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와 위험.


나는 어쩐지 에이즈에 걸리진 않을 것 같다. 정확히 말하면 HIV에 감염되지 않을 것 같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긴 하지만, 섹스파트너의 보균여부를 의심하고 콘돔이 찢어지진 않았을까 불안에 떠느라 오르가즘을 포기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섹스를 통해 HIV에 감염되는 경우는 1% 미만이라고 한다. 보균자와 콘돔 없이 섹스를 하더라도 감염율은 15% 정도라고 한다. 그렇게 보면 페스트나 독감보다 훨씬 덜 무섭다. 감염율도 낮고 감염 후 발병속도도 느리고 생존율도 높으니까 말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파트너에게 "콘돔 없이 해도 괜찮아"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내 파트너가 아니라 누구에게라도, 콘돔 없이 섹스해도 에이즈에 걸릴 확율은 낮으니까 괜찮다고 말하면 안된다. 누군가가 그 말을 믿고 스스로를 위험에 노출시킨다면, 그래서 감염된다면, 그건 어쨌든 내 책임이기 때문이다. 내가 책임질 수도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의사도 간호사도 아니고 보건교사도 아니고 단지 섹스를 즐기는 개인인 나 조차도 그렇게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데 하물며 정부가 국민들한테 "걱정말고 콘돔 없이 즐기라"고 말하는건 말도 안된다.

그냥 그렇다고.

광우병 0.1%의 확률의 거짓


사진은 방명주의 <판타스마 phantasma>연작

by 작나무 | 2008/05/09 03:09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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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5/09 07:1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5/09 17:56
비공개 님. KBS에서도 정곡을 찌르네요.
확실히 뭔가 바뀔 것 같은 분위기이긴 한데
궁지에 몰린 쥐가 고양이를 물지는 않을까 걱정이에요.
어쩌면 궁지에 몰린 고양이가 쥐떼를 무는 일인지도... -_-;
Commented by blus at 2008/05/10 04:48
자기가 개인줄 착각하고 있는 쥐가 고양이를 물려들까 걱정되긴 합니다.
사진이 굉장히 환상적이네요.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5/10 16:31
방명주 작품 좋아요. 사실 저는 콘돔 사진이 생각나서 그냥 갖다 썼는데 -ㅂ-;; 다른 작품들도 빛을 사용하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해요. 인터넷으로 검색해보심 더 많은 사진을 보실 수 있답니다. ㅎ
Commented by 핏빛고양이 at 2008/05/13 07:03
위의 이야기와 같은 것을 <몸의 사회학> 이란 책에서 잠시 언급하지.. 국민의 건강(보건이 아닌 건강)에 대한 국가의 관심은 생각 외로 매우 근대에서야 시작되었는데 노동력확보에 다름 아니다 뭐 그런 요지로 떠들면서, 건강과 병에 대한 상식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허술한 통계에 의존하고 있는지를 잠시.. 언급만 하고 말지.
실제로 몸 사회학이 건강 및 의료 사회학에서 제대로 가지를 치고 나오려면 아직은 힘들듯.. 어쨌든 몸의 사회학이나 감정의 사회학과 같은 이른바 '신' 분과들을 나는 매우 좋아라하기 때문에(알잖아 음악을 들을때도 내가 파고들 틈을 찾느라 일부러 새로 유행하는 장르로 고개를 돌렸던 걸) 꽤 열심히 읽었던것이 갑자기.. 기억에 확..

주장은 좋아.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5/13 13:55
몸의 사회학? 옹옹옹 찾아보고 싶다. +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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