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갑자기 컴퓨터가 정지되면서 블루스크린을 보여줬다. 대충 내 컴퓨터의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에 어떤 문제가 있는데 이런저런 사항을 체크해보고 이 화면이 다시 나타나면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 회사에 문의를 하라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난다. 이때까진 윈도 98의 추억이 새록새록, 좀 웃었다. 부팅을 다시하자 그 화면이 또 나타났고 불길한 예감이 마구 스치고 지나갔다.
새벽까지 이것저것 만져보려고 노력하다 결국 닥치고 포맷을 선택했다. 파티션을 두개로 나눠서 쓰고 있었는데 씨드라이브 포맷이 안되더라. 심정은 대략난감에서 절망으로 향하고 손가락은 후덜덜 떨리고 눈에는 물기가 가득하고, 그래서 디드라이브를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말았다. 보름전에 자료를 백업해두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마음을 다독이면서 포맷, 하지만 여기서도 실패.
하드디스크에 물리적인 손상이 있었던 걸까, 괜히 고양이를 의심하고, 고양이털이 낀 팬과 쿨러를 청소하면서 먼지 먹으며 울다가, 아침에 날이 밝자마자 컴퓨터를 들고 뛰었다. 하드디스크엔 이상이 없었고 마더보드가 의심선상에 오르자 덜컥 겁이 났다. 돈없을 때 꼭 이지랄, 테스트를 부탁하기 전에 별 생각 없이 램을 빼냈는데 직원이 램을 교체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글쎄. 설마. 그런데. 설마.
램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구나. 놀랐다. 직원에게 이련 경우가 자주 있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처음 봤단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쉽게 컴퓨터가 되살아났으니 기뻤다. 저렴하게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쁨도 잠시, 당당하게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적혀있는 하이닉스 반도체 제품을 빼내고 처음 보는 메이드 인 차이나 중고 램을 끼워넣는 기분이 미묘했다. 중국인 직원에게 워낙 오래 쓴 컴퓨터인데 내가 하루 종일 켜놓는다고, 변명하듯 종알종알 말한 거 보면, 어쩌면, 나 애국자였는지도 몰라.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해야 했었던 다른 중요한 일이 떠올랐다. 원래 오늘은 새끼고양이를 한국에 보낼 방법을 궁리하려고 했었다. 일이 잘 안풀리면 뇌물이라도 바치고 검역서류를 위조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벌써 오후 세시, 공무원들 퇴근하기 전에 검역소에 도착하기도 어려운 시간이 되어 있었다. 나에게 고양이보다 컴퓨터-또는 일이 더 중요한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서, 많이 미안했다.
내일 휴가 차 한국에 들어가는 분이 키우는 고양이를 맡아주기로 했었는데 은근히 신경쓰이고 귀찮다. 오늘은 날아간 자료 복구하고 시놉시스 완성해야 하는 날인데, 새로온 녀석이랑 우리 애들이랑 틀림없이 투닥거리겠지 싶어 신경쓰이고, 내 새끼들도 입양보낼 판인데 남의 새끼 봐주려니 조금 속상하기도 하고. 글로 쓰고 보니까 엄청 유치하고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고양이가 안락하게 지내는 것보다 내가 편하게 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애묘인의 자격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제 새벽에 컴퓨터 때문에 할딱대다 곰오빠한테 전화를 했었다. 곰오빠는 뭔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한꺼번에 닥칠 때, 그 일의 목록을 만들어놓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된다고 그랬는데, 얘기 듣고 정리해두길 잘했다. 일단 하나 해결했으니까, 나머지는 어떻게 되겠지. 일단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카페인 없이 이틀밤을 새우는 게 가능할까 모르겠으나 어쨌든, 일하자.
새벽까지 이것저것 만져보려고 노력하다 결국 닥치고 포맷을 선택했다. 파티션을 두개로 나눠서 쓰고 있었는데 씨드라이브 포맷이 안되더라. 심정은 대략난감에서 절망으로 향하고 손가락은 후덜덜 떨리고 눈에는 물기가 가득하고, 그래서 디드라이브를 포기하기로 결심하고 말았다. 보름전에 자료를 백업해두었으니까 괜찮을 거라고 마음을 다독이면서 포맷, 하지만 여기서도 실패.
하드디스크에 물리적인 손상이 있었던 걸까, 괜히 고양이를 의심하고, 고양이털이 낀 팬과 쿨러를 청소하면서 먼지 먹으며 울다가, 아침에 날이 밝자마자 컴퓨터를 들고 뛰었다. 하드디스크엔 이상이 없었고 마더보드가 의심선상에 오르자 덜컥 겁이 났다. 돈없을 때 꼭 이지랄, 테스트를 부탁하기 전에 별 생각 없이 램을 빼냈는데 직원이 램을 교체해보자는 이야기를 했다. 글쎄. 설마. 그런데. 설마.
램이 망가지는 경우도 있구나. 놀랐다. 직원에게 이련 경우가 자주 있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는 처음 봤단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쉽게 컴퓨터가 되살아났으니 기뻤다. 저렴하게 문제를 해결했다는 기쁨도 잠시, 당당하게 메이드 인 코리아가 적혀있는 하이닉스 반도체 제품을 빼내고 처음 보는 메이드 인 차이나 중고 램을 끼워넣는 기분이 미묘했다. 중국인 직원에게 워낙 오래 쓴 컴퓨터인데 내가 하루 종일 켜놓는다고, 변명하듯 종알종알 말한 거 보면, 어쩌면, 나 애국자였는지도 몰라.
돌아오는 차 안에서 오늘 해야 했었던 다른 중요한 일이 떠올랐다. 원래 오늘은 새끼고양이를 한국에 보낼 방법을 궁리하려고 했었다. 일이 잘 안풀리면 뇌물이라도 바치고 검역서류를 위조할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벌써 오후 세시, 공무원들 퇴근하기 전에 검역소에 도착하기도 어려운 시간이 되어 있었다. 나에게 고양이보다 컴퓨터-또는 일이 더 중요한가,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서, 많이 미안했다.
내일 휴가 차 한국에 들어가는 분이 키우는 고양이를 맡아주기로 했었는데 은근히 신경쓰이고 귀찮다. 오늘은 날아간 자료 복구하고 시놉시스 완성해야 하는 날인데, 새로온 녀석이랑 우리 애들이랑 틀림없이 투닥거리겠지 싶어 신경쓰이고, 내 새끼들도 입양보낼 판인데 남의 새끼 봐주려니 조금 속상하기도 하고. 글로 쓰고 보니까 엄청 유치하고 부끄러운 생각이지만, 고양이가 안락하게 지내는 것보다 내가 편하게 일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걸 보면 애묘인의 자격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어제 새벽에 컴퓨터 때문에 할딱대다 곰오빠한테 전화를 했었다. 곰오빠는 뭔가 복잡하고 어려운 일이 한꺼번에 닥칠 때, 그 일의 목록을 만들어놓고 지금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면 된다고 그랬는데, 얘기 듣고 정리해두길 잘했다. 일단 하나 해결했으니까, 나머지는 어떻게 되겠지. 일단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 카페인 없이 이틀밤을 새우는 게 가능할까 모르겠으나 어쨌든, 일하자.




