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한 아침.

1.
경영학과 다니는 동생이 수업시간에 수도 민영화에 찬성하는 입장에서 토론을 하게 되었다고 한다. 메신저로 이넘아랑 토론배틀을 떠줬는데 어느새 이야기는 이명박 욕하기로 진입했고 루비콘 강을 건넌 뒤에는 ㅆㅂ ㄱㅅ 추임새 넣으며 손가락이 얼얼하도록 얼쑤절쑤 수다를 떨었다.
이야기가 전경과 시위대의 관계까지 넘어갔을 때 이넘이 문득 정신을 차리더라.
"나 민영화 찬성해야 하는데 반대파가 되어버렸어."
어떡하냐.

2.
다른 동생의 과제물에 도움이 될까 싶어 소쉬르에 대한 자료를 정리하는 중이다. 학부때 소쉬르와 퍼스를 비교해서 써내려간 과제물이 파일로 남아있기에 열어봤는데 내가 쓴 글이 해석이 안된다.
지금 보기엔 둘다 그냥 언어학자고 기호학자고 남들 잘 모르는 이야기 진지하게 했던 분들인 것 같은데 그때는 뭐가 그리 달라보였는지 되도 않는 이야기를 막 써놨더라. 아마 과제물 분량 채워넘기느라 헛소리 추가하다보니 그리 되었겠지.
허섭한 글은 접어놓고 새로 쓰겠다고 자정부터 시작했으나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물론 딴짓도 많이 했다.

3.
아직 학생인 동생들이 참 좋다. 과제물 대필같은 거 부탁받으면 학생으로 돌아간 느낌이라 기쁘다.
공부하고 싶다.
근데 이 이야기 말야, 공부하고 싶다는 이야기, 사회생활 몇년 하고 난 선배들이 후배 만나서 꼭 하는 말이더라. 내가 겪어보니 이 말은 굳이 무엇을 공부하고 싶다가 아니라 그냥 일을 하기 싫다는 것 뿐인 듯.

4.
고양이가 나무가 되어 눈알이 맺혔다는 이야기의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이거 한국 들어가기 전에 완성할 수 있을라나.
눈도 못 뜨고 죽은 어린 고양이들 생각이 나서 황띠를 모델로 그리기 시작했지만 무무가 들어오자 죽은 아기들에 대한 죄책감이 덜해져서 방치해두었던 거다.
쓰고나니 좀 더 미안하네. 그래도 바쁘다는 변명으로 보류.

5.
어느 아리따운 언니의 이야기. 원래 노는 거 좋아하고 남자 좋아하고 세상 걱정 별로 없었던 언니인데 이번에 남동생이랑 같이 시위에 나갔다고 한다. 남매는 길로 나가고 연로하신 어머니는 집에서 인터넷 방송 보며 문자메세지로 작전지휘를 하달하시는 협력체계를 갖춘 가족이다.
어머님이 정말 대단하신게, 서슬퍼런 박통시절에 운동하셨던 용감한 분이셨고, 언니 어렸을 적에 전땡뉴스를 보면서 "애들만 없었으면 당장 나가는건데..." 한탄하셨던 분이시라고. 그런 어머님이 딸아들을 전장(?)으로 내보내시면서 신문을 그러모아 이런 보호구를 만들어주셨다고 한다.

* 신문지 복대와 각반 만들기
신문지를 넓게 접어서 배에 대고 바지에 걸쳐넣어 고정시킨다.
신문지를 세로로 가늘게 접어서 정강이에 대고 양말로 고정시킨다.

확실히 어지간히 맞아도 안 아플 것 같은데 좀 불편하긴 하겠다. 물에 젖었을 때 덜 추울라나 더 추울라나 모르겠네.

6.
담배 끊어야지. 줄이기라도 해야지. 담배 물고 이런 생각 한다. 꼭. 하겐다즈 큰통에 생크림이랑 시럽 뿌려 퍼먹으면서 다이어트 결심하는 거랑 똑같다. 아우. 그러고보니 다이어트도 해야하네.

7.
닥치고 글쓰자.
출근시간 지난 뒤에 안경 사러 가야지.

8.
암울했던 시절을 살았던 어느 선배의 조언이 생각나서 추가한다.

경찰 앞에서는 가능한 맞지 말고 말하라는 대로 말하고 검찰 앞에서는 맞아죽을 것 같아도 진실만 말해라.

지금도 유효한 조언일까?

by 작나무 | 2008/06/05 07:15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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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lus at 2008/06/05 10:19
민영화 찬성하면서 '학점을 잘 받으려면' 영국의 대처-블레어의 민영화와 그 수습체제를 한번 공부해보라고 조언하시면 괜찮을 겁니다. 요즘 저도 그쪽을 보고 있거든요. ㅎㅎ^^;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6 09:08
오호 그렇군요.
일본쪽을 좀 살펴보다 워낙 비판적인 시선이 많아서 접어놨는데 영국은 좀 다른가봐요. 저도 살펴봐야겠네요.
알려줘서 고마워요. ^^
Commented at 2008/06/05 11:38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6 10:08
전화번호부 복대;; 고문경찰이 복부강타할 때 애용했다는 그것 ㅠ ㅠ;;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6 10:09
엇;; 덧글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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