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는 촛불을 좋아해.

1.
촛불시위 관련 보도 중에 인터뷰를 보면 인터뷰이 여성은 대체로 20대의 아름다운 분들이시더라. 인터뷰 뿐 아니라 집회장면을 가까이에서 촬영할 때도 예쁜 언니들이나 소녀들이 모여앉아 있는 쪽을 자주 보여주고 말이지. 특히 공중파 방송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인데, 마봉춘이든 스브스든 기자들의 예리한 눈은 절대 미녀를 놓치지 않는가보다.

(반면 남성의 경우 오덕풍 또는 공대스타일 청년이나 사오십대 아저씨가 주로 인터뷰 대상이 되는 경향도 감지된다. 꽃돌이들은 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냐 싶을만큼. 뭐 이러니 저러니 해도 예비역 오빠들이 제일 훈남이더라.)

실시간 방송보고 지난 방송 유튜브에 올라온 동영상으로 찾아보고 할때면 하악하악 저 언니 진짜 이쁘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내 입장에서 예쁜 언니들이 시위에 나오는 게 불만일 리가 없다(감사할 일이지). 평소에 텔레비전을 안 봐서 그런지 미녀 인터뷰이 선정이 굉장히 흥미로웠다는 거다.

2.
드디어 티켓 확정, 화요일에 들어간다. 좌석도 오케이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시간 일찍 나갈거다. 반드시 화요일에 들어가야 한다. 오후 비행기지만 들어가면 바로 6.10. 시위에 참석할 수 있다. 그날 오후 3시에 뉴라이트 집회한다는데 찌질이들 조낸 갈궈주겠삼.

3.
선물할 거 좀 챙기고 일단 짐을 꾸려놓으려고 했더니 입을 옷이 없더라. 유행에 뒤쳐지는 옷은 못입는 취향이라서가 아니라 중국 오고 일년만에 체중이 십킬로그램 이상 늘어버려서다. 요가용 헐랭이 추리닝이 쫄바지가 되어버렸고 원피스 지퍼 올릴 때 살이 끼지 않을까 조심해야 하는 실정이다. 흑.

고칼로리로 먹고 낮이고 밤이고 맥주를 마셔댔는데 십킬로밖에 안쪘으니까 축복받은 체질 -_-;

남친님은 시위참가 시 주의사항을 일러줄 때마다 후렴구로 무조건 이쁘게 입고 화장도 해야한다고 주장해왔는데 -_-;; 아놕 입을 옷이 없으니 어떡하나 막 고민하다가 결국 새 옷을 사기로 결심했다. 나름 재중한인가족 대표로서 남친님과 봄봄과 무무의 기대를 받으며 참석하는 거니까 비주얼도 중요하다고... 풋

그리하여 어제 시내 백화점 옷가게 구석구석 디비고 다니다가(살찌니까 옷사기 진짜 힘들더라-_-;) 괜찮은 원피스 두개와 하늘하늘한 블라우스 하나를 발견했다. 어떤 걸 살까 고민하는데 남자친구가 전부 다 사줬다. -ㅂ-(이참에 자랑질) 근데 치마입고 집회 나가도 괜찮을까 -_-; 벌룬치마 원피스라 누가 들추면 확 올라갈건데 -_-;;; 빤스도 예쁜 걸로 챙겨입으면 괜찮을라나 -_-;;;;;;

돈 쓰는 김에 완전 폭주해서 안경까지 질러버렸다. 원래는 경찰 채증에 대비하여 위장용 뿔테안경 같은 걸 사려고 했는데 안경점에서 시력검사 해보니 왼쪽은 0.5까지 떨어져서 결국 쫌 비싼 걸로 맞췄다. 올해들어 처음 예쁜옷도 지르고 오년만에 안경까지 샀으니 이제 진짜 열심히 일해야겠다.

4.
집회에 참석할 때 들고갈 피켓이나 전단지 문구를 고심하는 중, 하고싶은 말이 굉장히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별로 없더라.

솔직히 광우병은 별로 안 무섭고 굴욕외교야 하루이틀 일도 아니고(하루이틀 일이 아니니까 더 이야기해야 하는 거지만) 이명박은 원래 싫었고 새삼스레 싫어한다고 이야기할 필요도 못 느끼고 재산헌납 어쩌고는 쇼인줄 알았고 경제성장률 칠퍼센트는 뻥인줄 알았고 오퍼센트만 유지해도 다행이다 싶었고 냉정하게 보면 삼퍼센트도 어렵겠다 싶었고 그나마도 못해도 이상하지 않고 아무리 무능력하고 부패했다 하더라도 합법적인 투표로 선출된 대통령을 탄핵하자고 주장할만큼 강단이 세지도 못하고 가파르게 추락하는 대통령 지지율을 보면서 통쾌한 한편으로 불안한 마음이 드는 다심증도 있고.

지금 주로 떠오르는 문구는 대운하와 의료보험, 공기업 민영화 반대와 조중동 등 보수언론에 대한 반대 정도. 어제 백분토론 보니 뉴라이트 또라이들 갈구는 문구도 좀 넣어야겠구나. 이 정도.

요거이 인증샷. 고양이 컨셉 +ㅂ+
재미있는 문구 생각나는 분 알려주삼!!

5.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모르겠다. 왜 굳이 한국에 가서 시위에 참여하려고 하는 건지. 한가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중국은 독일이나 프랑스랑은 달라서 한국인이 집회를 가지면 공안들이 달려와 죠낸 밟을지도 모른다는 점, 올림픽 앞두고서 넘의 나라문제로 시위 허가를 내줄리도 없고 말이다. 그러니까 한국으로 간다는 건 설명이 되는데...

그렇게 시위에 참여해서 내가 얻고자 하는 건 뭘까?

나는 그저 그 분위기를 느끼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월드컵 때 붉은 옷을 입고 걸으며 느꼈던 일체감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 건지도 모르고, 대학교 일학년 때 이후로 한번도 참가해본 적 없는 대규모 시위 현장에서 고함을 쳐보고 싶은 걸지도 모른다. 어쩌면 짓밟히고 피흘리고 눈이 먼 시민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보게되자 볼테르의 말이 떠올라서 그저 다른 이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머릿수를 보태야겠다는 참여의식이 전부일지도.

6.
다시 생각해보니 촛불시위 관련 인터뷰에서 미녀가 주목받는 까닭은, 그녀들이 객관적으로 미인이기 때문만이 아닌 것 같다. 예쁜 이야기를 하고 예쁜 행동을 하니까 예쁘게 보이는 거 아닐까. 뭐 촛불의 서정적인 조명효과도 있고.

그러니까 그냥 추리닝 입고 나가면 안될까 -_-; 살쪄서 카메라 부담스럽다구.

7.
옷도 샀고 안경도 샀고 시위관련 문구도 몇장 준비했고 양초랑 마스크랑 고칼로리 간식까지 준비했다. 준비 끝.

이것도 인증샷.
양초는 집에 있는 거 그러모았는데 한국에서도 쉽게 살 수 있으니까 여기까지만.
마스크는 답답하지 않게 얇은 걸로. 한쪽에 철사 들어가서 밀착도 높은 제품,
서른장쯤 구입했는데 현장에서 나누어 쓸 생각임.

+ 더 필요한 거 있음 알려주세요!!!

++ 고양이 사진 올리다가 이 사진들도 추가. ㅋ
by 작나무 | 2008/06/06 12:35 | 일상잡설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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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니마 at 2008/06/06 19:35
6월 10일...그 다음날엔 수업이 없지만 다다음날인 12일 3과목이나 시험을 봐서 아직까지 마음을 못 정했어요. 이놈의 정권이 기말고사 끝날 때까진 떡밥거리를 계속 제공해야 할텐데..-_-;;;

부직포로 된 얇은 마스크로 할론소화기 공격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을지 걱정되네요. 전 대형 문구점에서 방진마스크 사려고 -.-(갑부냐?)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7 14:50
그넘의 소화기 정체가 밝혀지기 전에 구입했던 마스크인데 아무래도 너무 얇은 것 같지-ㅂ-? 웅웅 그냥 후방에서 얼굴 가리고 싶어하는 분들이랑 나눠쓰고 그래야 될 거 같아.
기말고사가 압박이구나. ㅠ ㅠ 마음 정해지는대로 해요. 같이 나갈게.
Commented by 아니마 at 2008/06/06 19:36
전 전경쪽에 보여주고 싶은 문구 하나 떠올렸음.

"수돗물 민영화됐다 물대포 작작 쏴라"

근데 이게 가치가 있으려면 대치의 최전방으로 나서는 용기가 필요.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7 14:51
전경 애들이 돈내는 거 아니잖아;; 그거 다 세금;; 진짜 쫙쫙 쏴버리면 어카나;;;
Commented by 늑대별 at 2008/06/06 20:09
작나무님 얼굴 처음 뵙네요..^^ 시위하시면서 몸조심하세요.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7 14:51
넵 ^^ 조심할게요. 고마워요.
Commented at 2008/06/08 22:4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6/09 00:22
/ 역시 원피스는 무리인가요. 원피스 아래 청바지 입으면 괜찮을 거 같기도.ㅎ

/ 그 좀 더 다르고 큰 것이 무엇인지 모르겠어서 고민입니다.

/ 사실 제 체력으로 선봉에 서기는 무리일 것 같아요. -ㅂ-;; 걱정 마세요.

/ 그거 좋은데요. ^^

/ 넵. 걱정해주셔서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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