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시족의 고양이.

중국 윈난성의 나시족(納西族) 신화.

나시족의 조상 총런리언(崇仁利恩)에게 다섯 형제와 여섯 자매가 있었는데 이들이 서로 혼인을 하자 천신이 인륜을 어겼다고 버럭하며 대홍수를 내려버렸다. 인륜을 말하기 전에 소개팅이나 함 시켜주든가 말야, 동신(董神: 미리동아푸)이 보기에도 넘 심했다 싶었는지 멧돼지를 한마리 보내서 소식을 미리 전한 덕에 총런리언 하나만 살아남았다.

동신은 홀로 남은 총런리언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주었는데 이 여자가 땅의 여자가 아니라 천녀인거라. 일개 인간이 천녀랑 같이 살겠다고 하니 시험이 다가왔는데 땅의 인간들은 다 죽었으니 선택의 여지도 없겠다 주인공은 무사히 시험을 통과해버렸다.

천녀의 아버지 천신은 딸을 지상으로 보내면서 이런저런 선물을 해주었다. 말, 소, 가죽, 갑옷, 보검, 옷가지, 호위해줄 부하들과 제사장과 곡식의 종자 등등, 허나 고양이와 순무 씨앗만은 주지 않았다. 그러자 천녀와 총런리언은 몰래 고양이와 순무씨를 훔쳐서 땅으로 내려와버렸다. 천신은 화가 나서 밤마다 고양이를 울게 해서 인간이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하였으며, 순무는 삶으면 물이 되어버리게 했단다.

- 김선자의 소수민족 신화기행을 보고 간추려 씀.

John Woodhouse Audubon <Cat Stalking a Butterfly> 1861

그러니까 고양이가 밤에 우는 건 인간이 저지른 죄의 대가라는 겁니다. 이땅에 고양이를 데려와주신 총런리언과 천녀님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견뎌야 하는 일이지 말입니다.


by 작나무 | 2008/06/05 07:36 | 봄봄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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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6/05 07: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5 10:11
잠시 묵념.


묵념 뒤에 드릴 말씀이 없네요. 죄송....... ;ㅇ;
Commented by StarLArk at 2008/06/05 08:37
다섯 형제와 여섯 자매가 있었는데 이들이 서로 혼인을 하자<- 놀랍게도 다섯형제 중 한명은 1부 2첩!. 다 같은 한배에서 나왔것만...어떤 놈은 더 먹고 어떤 놈은 덜 먹고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5 10:13
이 이야기 아시는군요. ㅋ
한넘은 이쁜천녀 안이쁜천녀 둘을 데리고 자식들 팡팡 낳으며 잘먹고 잘살았다는데 나머지 형제자매들은 함 찔러본 죄로 이승을 떠났으니....
Commented by Mizar at 2008/06/05 22:56
'인륜을 말하기 전에 소개팅이나 함 시켜주든가 말야'

..에서 뿜었습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6 09:05
ㅎㅎㅎㅎ
Commented by 고이 at 2008/06/06 04:01
저 신화 초반은 들어본 적이 있는데 저런 결말이었을 줄은 몰랐네요. 아무렴요, 순무는 몰라도 고양이를 데려와주신 게 어딥니까. :D 감사하는 마음으로 오늘밤도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고양이 울음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앗참, 처음 뵙겠습니다. 살그머니 링크신고합니다. (__)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6 09:07
반갑습니다. ^^
저도 순무는 있으나 없으나 상관없다 쪽이지만 고양이는 그렇지 않죠. ㅎㅎ 하늘에서 도망치는 와중에도 챙겨와준 분들께 감사를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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