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성.

1. 사천성.

사천성에서 온 언니를 만난 적이 있다. 아는 사람이랑 연애하는 사이라 건너건너 얼굴만 아는 언니다. 이름은 장진.

겨울인가 초봄인가 날이 좀 쌀쌀했을 때였는데 지인이 장진과 함께 우리집으로 놀러왔다. 한국어와 중국어와 영어와 일본어의 기초단어만 가지고 깊은 대화를 나누기는 무리였지만 상당히 진지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었다.

장진의 고향은 사천성 성도에서 차로 네 시간을 더 들어가야 하는 작은 시골마을이라고 했다. 작년부터 전기가 들어왔으나 전화선은 아직 안 들어왔다고 했다. 남쪽이지만 산이 많아 추운 곳이라고 했다.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옷을 껴입고 외투까지 입고 양말을 신은 채로 침대로 들어간다고 했다. 산동성은 따듯해서 좋다고 말했다.

그녀의 고향은 바람이 굉장히 많이 불어서 돌이 날아다닐 정도라고 했다. 그녀의 부모님은 아직도 그곳에서 농사를 짓고있는데 매일 아침 밭에서 돌을 치우는 게 일이라고 했다. 그녀도 농사일을 돕느라 아침마다 돌덩이를 들어 날랐는데 실수로 무거운 돌을 발등에 떨어뜨렸다고 했다. 그리고 발톱이 없는 새끼발가락을 보여주었다.

아주 작은 조각이 하나 없을 뿐인데 굉장히 아파보였다. 아프냐고 물어봤다. 그녀는 지금은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아무 일도 아니라고 말했다.


2, 아미산.

장진에게 고향집에서 아미산이 얼마나 떨어져 있냐고 물어봤다. 한시간 정도 거리라고 했다. 아미산은 어떻냐고 물어봤다. 가본적이 없다고 했다. 입장료가 백위안인데 시골에서 일년 내내 농사를 지어봐야 몇백위안 못 번다고 그런데 어떻게 그 산에를 올라가보겠냐고 말했다.

그녀의 애인이 그녀에게, 도시에서 몇년동안 열심히 일했으니까 이제 고향에 가봐야 하지 않겠니, 우리 같이 고향집에 가서 부모님께 인사도 드리고, 함께 아미산에 올라가보자, 그런 이야기를 했다. 기차에서 딱딱한 삼등칸 좌석에 앉아 이틀을 달려왔던 그 길을 이제 비행기 타고 가자. 네다섯시간이면 돌아갈 수 있다.

장진은 아미산은 오월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꼭 봄에 가야 하고 오월이 가장 좋다고 몇번이나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오월이 되면 아미산에 가기로 약속을 했다. 장진과 애인은 부모님 집에서 자고 나와 나의 애인은 그녀의 동생네 집에서 재워주겠다고 말했다. 그래 우리 같이 아미산에 가자. 같이 가자.


3. 지진.

사천성에 지진이 났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사상자가 몇만명이 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장진의 가족은 무사할까 모르겠다. 그녀의 애인도 그녀와 연락이 되지 않는다. 그녀가 무사한지도 모르겠다.


4. 적십자.

중국 적십자에서 핸드폰으로 모금을 한다.

1069999301로 1 또는 2 라고 문자메세지를 보내면 된다. 메세지가 전송되면 답장이 오는데 모금에 참여해줘서 감사하다 뭐 그런 이야기였다. 아, 중국에선 적赤십자가 아니라 홍紅십자라 하더라. 얘들 붉을 홍자 되게 좋아한다.

1위안 2위안 중국에서도 껌값이다. 환율이 올랐다고 해도 한화로 150원 또는 300원 정도니 껌값도 안된다. 한국에서 야밤에 술집을 순회하는 할머니들이 파는 껌에 비하면 정말 적은 금액이다. 워낙 인구가 많은 나라라 1위안, 2위안씩만 모아도 굉장한 금액이 된다고 한다. 피해자도 굉장히 많고 구조와 복구에 필요한 금액도 크지만 말이다.


5. 착한 척.

중국 적십자 모금 이야기를 중국에 사는 분들 블로그에서 보고( http://bardiche.egloos.com/339342  > http://ddokbaro.com/1602) 일단 내 핸드폰으로 보냈고 술마시다가 문득 생각나서 남의 핸드폰을 빼앗아 보냈다. 그러다 핀잔들었다. 대꾸하기도 귀찮고 그냥 내 주머니에서 동전 꺼내서 줘버릴까 했는데 그랬으면 싸움 났을지도 모르겠다.

무심하고 냉소적인 사람과는 상대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선량함을 가장하는 거라고 한다면 맞는 말인데 남들도 좀 그랬으면 좋겠다. 평소에는 어떻게 살았더라도 이런 일이 생겼을 때는 잠깐 낯간지러워도 착한 척 했으면 좋겠다. 자꾸 그러다보면 착해질지도 모르잖아.


+ 좀 억울해. 내가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데 핀잔듣고 아무도 내 편을 들어주지 않으니까 억울해. 내일이라도 찾아가서 돈 주고 올까.

++ 5월 21일 달력에 아미산 이라고 써있는데 볼때마다 미칠 것 같다.

by 작나무 | 2008/05/16 01:20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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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제갈교 at 2008/05/16 14:55
껌값이라기 보다는 밥값...입니다. -ㅅ-
(식당에서 사먹는 쌀밥이 7마오, 1콰이...라서요. 가끔 밥 대용으로 먹는 만터우는 2마우 5펀...) 아무튼 친구분의 애인께서 부디 무사하시기를.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5/16 15:30
밥값은 싼데 껌값은 비싸잖아요. ㅎㅎ;; 껌 한통에 3위안.
Commented by 늑대별 at 2008/05/16 23:00
가슴이 아립니다 .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5/17 02:44
네... ㅠ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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