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마시고 주절주절.

고양이는 죽는다. 사람도 죽는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언젠가 죽는다. 젠장. 불교로 귀의하기 딱 좋은 시점이다. 이대로 정신이 나가버리면 부처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바이스의 죽음을 보았다. 녀석은 숨을 잘 쉬지 못해서 헐떡였다. 그 작은 혀를 빼물고 학학대는데 할수있는 일이 없었다. 주사기에 설탕물을 넣어서 강제로 입안에 밀어넣으려 했는데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고 숨도 쉬지 못하는 아기를 살릴 방법이 없었다. 나는 왜 고양이도 아니고 신도 아닌가, 나는 왜 빌어먹을 인간인가 화가 났다. 진지하게 안락사를 생각하고 있었고 어떤 방법이 가장 고통을 덜어주는 죽음일까 고민하면서 그 작은 아기의 목덜미를 어루만지고 마디마디 세어지는 마른 등을 쓸어내리고 있는데 녀석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 작은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바이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억지로 분유와 설탕물을 먹이려다 실패해서 녀석의 뺨과 수염은 끈적한 것들이 말라붙어 지저분했다. 작은 고양이의 얼굴을 물수건으로 닦아냈다. 그의 목이 뒤로 젖혀졌다. 가는 목이 뒤로 젖혀져 움직이지 않았다.

황띠의 죽음을 보지 못했다. 너무 많이 울어서 머리가 아팠고 잠을 자지 못해 피곤했다. 생리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화장실에 들어가서 옷을 벗는데 팬티에 검은 피가 묻어있었다. 목욕물에 몸을 담그고 아무렇지 않은 듯 온몸에 비누칠을 했다. 더운 물에 몸을 담그자 오한이 사라졌고 걱정도 사라졌는데 어쩐지 황띠가 우는듯한 소리가 들렸다. 환청이라고 생각하고 세수를하고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옷을 입고 나와서 아기방에 갔다. 황띠는 죽어있었다. 그 소리는 환청이 아니라 황띠가 마지막으로 울부짖는 소리였는지도 모른다. 모를 일이다. 황띠는 전기장판 위에 엎드려서 죽어있었다. 녀석의 마른 몸은 제 무게에 눌려있었다. 비척 마른 배가 전열기의 열기에 말라 쭈글쭈글해졌다. 탯줄이 떨어진지 며칠 되지 않은 배꼽이 까맣게 말라붙어서 튀어나와있었다. 분유 냄새가 났다.

황띠는 가장 외롭게 죽었다. 그의 곁에는 형제도 엄마도 없었고 사람도 없었다. 그러나 어쩌면 외로움에 관한 강박은 나의 것인지도 모른다. 그 작은 고양이는, 보름도 되지 않아 죽은 고양이는 장염의 복통과 기갈의 고통만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마른 혀를 빼물고 죽기 전에 다만 더운 물 한방울을 입에 흘려넣어주는 수고를 하지도 않았다. 나는 더운물에 목욕을 했다. 나는 더럽다.

아침이 되기 전까지 어떻게든 잠을 자고 싶었다. 십사일동안 제대로 자지 못한 피곤한 몸이었다. 피로는 죄의식을 마비시키는 대신 감각을 살려내었다. 아이들의 죽음을 통해 육아로부터 해방되었다는 홀가분함이 더 컸다. 알람을 모두 꺼버렸고 이제는 마음껏 잘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려고 애썼는데 잠이 오지 않았다. 잠을 자기 위해서 있는대로 술을 마셨다. 다행히도 집에 있는 술은 와인 두 병, 그나마도 한 병은 절반정도 남아있었고, 캔 꼭지가 떨어져서 마시지 못했던 맥주 한 캔, 먹다 남겨서 설거지할 때 쓰려고 뒀던 고량주 한 잔 정도가 전부였다. 그걸 모두 섞어마신 뒤에는 기적 같이 잠이 왔다. 아이들은 모두 갔고 비로소 잠이 왔다.

침대에 누웠으나 맞은편 붙박이장 위에 올려놓은 검은 가방과 검은 모자가 마치 고양이 새끼가 눈웃음을 치는 모양처럼 보였다.황띠가 웃는 눈매같았다. 황띠는 웃는 얼굴의 노랑둥이였다. 사람의 기준에서 하는 말이지만 그랬다. 그녀석의 눈꼬리는 아래로휘어있었고 입꼬리는 위로 휘어있었다. 어쩌면 그렇게 예쁜 얼굴인지. 노랑둥이는 언제나 옳다.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옳지 못했다. 남자친구가 모자와 가방을 내 시선이 닿지않는 곳으로 치워줬고 나는 잠을 잤다. 꿈에는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고 아침까지 깊게 잠을 잤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는 정오가 가까워져 있었다. 가정부아줌마와 남자친구가 아이들 방을 모두 치워두었다. 나는 전원이 꺼진 가습기를 청소했다. 전기분열식 가습기에 물때가 많이 끼어있었다. 미리 하지 못했다. 미리 했어야 했는데.

나는 가습기를 청소하는 대신 정치적인 글을 썼다. 다른 사람을 비웃으며 내가 올바른 인간인 것처럼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싸우지 않고 남을 비판하지 않고 비웃었다. 나는 게으르고 부족하고 어리석은 인간이라 아무 것도 하지 않고 그냥 이 자리에 있었다. 나는 황띠가 죽을 때 등을 어루만져주지도 않았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나는 목욕을 했다. 씻어도 더러운 몸을 자꾸 씻었다. 때가 나왔다. 끝도없이 나왔다. 자꾸 나왔다. 온몸의 피부를 벗겨내도 계속 나올 것이다.

하루 종일 숙취가 심했다. 와인과 고량주는 최악의 조합이고 여기에 부은 맥주 한캔의 역할도 상당했을 것이다. 그동안 내 속에는 구멍이 몇 개나 나버렸다. 쓰린 속을 달래려고 스테이크를 먹었다. 소의 살점을 씹어먹으면서 행복해했다. 나와 남자친구의 보름만의 외출이었다. 우리는 시내에서 좋아하는 식당에 들러 밥을 먹었고 백화점에서 잡다한 것들을 사들였고 도자기를 구경했다. 집에 돌아와서 예쁘장한 유리병 네개를 물에 담궈두고 구강청정제로 입을 헹구고 나무로 만든 필통에 필기루를 옮겨담았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 사들인 전부였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을 사들이느라 체력이 상당히 소모되었고 덕분에 몸이 피곤해졌다. 맥주를 배달시켰고 가정부아줌마가 말했던 가루비누도 배달시켰다. 굉장히 많은 일을 한 것 같은데 피곤하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아서 맥주를 마셨다. 남자친구는 깊은 잠에 빠졌고 그동안 나를 챙겨준 그를 깨울 수도 없었고 그냥 혼자 마셨다. 누구도 원망하지 않을 자신이 생겼고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했다. 아기들의 시신을 한지로 싸두었고 그 앞에 향을 피워두었는데 그 냄새가 역겹지도 슬프지도 않았다. 생리가 시작되었다. 생리대에 고여있는 냄새는 역했다.

아기들 탯줄을 모아뒀다. 샤샤와 샤오띠의 목에 둘렀던 실도 모아뒀다. 아이들을 먹였던 분유통과 작은 젖병도 버리지 못했다. 장자가 죽고 난 뒤 만들었던 작은 쿠션도 버리지 못했다. 그것들을 모두 작은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 고양이 새끼들의 탯줄을 다시 꺼내서 냄새를 맡아봤다. 젖냄새와 똥냄새가 난다. 살아있는 것들의 냄새가 난다.

by 작나무 | 2008/04/13 00:41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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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4/13 09: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아니마 at 2008/04/13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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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4/13 15:38
눈물나게 해서 미안해요. 위로해줘서 고마워요. 술 사준다니 정말 좋아요.

웅웅. 이쁜후배양아 말 없는 말도 고마우이.
Commented by 예거마이스터 at 2008/04/14 01:03
결국 다 가버렸군요... 저도 아이들 몇마리 보내본 적이 있어서 압니다.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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