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틀즈의 날.

1.
이오공감에서 인터넷에 자주 올라오는 비틀즈 질문 10가지(10faq) ver4.0 라는 글을 보고 오늘 하루는 비틀즈로 고고싱 하기로 결심. 비틀즈 매니아라면 꼭 읽어봐야 할만한 내용일 것도 같은 느낌이 들 것만 같은 질문과 답이니까 관심있는 분은 읽어보삼.

위 글을 쓰신 석원님 유머가 극락사과군과 맞짱 뜰 수준, 정보도 정보지만 음악 외에 잡다한 이야기가 재미나서 들어가던 블로그, 그런데 오늘 보니까이 블로그에 내 블로그도 링크되어 있더라 -ㅂ-;; 어쩐지 유명인과 친해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것만 같아효.

2.
별로 음악을 좋아하지도 않고 가지고 있는 음반이라곤 오백장 남짓인데 그중에 비틀즈 앨범이 열개 이상이라는 건 좀 신기한 일. 전부 내가 산 거는 아니고 아버지 씨디통에서 슬쩍한 거랑 술만 마시면 68혁명은 끝나지 않았다고 주장하곤 했던 옵하한테서 선물받은 게 대여섯개쯤. 그 옵하는 비틀즈 앨범을 산거 또사고 산거 또사고 할튼 보이면 사들여서 그중에 중복되거나 표면에 기스난 거는 선심쓰면서 선물해주곤 했는데 그렇게 얻어온 것들이 초기 앨범, 좋더라.

근데 비틀즈 좋아하는 거랑 68혁명이랑 무슨 상관?

3.
지금 듣고있는 곡은 1963년도에 발표된 트위스트 앤 샤우트, 꼬꼬마 때는 예스터데이랑 렛잇비가 짱인줄 알았는데 요즘은 플리즈플리즈미, 하드데이즈나잇 같은 초기 노래들이 좋더라. 작년인가 정말 개처럼 일하고 밤하늘의 별을 찾으며 퇴근하는 길에 바에 들러서 하드데이스나잇을 들었는데 눈물이 났더랜다. 고개는 까닥까닥 어깨는 움찔움찔 무릎은 건들건들 눈물은 주륵주륵.

대학다닐 때 충무로 지하에 있는 오재미동에서 비틀즈가 나온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일종의 다큐라고 해야하나, 멤버들이 돌아댕기면서 연주하고 사고도 치고 그러는 이야기를 필름으로 담은 건데 60년대 중반에 만든 거였나 여튼 음악이 다 초기작이었다. 제목은 기억 안 나는데 이 오빠들 젊었을 때 모습이 넘 귀여웠어.

4.
울 아빠도 젊었을 때엔 비틀즈를 좋아하셨다. 요즘에야 연세가 드시니 취향이 점차 가요무대와 전국노래자랑을 오락가락 하시지만 그럼에도 비틀즈 앨범 몇장을 애장품 목록에 두셨더랬다.(사실... 딸내미가 훔쳐가도 모르심 -ㅂ-; 알면서 모르는 척인지도 -ㅂ-;;;)

노래방이란 게 처음 생기고 폭발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던 무렵, 아버지는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붙잡고 비틀즈의 예스터데이를 불러보고 싶다는 소박한 욕망을 품고 아침저녁으로 그 곡을 연습하셨다. 과장이 아니라 빈 카세트 테이프에 예스터데이 한곡만 녹음을 해서(그때는 차에 씨디플레이어 없었으니까) 아침저녁으로 출퇴근길에 내내 테이프가 늘어지도록 반복해서 들었다고 한다.

대망의 회식 날이 돌아왔다. 아버지는 노래책을 뒤져 예스터데이를 입력해놓고 화장실에 가서 목청을 다듬고 돌아왔다. 이 방이 우리 방인가 저 방이 우리 방인가 길을 잃고 헤매다가 사무실 동료들이 있는 방으로 돌아와보니 어느새 노래는 시작되어 있고 새까만 후배넘이 마이크를 들고 열창을 하고 있더란다. 당시 과장급이었던 아버지의 결심은... 이 새퀴 인사고과에 반영할테다.(직장생활은 참 까다롭고 힘든 거여요.)

아버지는 이에 포기하지 않고 다른 노래로 도전하겠다고 결심, 이번에는 렛잇비를 공테이프 앞뒷면에 녹음해서 아침저녁으로 반복해서 들었다. 시도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게 짧지만 은근히 어려운 노래다. 그래서 아버지는 렛잇비 악보피스를 사다가 몇년동안 쌩돈 들여가며 피아노를 가르친 딸을 동원해서 반주를 시키고 음정을 잡는 연습을 하셨더랬다.(그런데 나의 음악적 재능은 참으로 미천해서 몇년간의 쌩돈이 아깝게스리 많이도 틀렸다. 그 뒤로 지겨운 피아노 교습은 끝났다능.)

또다시 대망의 회식 날이 돌아왔다. 아버지는 노래책을 뒤져 렛잇비를 찾았다. 그런데 당시 노래방 기계는 번호가 네자리 뿐이었고 수록곡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렛잇비 같은 노래는 노래방 기계에 수록되어 있지 않았다. 단 한곡도 부르지 못하고 노래책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낸 아버지는 진지하게 대명노래방에 외압을 넣을 생각을 하셨더랜다.(크든 작든 권력은 참 무서운 거여요.)

5.
노래 들으면서 늦게 일어난 남자친구님 안경 찾아주고 사과 깎아먹고 생강차 끓여들고 돌아와서 마저 다 쓰는 중. 지금 나오는 노래는 1964년에 나온 아윌비백, 벌써 일년치가 다 나왔네. 개인적으로 땡그란 안경 낀 존 옵하보다 깔끔한 수염이 사랑스러운 링고 옵하가 좋아요. 사진으로만.

6.
환절기고 해서 이번에는 감기님을 적당히 보내자는 생각으로 생강을 사다가 껍질 까고 잘게 저민 뒤 병에 담아 흑설탕에 층층이 재워서 하룻저녁 따듯한 데 두고 엊저녁에 냉장고에 넣어두었다. 따듯한 물에 한숟가락 풀어 마시니 생강향이 향긋한 것이 참 좋다. 그런데 생강차랑 비틀즈는 또 무슨 상관. 낄낄.

7.
그나저나 다른 멤버들은 왜 오노요코 언니를 싫어했던 걸까?


by 작나무 | 2008/03/29 17:54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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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석원 at 2008/03/30 02:50
"다른 멤버들이 오노 요코를 왜 싫어했는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라고 답하면 저 싫어하실거죠? ^^

물론 오노 요코 때문에 비틀즈가 해체됐다 같은 헛소리는 안 믿으실거라고 믿고요. 비틀즈가 자기붕괴하는 과정은 이 글을 참고해주세요. http://soundz.egloos.com/500456

폴, 조지, 링고가 오노 요코를 불편해했던 이유는 한마디로 지금까지의 비틀와이프들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비틀즈의 아내에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링고의 아내 모린은 리버풀의 클럽시절부터 비틀즈의 열성팬으로 결혼 전에 이미 모든 멤버들과 친구처럼 지냈고, 존의 아내 신시아도 영국북부 출신으로 존이랑 사고치고 결혼하지 전에 이미 다른 멤버들과 친하게 지냈습니다. 조지의 아내 패티 보이드는 리버풀 출신은 아니지만 조지와 결혼하기 전에 이미 비틀즈와 영화작업을 함께 하면서 안면을 튼 상태였지요.

그래서 비틀즈 멤버들의 가족은 대가족처럼 서로 친하게 지냈습니다.

그러나 비틀즈의 아내는 남편의 일에 참견하지 않는다는 규칙아닌 규칙이 있었습니다. 예술적인 방향은 물론이고, 비즈니스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 비틀즈 아내의 미덕이었습니다. 후에 존 레논이 고백했듯이 초기 비틀즈는 영국북부 노동계급가정의 남성우월주의로부터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비틀즈 멤버들은 그들에게 직장에 해당하는 애비로드 스튜디오에 절대 아내를 데리고 오지 않는 것이 암묵적인 규칙이었고 실제로 그렇게 했습니다. 폴의 약혼녀인 제인 애셔도 이 코드를 따랐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존이 스튜디오에 여자를 데리고 온 것으로도 모자라 마이크도 잡게 해주고 한술 더떠서 이 여자가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거기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같은 이야기를 서슴없이 하니까 멤버들이 경악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존의 여자니 대놓고 싫은 내색을 할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번에는 폴이 존과 똑같은 짓(?)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폴이 린다와 사귀면서 린다와 그 딸을 스튜디오에 데리고 오고, 린다의 가족들을 사업에 끌어들이고, 멤버들의 의견보다 아내(가 될 사람)의 의견을 중시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오노 요코가 마녀행위를 했다고 믿지만 이건 일종의 도시전설입니다. 비틀즈의 역사책을 읽어보면 오노 요코와 린다 매카트니가 한 행동은 판박이 처럼 똑같습니다. 배경도 비슷합니다. 둘다 외국인(미국인/일본인)이고 이혼녀고, 존, 폴 보다 연상이고, 첫 결혼에서 낳은 딸이 있고, 자기 영역(사진작가/예술가)이 있고, 자의식과 독립심이 강하다는 점도 똑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오노 요코만 욕하는 이유는 그가 일본인이라는 이유 외에는 사실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일종의 인종주의적 편견이지요.

언론이나 TV, 그리고 대중은 '비틀즈 해산의 주범은 오노 요코'라는 신화를 자꾸 재생산하지만 오노 요코가 나쁘다면 린다 매카트니도 똑같이 나쁜 여자입니다. 이건 팩트지요.

그래서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존은 린다를 싫어했고, 폴은 요코를 지금도 싫어하고 있고, 조지와 링고는 요코와 린다를 싫어했다가 되겠습니다. 키워드는 마초주의와 인종주의입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3/30 22:08
우왕. 그렇군요!
Commented by 나제 at 2008/04/01 00:54
아, 나는 비틀즈 제끼고 요코 오노 하나만 놓고 봐도 싫어영.....이유는 너무 명확하죠. 우왕... 저 계속 이렇게 살아도 될까요...
Commented by 역성혁명 at 2008/04/01 19:55
제가 중학교 다녔던 시절에 비틀즈에 대한 모든 것을 적은 아주 두꺼운 검은색 책이 있었죠. 올 연말에 그 책을 살까 생각중입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4/02 06:24
나제 씨. 하지만 요코 언니는 젖가슴이 멋져요! (이런 걸로 사나이를 꼬실 수 있을까나. ㅋ)

역성혁명 님. 오오~ 리뷰 기다릴게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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