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새끼고양이 장자.


여섯마리 중에 가장 착한 아기였지. 형제 중에 가장 작은 아기였지. 언제나 형제들 그늘에 가렸지만 투정도 하지 않고 묵묵하게 지냈었지. 늘 조용했고 젖을 뱉어내는 법도 없고 똥꼬를 문지를 때도 싫은 기색이 없었고 그래서 나는 네가 가장 건강하고 탈 없는 아기라고 생각했었다.

가장 작은 너를 장자라고 부른 건 중국의 옛 사상가 장자가 생각났기 때문이야. 그 사람은 낙천적인 몽상가로 재미있는 사색을 즐겨했다고 전해지는 사상가란다. 꼭 네 모습이 그렇게 보였어. 장난스런 눈매와 귀여운 콧구멍과 유일한 젖소무늬 얼룩과 까만 발바닥과 가느다란 발톱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너는 모르겠지. 눈도 못 떠보고 저세상으로 가버렸구나. 이 아름답고 죄많은 세상을 한 번 보지도 못하고 가버렸구나.

사흘동안 집안에 시신을 두는 건 혼령이 다시 돌아올까 싶어 기다리는 거라는데 미덥잖은 이야기라도 기대고 싶어서 간략하게나마 전통을 따랐지만 너는 돌아오지 않는구나. 이제 더 이상 너를 볼 수는 없겠지. 사진을 다시 보니 장자는 샤오띠와 가장 친했었구나. 지금 알았네. 미안하다. 미안하다.



안녕. 예쁜 아기야.



by 작나무 | 2008/04/03 14:49 | 봄봄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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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기린 at 2008/04/03 18:05
저런.. 안타까움이 전해집니다...
Commented by 아니마 at 2008/04/03 22:54
▶◀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해 (ㅠㅠ)
Commented by blus at 2008/04/04 09:21
가버리면 돌아오지 않죠. 한번 가버리면..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4/04 18:30
장자는 햇빛 잘 드는 화단에 묻어줬어요.
봉분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대신 숟가락을 하나 꽂아서 기념비로 삼았구요.
해가 쨍쨍할 때 집에서 내려다보면 반짝반짝 보여요. 휴...
Commented by 지니야*^^* at 2008/04/05 11:54
작나무님의 기억 속에 오래 간직될 장자..그 기억을 남은 아가들이 함께 해 줄 겁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4/07 10:50
덧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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