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 송송 숑숑.

송송이가 들어오고서 아슬아슬한 고비를 하나 넘겼다. 키튼용 사료가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돈 있을 때는 가게에 키튼사료가 없었고 남아있는 거 다 먹이고 사야지 하다가 마침내 바닥이 드러났을 때는 돈이 없었다. 젝일.

키튼 사료는 접시에 담아놓아서 약간 눅눅해진 것 약간이 전부였다. 두 그릇에 나눠놓은 것을 합쳐봐도 한줌이 채 되지 않는 양이었다. 하여 무무와 송송이가 눅눅한 사료를 외면하고 봄봄의 식탁에 놓인 성묘용 사료를 집어먹는 걸 방치할 수밖에 없었다. 아기고양이가 어른용 사료 먹는다고 죽지는 않겠지만 영양이나 열량 면에서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을까 싶어 조금 걱정했었다. 게다가 이대로 가다가는 봄봄이 사료도 금방 동이 날 지경이었다.

오늘 고료를 일부 받았다. 서른두장 종이돈이 얼마나 묵직했는지 모른다. 이면우가 그랬다. "돈아 너 참 이쁘구나." 이 시인은 자식들이 돼지고기 먹는 거 보면서 눈물이 났다는데, 나는 고양이 사료 사면서 그랬다. 가게 주인이 평소보다 십오위안을 더 부르기에 아니라고 조곤조곤 우겨서 예전 가격으로 계산했고 그러고 나서는 칠위안을 깎는다고 징징거렸다. 한국돈으로 천원 이천원 정도 합해서 삼천몇백원을 깎았는데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중국 와서 알았다.

허술한 깜장비닐에 사료를 담아들고 자랑스레 집으로 들어왔다. 아기고양이용 사료 한 포, 어른고양이용 사료 한 포, 양손에 하나씩 들고온 건 내가 아니라 남자친구였지만 여튼. 사료를 뜯어서 그릇에 쏟아놓자 송송이가 달려들어 아득아득 먹어치웠다. 먹고 남긴 그릇을 갖다주자 무무도 바삭바삭 먹어댔다. 그 먹는 모습이 얼마나 예뻤는지 모른다. 애들이 비닐봉지를 긁고 뜯고 노는 모습도 귀엽더라.

이면우는 또 이런 시도 썼었다. "생을 축음기에 얹어 되돌리면 바늘이 가볍게 긁어내는 슬픔이 강처럼 흘러올 것이다." 얄팍한 생이 버틸수 있을만큼만 엷게 슬픔을 더하면 어떻게든 계속되겠구나. 나의 생은, 고양이의 생은.
by 작나무 | 2008/07/20 00:08 | 봄봄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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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니마 at 2008/07/21 00:10
오늘 포스팅에서 명문을 건져냈네요.
Commented by 작나무 at 2008/07/21 17:26
옹옹 +ㅂ+? 이면우 시 좋아. 생업이 보일러 기술자라고 하던데, 옛날 노동시랑은 격이 다른 애잔함이 막 느껴지더라. 진짜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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