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티벳 운동과 베이징 올림픽.

프리티벳 운동을 지지한다. 그러나 달라이라마는 지지하지 않는다. 그분의 개인사에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아슬아슬한 정치적 행보를 보면 감탄하지 않을 수 없지만, 이라크와 아프간의 양민들을 학살한 부시놈한테서 금메달을 받아들고 웃는모습을 보면 도저히 달라이 라마를 지지할 수 없다. 달라이 라마는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카드로 미국을 활용하고,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위한 카드로 달라이 라마를 활용한다, 이게 공평한 거래라고 생각하면 골룸.

티벳 사람들은 현세의 물질적 욕망보다는 내세의 행복을 추구하기 때문에 행복다하는 설명은 참 식상하다. 지극히 종교적인 사회는 지극히 계급적이기 마련이다. 가난이 장기화되고 세대를 이어 교육의 기회가 제한될수록 사람들은 사회체제의 변화가능성을 믿지 않게 된다. 그들의 종교를 폄훼할 생각은 없지만 대대손손 사원의 농노로서 살아가는 삶이 최선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 말은 교단에서 충분히 했을테니까.

가난하지만 종교적인 '순수한 티벳인'의 이미지는 환상인지도 모른다. 열차가 개통되기 이전부터 티벳인(중국에선 장족)들은 한족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이주해왔다. 더 나은 환경을 찾아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말이다. 그런 사람들을 경제적인 욕구를 거세당한 존재로 바라보는 건 우리들의 잔인한 낭만이다.

물론 중국정부의 티벳인 탄압과 학살에는 반대한다. 대체 어떤 사람이 한 강대국이 약소민족을 지배하기 위해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에 찬성하겠는가? 나는 다만 그 대안이 달라이 라마라고 생각하지는 않는 것 뿐이다.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프리티벳 운동이 다시 활기를 띄는 것 같다. 좋은 일이다. 그런데 달라이 라마를 배제한 다른 대안은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달라이 라마가 생불이든 아니든 머지 않아 그의 육신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것이 분명한데-싯타르타도 죽었다- 그 이후의 티벳은 어떻게 될까 걱정스럽다.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은 올림픽의 순수성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올림픽이 전 세계인이 스포츠로 화합하는 평화의 장이라고 정말 믿는 사람이 있는걸까? 설마 그냥 하는 소리겠지, 올림픽은 스포츠라는 대리 전쟁을 통해 국가 순위매기기를 하는 동시에 텔레비전 중계로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국제적 쇼라고 말하면 너무 길어지니까 돌려 말하는 거겠지.

국가는 언제나 (자국민이든 타국민이든) 국민을 착취해왔고 국민들의 눈을 가리고 아웅도 할 겸 집권자들의 사적인 이익도 추구할 겸 올림픽 같은 쇼를 하기 마련이다. 멀리서 예를 찾을 필요도 없이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그렇다. 광주의 양민을 대량학살했던 군부독재 정권이 어떤 정통성이나 순수성이 있어서 88올림픽을 개최했던 건 아니다.

그러니까 중국정부가 베이징 올림픽을 무사히 치러내기를 바란다. 이번 올림픽이 중국 인민들의 가슴 속에 중화사상을 불사르는 기폭제가 될지 모른다는 조짐이 보여서 아슬아슬하긴 한데 시간이 해결해 줄 일이라고 본다. 한국도 올림픽 전후로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에 대한 관점이 많이 변했으니까 여기도 어떻게든 변할 거라고 기다한다.

그나저나 경기장은 무사히 완공할까 몰라, 씨파 그거 무너지면 진짜 얼마나 죽을까 무섭다. 중국은 스케일이 달라서 무슨 사고만 나면 수천 수만은 그냥 넘어가더라. ㅎㄷㄷ



by 작나무 | 2008/05/28 20:26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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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니마 at 2008/05/31 22:37
티벳인에 대한 낭만적이고 잔인한 시선에 십분 공감 -_-;;;
인도인, 방글라데시인 등등 소위 "가난해도 행복한 개도국 국민"의 이미지엔 뭔가 고도의 이데올로기가 개입되어 있다는 느낌이 얼마 전부터 듭니다.
예를 들면 현 체제에 적응 못하고 괴로워 하는 건 다 니 잘못이야, 라던가.

달라이 라마에 대한 비판적 시선은 재작년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영원한 황홀'이라는 책에서 처음 접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고도로 수완적인 사람이군요 -_-...

올림픽과 월드컵의 다른 점이라면 월드컵 쪽이 좀 더 노골적으로 '전쟁'임을 표방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축구가 전쟁 같은 스포츠라 그런지...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5/31 23:23
방글라데시의 행복도가 세계 1위라는 식의 설명도 참 못믿겠어. 이슬람 국가에서 여성들의 행복도가 가장 높다는 말도 그렇고. 어떤 다른 선택지도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행복이란 어떤 의미일지 상상이 되지 않아서 말이지요.

파스칼 브뤼크네르(이름 어렵;;) 책 함 읽어봐야겠군요. 무슨 내용일까 궁금...

월드컵은 남자 선수들만 나오니까 그런 거 아닐까 싶어요 ㅎㅎ
Commented by Hae at 2008/09/28 17:56
방글라데시의 행복도가 1위라는 건 아무래도 교묘한 통계의 거짓말같아요..
국민의 행복도라는걸 순위화하려면 매우 많은 표본이 필요할텐데,
그 많은 사람들에게 일일이 서면으로 자료를 수집했을리는 없고
전화라던가, 설문지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높죠.

방글라데시 같은 최빈국에서 전화를 쓴다거나, 글을 읽을 수 있을 정도면
사회적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 부층에 속할텐데 말입니다.

냥이네에서 보고 와서 고냥이들 사진만 가끔 눈팅하다가
아무글이나 클릭해보았는데
예전부터 제가 생각해왔던 내용의 글이 있어서 댓글 남깁니다. ㅎㅎ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9/28 18:21
역시 계급이 가장 중요한 문제일 것 같아요. 우리나라 같이 문맹률이 낮은 나라일수록 행복도가 낮아지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또 "행복"이라는 말에 대한 개념도 언어권에 따라 굉장히 다를 거라고 봐요. 행복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문화권이라면 행복도 역시 낮아지겠지요.

예전에 인도를 여행할 때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요. 인도사람-주로 상인이나 관광업 종사자-들은 "아유해피?"라는 말을 굉장히 많이 쓰더군요. 그 의미는 대략 "만족했냐?"정도에 해당하는 것 같아요. "행복"에 해당하는 힌디말이 있긴 한데-지금은 까먹었지만- 그 말과 "해피"라는 영단어는 아주 다르게 쓰이더군요.
-뭔가 연관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쓰다보니 정리가 잘 안되네요. ㅎㅎ

여튼 냥이네를 통해 오셨다니 반갑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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