학문을 배운 청년, 이들의 사랑은... 비극임미다. 비극 중에 비극임미다. 흑. 과부언니는 조용히 물 속으로 가고 ;ㅅ; 으앙... 자기는 그렇게라도 정결해지고 싶은겨. 으앙으앙. ;ㅅ; 그 언니 죽음 이후로도 비극은 계속됨, 여자라면 손수건 두 장은 준비해야 할 영화.
영화 마지막에 간디가 등장하는데(배우겠지만 진짜 똑같이 생겼음!) 이런 말을 한다. 나는 신이 진리인 줄 알았는데, 진리가 곧 신이더라... 진실에 대한 믿음으로 충만한 혁명가, 이 영화 감독도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아직 인도에는 삼천사백만명의 과부가 있다고(우리나라 여자 인구보다 많아!) 하는데, 너무 민감한 부분을 건드렸기 때문인지 인도정부에서 영화제작에 협조를 거부해서 결국 파키스탄에서 영화를 완성했다고 한다.
(남자배우, <카불 익스프레스>에 기자 역으로 나온 사람인 것 같다. 이 영화도 가무가 없는 인도영화인데 추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